내시의 사랑 그리며 사극열풍 속 선두주자로 우뚝

요즘 안방극장에는 사극 열풍이 거세다. 이러한 사극열풍의 선두주자는 단연 지난 8월27일 첫 방송된 후 25% 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매주 화제가 되고 있는 SBS 대하드라마 ‘왕과 나’. 
‘왕과 나’는 그간 다뤄지지 않았던 생소한 주제인 내시들의 삶을 리얼하게 묘사함으로서 호평과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사실 과거 드라마나 영화에서 내시의 모습은 여성스러운 목소리로 왕에게 아부하는 인물로만 묘사되어 왔지만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역사 속에 존재하는 내시를 보다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드라마의 허구성이 너무 심해 자칫 그 여파가 역사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심각하게 왜곡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드라마 ‘왕과 나’는 연일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낳고 있다. 그간 신드롬을 일으킨 인기 사극 드라마 ‘용의 눈물’, ‘허준’, ‘대장금’, ‘주몽’의 뒤를 ‘왕과 나’가 이을 것으로 예상될 만큼 ‘왕과 나’의 인기는 대단하다.

이렇게 드라마 ‘왕과 나’가 신드롬을 일으키며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왕과 나’는 운명에 맞서 치열하게 살다 간 내시 김처선과 폐비 윤씨의 비극적인 멜로를 중심으로 파란만장한 역사 속 이야기가 펼쳐지는 드라마다. 제작진은 ‘역사의 기록 뒤에 숨어있는 인간적인 요소에 포커스를 맞춰 감동적으로 엮은 휴먼드라마’라는 기획 의도를 강조했다.

결국 내시와 왕의 여인 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담긴 멜로성과, 궁궐 안 여러 세력들의 정치적 요소들이 담겨 드라마의 흥미를 더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간 드라마나 영화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내시’라는 특수한 신분이다.

내시는 사극에서 늘 등장했지만 그림자처럼 존재감이 없었고 단지 거세된 남성이라는 편견 속에서 그들의 삶을 제대로 조명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드라마에서 내시의 삶과 인생에 초점을 맞춰 시청자들에게 참신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시청자들의 반응

새로운 소재에 멜로까지 더해지자 시청자들은 ‘왕과 나’에 열광적인 성원을 보내고 있다. 시청자게시판에는 출연배우들을 응원하고 다음 줄거리를 궁금해하며, 역사와 비교해 다른 점이 있다는 등 다양한 분석과 소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시청률 역시 20% 이상을 유지하면서 타사의 드라마를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높은 시청률로 드라마가 사회적 관심거리로 치솟자 이에 대한 비판 역시 속속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비판으로는 허구성이 너무 심해 자칫 보는 이로 하여금 역사 자체를 잘못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왕과 나’의 인기 비결

내시들은 궐 밖의 내시부와 궐 안 내반원을 출퇴근했다. 정식 내시로서의 교육이 끝났을 때 내반원에 들어와서 근무를 하고 월급을 받는다. 일반 직장과 비슷한 모습이다. 직급이 높아지면 결혼을 하고 가정도 이룬다. 육체적 사랑이 불가능하므로 동거의 개념이고 양자를 들이기도 한다.

드라마에서는 그간 다루지 않았던 이러한 내시들의 세계를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시부와 내반원을 실제와 비슷하게 연출해 300여명 내시들의 업무와 일상을 소소하게 그려낸다.

내시들의 결혼과 부부생활, 자식을 입양하는 과정도 소개된다. 거세 과정과 궁녀들과의 관계, 궐 안에서의 세력 다툼도 등장한다. 가려져 있던 내시를 드라마의 주축으로 세웠고, 그간 중심이 됐던 인물들이 주변으로 몰리면서 드라마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역사 속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내시의 존재를 시청자
들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김처선은 단종부터 연산군까지 5대에 달하는 기간 동안 왕을 비호해온 인물이다. 역사 기록에는 문종 때 입궐했다고도 하나, 역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황으로 보아 세종 때 입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처선은 역사 속에서 대표적인 내시로 꼽힌다. 왕의 곁에서 권력을 가졌지만 귀양도 가고 곤장을 맞는 등의 고초를 겪기도 했다.

결국 연산군에 와서 그의 폭정에 대한 비난을 하고 처절하게 사형을 당한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김처선은 매우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당했으며, 연산군이 그의 부인과 양자도 처형할 것을 지시했다고도 전해진다.

때문에 역사 기록 중 내시로서는 김처선의 일화가 유일하며, 왕의 최측근이면서도 굴하지 않고 유일하게 바른 말을 했던 내시로 전해진다.


드라마 후폭풍 거셀 듯

‘왕과 나’는 새로운 소재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후폭풍 또한 거셀 것이라는 분석이다. 드라마는 내시를 인간적으로 조명하며 역사에 대한 친근감과 호기심을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극시켰고 잊고 있던 역사의 구석구석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한류열풍까지 일으켰던 화제 드라마 ‘대장금’은 궁중요리
라는 참신한 소재를 들춰냈고 종영된 이후에도 궁중요리 메뉴와 학원 등을 유행시키며 후폭풍이 거셌다.

‘왕과 나’ 역시 드라마 방영 기간과 그 이후에도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역사 속에 가려진 새로운 소재에 대한 탐구가 활발히 진행될 것이고, 내시의 삶과 궁궐 내 금지된 사랑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이 다수 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왕과 나’의 허구성 논란 거세

SBS 드라마 ‘왕과 나’는 25%대의 시청률로 그 열풍을 입증하고 있지만, 뜨거운 관심거리로 급부상하면서 드라마 개연성에 대한 갑론을박도 거세다.

‘왕과 나’의 주인공인 내시 김처선과 폐비 윤씨는 실제 역사 속의 인물. 그러나 역사 기록상 세종대왕 때 입궐한 김처선과 성종 때 입궐한 폐비 윤씨의 나이차는 30년 이상이므로 둘의 로맨스가 성립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나라의 국모가 권력유무와 관계없이 거세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대부들에게 무시당했던 환관을 사랑한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 역사 드라마가 전혀 개연성이 없는 이야기를 거론한다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드는
이들도 많다.

대중이 보는 드라마의 영향이 지대한만큼 자칫 역사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반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드라마 제작진은 ‘휴먼 드라마’라는 점을 강조했고, 몇몇 역사가들 역시 “픽션이 가미된 드라마로 재미있게 봐주면 될 것”이라는 관대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과 몇몇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반 드라마가 아닌 역사 드라마라면 어느 정도 역사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드라마를 구성해야 한다”며 “실제 인물로 완벽한 허구를 구성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청소년들에게도 잘못된 이해를 가져올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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