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당 새 당대표에 추미애 의원이 압도적 당선을 했다. 최고위원 8명도 모두 문재인계 체제로 재편됐다. 추 신임 당대표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었다. 그로부터 12년 만에 친노, 친문 진영의 ‘얼굴’로 부상한 것이다. 그런 만큼 더 강성 이미지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대위 흔적은 말끔히 씻겨나가고 선명성이 강조되는 대치정국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문재인의 힘’이 완벽하게 과시된 만큼 온건 비주류의 설자리가 더민주당에 없어 보인다. 추미애 대표 당선 일성이 민생 아닌 “강한 야당 만들어 정권 교체하겠다”였다. ‘도로 친노당’ 보다 ‘도로 운동당’을 천명한 제1야당 대표의 작심발언으로 보여 섬뜩했다. 툭하면 국회 버리고 장외로 나가던 야당의 고질이 되살아난다는 신호로 읽혔다.

얼마 전 ‘김종인 비대위 체제’ 해체를 앞두고 더민주당 초선의원 29명이 장외로 나섰다.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만들어 야당의 ‘입법 권력’을 강화 시켜준 국민 뜻을 무참하게 짓밟는 행위였다. 그에 이은 신임 당대표의 강성 투쟁 주문이니 앞으로의 일이 불 보듯 해진다. 더욱 심란해지는 이유는 장외로 나갔던 그들 상당수가 해산 당한 통진당 구명 움직임까지 나타낸다는 점이다.

정기국회가 코앞이고 다뤄야할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런 마당에 국민을 다독거리기는 고사하고 선명 야당 기치만 내걸고 있는 제1야당 형세다. 민생을 앞세우던 더민주당의 지난 4.13 총선전략에 국민은 속절없이 당하고 만 꼴이다. 추 신임 대표는 대표 수락 연설문에 이미 실패했다는 경제민주화를 언급했다. 그리고 새로운 10년을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다. 

더민주당의 강경 노선을 호남 민심마저 호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졌다. 더불어 민주당의 8.27 전당대회 직전 ‘친문재인 지도부’ 출범이 확실시 되면서 반전 없는 전대 실망감으로 호남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민의당이 지지율에서 앞섰다. 

이는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가 늘 강조해온 “당의 집권을 위해서는 운동권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는 말의 그림자까지 싹 지워버리는 더민주당 행보에 희망을 갖지 못한 탓일 게다. 다시 선명성 도그마에 사로잡혀 장외로 뛰쳐나오는 국민 배신을 호남 민심이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진보당 재건 세력을 위해 ‘토론회’ 멍석을 깔아주는 운동권 행태에 분개한 민심이 호남이라고 다를 리 없었다.

이를 무시한 추미애 대표의 ‘강성 야당’ 기염은 민생정치를 갈망하는 국민과 함께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 짊어진 과제를 깨닫지 못하는 정치인의 미래는 희망적일 수 없다. 대표 당선에 결정적 도움을 준 친문계 입장만 대변하다 보면 당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벌써 야권의 제3지대 설이 증폭되고 있다. 추 대표가 도외시할 수 없는 얘기다. 

야당의 수권 능력은 정권과의 강한 투쟁에 있지 않다. 추 대표가 이점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일련의 보여주기식 민생탐방으론 얻을 게 없다. 옳은 민심은 국민 안전이 걸린 문제, 민생 현안에 있어서는 여당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야당을 지지한다. 정권의 실정을 선명하게 비판하고 견제하는 기능이 야당 기본 가치임을 부인하는 국민은 없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