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미니홈피 관심 폭발

연예인들의 미니홈페이지(미니홈피)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팬들은 물론 기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자신의 일상과 최근 모습을 보여주려는 연예인들의 노력 덕분에 발 빠르게 새 소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팬은 자료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도 좋아하는 스타의 모습을 보기위해 매일같이 해당 스타의 미니홈피를 찾는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최근엔 열애설, 결별설 등 각종 소문의 근거를 찾을 수 있는 요충지 역할을 하면서 연예인 미니홈피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탤런트 김희선의 미니홈피에 대한 관심이 식을 줄 모른다. ‘김희선 미니홈피’는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를 지키고 있고, 관련 기사도 인기기사 코너에 줄곧 링크될 정도다. 지난 10월 19일 청년 사업가 박주영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새색시’가 된 김희선이 미니홈피에 행복한 신혼생활을 속속들이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미니홈피에 다양한 사진을 올려 인기를 모은 김희선은 최근 신랑 박주영씨와 장보러 가기 전에 찍은 다정한 사진을 공개해 팬들로부터 “부럽다”, “행복해 보인다” 등의 반응을 끌어냈다. 특히 철저한 보안 속에 비공개 결혼식을 진행했던 김희선은 미니홈피에 결혼식 뒤풀이 사진, 10월 10일 함 받던 날 사진 등도 게재해 결혼식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줬다. 이런 사실이 기사화되면서 보다 많은 네티즌이 김희선의 미니홈피를 방문, 10월 26일에는 20만명이 훨씬 넘는 방문자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연예 관계자는 “기자들도 구하지 못한 결혼식 사진을 김희선 미니홈피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배우 김혜수의 미니홈피도 네티즌이 문턱 닳도록 드나드는 공간 중 하나다. 김혜수의 섹시한 자태는 물론 감각적인 사진과 음악, 좋은 글을 대거 접할 수 있어 팬이 아닌 이들도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루 방문자 수천명은 기본.

김희선과 김혜수를 비롯한 많은 연예인들의 미니홈피에는 이처럼 네티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인기스타일수록, 자료 업데이트가 빠를수록 방문자 수는 급증한다. 방송에서 보기 힘든 연예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혜수같은 섹시한 스타의 귀여운 쌩얼 사진, 지적으로만 보이는 아나운서의 망가진 모습, 왁자지껄한 촬영장 뒷모습, 술 때문에 붉어진 톱스타의 얼굴 등은 연예인 미니홈피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뿐만 아니라 미니홈피를 통해 연예인의 근황도 알 수 있다. 배우들의 경우 촬영 중인 작품에 대한 정보, 현장 분위기 등을 사진과 글로 남기고 가수들은 녹음실 풍경과 창작의 고통을 미니홈피에 스케치한다. 미니홈피 제목이나 다이어리 등을 통해 해당 연예인의 감정상태도 어렴풋이나마 추측할 수 있다.


미니홈피서 증거 찾아라!

최근 연예인 미니홈피는 또 다른 이유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각종 연예계 사고와 루머, 열애설 등의 근거를 찾을 수 있는 요충지로 떠오른 것. 특정 연예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미국의 C.S.I 뺨 때린다는 ‘네티즌 수사대’는 해당 연예인의 미니홈피를 1순위로 집중 공략한다.

사진, 글, 방명록을 샅샅이 뒤져 사건 혹은 소문의 흔적을 찾아내고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 검증해 증거자료로 인터넷에 올린다.

현재 연예계 최대 이슈인 아이비 협박 사건에도 미니홈피는 빠지지 않았다.

전 남자친구 Y로부터 아이비가 협박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네티즌은 가수 H가 “8개월간 교제한 여가수가 양다리를 걸쳤으며 엄지손가락에 다른 남자와의 커플링을 끼고 있었다”고 고백한 방송 분량을 찾아냈다. 이어 엄지손가락에 반지를 낀 아이비 사진과 아이비와 같은 모양의 반지를 착용한 Y의 사진을 포털사이트에 올렸다. 물론 Y의 사진은 그의 미니홈피에서 건져낸 것이다. 이로 인해 ‘아이비 협박 사건’보다 ‘아이비 양다리’가 더 관심을 모으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금은 헤어진 조승우-강혜정, 손태영-쿨케이를 비롯해 소이현-고유진 커플, 결혼을 앞둔 축구스타 김남일-아나운서 김보민 커플 등은 미니홈피에서 결정적 단서가 발견돼 열애 사실이 알려진 케이스다.


팬들과 교류의 장

연예 관계자들은 이같은 네티즌들의 미니홈피 수사가 심각한 사생활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과 사진을 동의없이 퍼가 민감한 사건의 자료로 사용하거나 일방적인 비난을 퍼붓는 건 옳지 못하다는 것.

실제 배우 이준기는 오래 전 지인의 미니홈피에 쓴 “일본 내 나라”라는 글로, 장근석은 일장기가 그려진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미니홈피 사진으로 네티즌의 질타를 받았고, 이는 찬반양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가수 보아, 데니안, 휘성 등의 미니홈피가 잇달아 해킹당하면서 미니홈피로 인한 사생활 침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아나운서 박지윤도 미니홈피를 해킹당하고 사진이 유출돼 큰 충격을 받았다.

장근석과 이준기 사건에 대해 한 연예관계자는 “일반인이라면 넘어갈 수도 있지 않았겠나”라면서 “그래도 지극히 사적인 미니홈피에 올라온 글과 사진임을 감안하며 너무 거센 비난을 받은 것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일부 네티즌은 “사생활 침해가 그렇게 걱정되면 1촌 공개 혹은 비공개로 미니홈피를 운영하라”고 하지만 연예인 입장에선 그렇게 하기에는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먼저 연예인에게 미니홈피는 팬들과 소통하는 장이자 팬서비스 공간이다. 꾸며진 이미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을 드러내 팬들과 보다 두터운 친밀감을 형성하고 색다른 이미지도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리 등을 통해 팬들에게 직접 전하지 못하는 현재 심경도 전할 수 있다. 방명록이나 댓글을 통해 팬들의 응원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알고자 하는 팬들의 욕망과 팬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려는 스타의 바람이 만나 오늘도 연예인 미니홈피는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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