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해’ 출연 조미령

올 한해 조미령은 누구보다 숨 가쁘게 달렸다. 5월에 종영한 MBC <고맙습니다>, 9월에 종영한 SBS <사랑하기 좋은 날>을 거쳐 곧바로 사전제작 드라마 <사랑해>와 이준익 감독의 신작 <님은 먼 곳에> 촬영에 돌입했다. 쉬지 못해 힘들 법도 한데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촬영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시원하게 웃는 조미령. 빡빡한 일정 속에서 보람차게 2007년을 마무리 중인 그녀를 <사랑해> 제작발표회에서 만났다.


조미령은 화면을 거치지 않고 실제로 마주했을 때 더 매력적이다. 생글생글 웃는 표정과 통통 튀는 목소리로 가식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모습이 친근하고 편안하다. 몇 분만 대화를 나눠보면 <별은 내 가슴에>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악역 이미지는 그저 연기일 뿐임을 알게 된다. 주책맞지만 의리 있고 귀여운 <고맙습니다>의 ‘소란’이나 까칠해 보이지만 털털하고 속 정 깊은 <사랑하기 좋은 날>의 ‘명진’ 캐릭터가 자연인 조미령의 느낌에 더 가깝다.

1995년 MBC 공채 24기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니 벌써 데뷔 12년차. 그동안 큰 공백없이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한 덕에 연기 내공도 상당하다. 소위 말하는 톱스타는 아니지만 어떤 작품, 어떤 역할을 맡겨도 맛깔스럽게 소화하는 ‘실력파 배우’다.

그런 조미령에게 이번엔 결혼 3년차의 유부녀 역할이 주어졌다. 안재욱과 서지혜, 환희와 박혜영 등이 출연하는 사전제작 드라마 <사랑해>에서다. 허영만 화백의 동명만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사랑해>는 각기 다른 세 부부의 모습을 통해 남이 아닌 우리네 결혼생활을 이야기하고 돌아본다.

극중 조미령이 맡은 캐릭터는 ‘나진희’.

결혼정보회사 팀장급 커플매니저인 진희는 나름 커리어우먼이지만 가정은 엉망이다. 이혼전문 변호사인 남편 ‘민호’는 룸살롱을 안방 드나들듯하고 갖은 방법을 동원해도 아이는 생기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외도를 알고 진희도 맞바람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다.

그동안 유부녀, 심지어 이혼녀 역할까지 해봤던 조미령이지만 실제론 미혼인 탓에 진희의 결혼생활과 맞바람 피우는 심리를 100% 이해하기란 불가능했다. 때문에 촬영 초반엔 혼란을 겪기도 했다고.

“결혼을 안 해서 그런지 처음엔 진희와 민호의 관계에 대해 이해 못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실제로 남편이 바람을 핀다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맞바람을 펴야 하나? 용서해야 하나? 그런 건 결혼 전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웃음)”

조미령의 고민을 해소시켜준 이는 민호 역의 공형진이었다. 출연진 가운데 유일한 기혼자인 공형진에게 조미령은 부부관계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건네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캐릭터의 중심을 잡아갔다.

“대본을 받고 진희 캐릭터는 상대역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형진 오빠랑 연기하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묻어갈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웃음)”

6회까지 촬영을 마친 지금은 진희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배신감에 잠깐 밖으로 눈을 돌린 거지 외도는 아니다”며 옹호발언까지 건넨다.

5월에 종영한 <고맙습니다>와 9월에 종영한 <사랑하기 좋은 날>에서 현재 촬영 중인 <사랑해>와 영화 <님은 먼 곳에>까지. 올 들어 쉴 새 없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조미령의 얼굴에선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사랑해> 내용이 워낙 유쾌한데다 평소 돈독한 친분을 자랑하는 안재욱, 공형진과 호흡을 맞추는 만큼 웃고 즐기며 촬영하기 때문이다. 이창한PD 역시 <별은 내 가슴에>를 함께 만든 사이라 편안하다. “웃겨서 NG가 날 정도”로 화기애애한 현장에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릴 정도.

특히 조미령은 <별은 내 가슴에>, <천생연분> 등에 함께 출연한 안재욱과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공현진의 말을 빌리자면 두 사람은 “서로의 과거에 대해 워낙 많이 알고 있어 라이벌이자 블랙박스 같은 사이”.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조미령은 안재욱과 제작발표회 내내 “서지혜씨와 안재욱씨 나이 차가 많이 나서 어색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어울린다”, “40이 다 돼가는 데도 조미령씨가 화면에 예쁘게 나온다” 등의 구박하는 대화를 주고받아 웃음을 선사했다. 조미령은 이창한PD와 안재욱, 공형진에 대한 애정을 ‘친정 식구’에 비
유해 드러내기도 했다.

“감독님은 자상한 친정아버지 같고 정말 잘 챙겨주는 형진 오빠는 친정어머니 같고 안재욱씨는 토닥토닥 다투는 친정언니 같아요. 그래서인지 <사랑해> 출연진 중에 남자는 환희씨 한명 뿐인 것 같아요.(웃음)”

바람에 휘청거리는 위기의 주부를 연기하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요즘 조미령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자주 든다. 유부녀 역할을 여러 번 해봤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란다. 이유는 공형진의 변함없는 와이프 사랑 때문.

“형진 오빠는 결혼한 지 꽤 됐는데도 아내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표현도 자주 하는데 그 모습을 옆에서 보니까 ‘저런 결혼이라면 할만하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만 가득한 결혼을 언제 실천에 옮길지 물었더니 시원한 웃음과 함께 ‘털털녀’ 조미령다운 대답이 들려온다.

“저도 그게 엄청 궁금해요. 혹시 알면 좀 알려주세요. 제가 언제 시집갈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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