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업 마인드

외국에 있는 친구가 갑자기 전화를 해서 영화 한편 만들어 보라고 한다. 제작비는 투자자가 대주고 판매는 배급사가 해주니 시나리오 기획만 잘하면 대박을 터트릴 것 아니냐고 단순하게 얘기한다. 몇 년 전에 영화제작에 손을 대었다가 1년 만에 고스란히 수억 원을 날린 추억이 떠올랐다. 씁쓸하다.

일반인들은 영화제작을 대박사업이나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생각한다. 초기 아이템 기획, 여러 번의 시나리오 수정, 스타 캐스팅 및 투자유치를 위한 노력 등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주인공을 섭외하기 위해서는 감독이나 제작사 대표가 배우집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까지도 있다. 이런 과정을 다 겪고 제작비 투자계약이 끝나면 아무 걱정 없이 제작만 전념하면 된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결정적인 금전 리스크는 제작비 초과분에 대한 제작사의 책임이다.

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일이므로 그 만큼의 변수도 많다. 변수가 많으면 99% 제작비는 초과되고 초과된 금액은 영화흥행이 안되면 고스란히 제작사와 대표 개인의 빚으로 남게 된다. 일반적으로 초과되는 액수는 제작비의 10% 정도라고 한다. 얼마 전에 왕의남자로 대박을 터트린 감독이 그 전까지의 빗이 수십억 원이었다는 것은 그전에 제작한 영화가 흥행이 안돼서 초과된 제작비를 자신의 채무로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예전에는 집 팔아서 영화제작을 했다지만 요즘은 초과된 제작비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위험을 무릎 쓰고 한국영화 제작에 전념을 다하는 제작사 대표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현재 한국영화의 평균제작비는 30억~50억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의 시장규모에 대비 해보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액수다. 몇몇 유수 투자회사에서는 평균 제작비가 반으로 줄어야 우리 영화에도 미래가 있다고도 한다. 이 비용의 상당부분이 출연료를 포함한 인건비에 지출된다. 그래서 주인공의 출연료를 인하하라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영화산업은 흥행업이다. 흥행업이란 10개의 프로젝트 중 1~2개가 성공해도 충분히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사업을 의미한다.

영화배우는 흥행업의 핵심 종사자이다. 그러므로 이런 “흥행업 마인드”를 가져야한다. 그래서 지금의 부담스러운 확정출연료를 고수하지 말고 좀 더 유연한 미니멈 개런티 및 러닝개런티 제도를 받아들여 제작비 부담을 줄여 준다면 한국영화의 밝은 미래를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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