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미소’ 김현주가 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K-2TV 새 수목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를 통해서다. 실수로 저지른 살인 때문에 감옥까지 갔지만 희망을 놓지 않고 내면적 성장을 거듭하는 ‘인순’으로 변신한 김현주. 짧은 커트머리에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즐겁다”를 연발하는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예뻤다.


살다보면 누구나 머뭇거리게 되는 시점이 있다. 김현주에겐 2년 전, SBS 드라마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를 끝낸 후가 그랬다. 19살에 데뷔해 10여 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김현주는 30살을 목전에 두고 자신의 20대를, 삶을 돌아봤다. 뭔가 부족했고 아쉬웠다. ‘나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란 철학적 물음이 밀려들었다.

“우울증이라고 하면 너무 우울한데….(웃음) 20대를 돌아봤더니 불같은 사랑을 한 것도 아니고 극진한 효도를 한 것도 아니더라. 그렇다고 일적으로 크게 성공한 것 같지도 않고. 그런 여러 가지 요인이 쌓여서 힘들었다.”

고민 끝에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로 마음먹은 김현주는 기한 없는 휴식에 돌입했다. 하고 싶은 걸 배우고 여행을 다니면서 지난 시간을 반성했고 남은 인생에 대한 계획도 세웠다. 그렇게 2년간 재충전을 즐기던 김현주를 다시 팬들 앞으로, 브라운관으로 불러들인 작품이 11월 7일부터 전파를 타는 KBS 2TV 수목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다.

‘인순이는 예쁘다’는 고등학교 시절 실수로 저지른 살인으로 감옥까지 갔다 온 인순이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진정한 사랑은 자기 안에 있음을 보여주는 성장 드라마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어도,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죄인이라 손가락질해도 삶의 희망을 놓지 않는 인순이와 그녀가 행복해지는 과정은 김현주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더 쉬고 싶었는데 꼭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불꽃’ ‘거짓말’ 등을 만든 표민수 감독님 작품이라 끌렸고 시놉시스를 보고는 ‘이거다!’ 싶었다. 당시 내 심리와 인순이의 심리가 맞아 떨어졌다. 자신감이 결여된 상태였는데 드라마를 통해 자신감은 물론 사랑, 행복,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어서 출연하게 됐다.”

‘인순이는 예쁘다’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거란 예감은 맞아 떨어졌다.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김현주는 기대치보다 더 큰 행복과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여자친구처럼 수다 떨면서 감정표현을 이끌어주는’ 표민수PD와 ‘자신과 비슷하게 무던한 성격인’ 김민준을 비롯한 동료배우들과의 호흡도 찰떡궁합이다.

“지금까지 15편 정도의 드라마를 했는데 ‘인순이는 예쁘다’ 같은 작품은 없었다. 너무 편하게 작업해서 벌써 다음 작품에 어떻게 적응하나라는 걱정이 든다”는 행복한 엄살을 부릴 정도.

작품과 역할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잘 하고 싶은 욕심도 많다. 긴 머리카락을 커트로 자른 건 기본, 인순이를 실존인물처럼 표현하기 위해 여배우로서 갖춰야 할 부분도 포기했다.

“예쁘지 않고 살인전과까지 있는 인순이가 점점 예뻐져서 나중엔 ‘인순이 정말 예쁘다’란 말을 듣게 되는 과정을 그리기 때문에 화면에 얼굴 잡티와 갖춰지지 않은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런 부분들이 친근한 이미지를 주고 인순이스러워서 오히려 마음에 든다. 인순이란 캐릭터에 실제 내 성격이 많이 녹아있어 더 애착이 간다.”

원래는 무척 시니컬했는데 쉬는 동안 많이 밝아졌다는 그녀의 성격은 연기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년만의 복귀와 MBC ‘태왕사신기’, SBS ‘로비스트’와의 경쟁에서 오는 부담을 밝은 성격이 상쇄시켜 주고 있는 것.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이라 사람들 반응이 궁금하긴 하지만 복귀 자체에 대한 조바심은 없다. ‘태왕사신기’와 ‘로비스트’를 봤는데 우리 드라마와 색깔이 너무 달라서 비교할 수 없을 것 같고 경쟁의식도 크게 자리 잡지 않았다. 시청률이란 결과가 나오고, 요즘 전반적으로 시청률이 낮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인터뷰 말미. “인생의 갈림길에 섰던 지난 2년을 잘 이겨낸 것 같아 뿌듯하다”는 김현주를 찬찬히 살펴봤더니 정말이다. 짧은 커트머리에 검은 블랙 미니원피스를 입고 시종일과 웃는 김현주는 2년 전, 아니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을 다듬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아름다움이다.

“요즘은 연기할 때도 나 자신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한다. 힘든 감정 신을 마치고 나면 아무도 말 안 해줘도 마음속으로 ‘현주야 잘했어’라고 한다. 감독님이 며칠 뒤에 잘했다는 칭찬을 해주시면 왜 이제야 말씀하시냐고 어리광도 부리고.(웃음)”

휴식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인순이는 예쁘다’를 통해 그 행복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졌으면 한다는 김현주. 그녀
는 이제 더 큰 사랑을 받을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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