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 영상 위해 11시간 촬영, 1억 투입

TV 역사극‘이산’과 ‘왕과 나’시청률 경쟁이 치열하다. ‘이산’은 조선 22대 왕 정조 일대기를 배경으로 사랑과 업적 등을 그린 드라마다. 또 ‘왕과 나’는 김처선이라는 실존 인물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거세한 ‘내시의 사랑’이라는 논픽션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드라마의 시청률이 더욱 드라마틱하다. 매주 시청률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매주 같은 시간, 사극 두 편을 놓고 리모콘 돌리기에 바쁘다. 또 두 사극의 연출가인 이병훈 PD와 김재형 PD의 숙명적인 경쟁관계도 화젯거리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왕과 나에서 소화라는 후궁이 숙의에서 중전으로 오르는 4분짜리 책봉식에 1억원의 제작비를 쏟아 붓기도 했다.


한명회를 비롯해 왕조의 세월, 용의 눈물, 여인천하, 왕의 여자 등을 연출한 고희(古稀)를 넘긴 김재형(71)PD. 대장금을 비롯, 허준, 서동요, 상도로 알려진 이병훈(63)PD가 사극으로 또 맞붙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극 연출의 대가로 알려진 이들은 ‘이산’과 ‘왕과 나’를 들고 나와 시청자들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렸다.


행복한 ‘사극 고민’ 빠진 늦가을
외나무다리서 만난 명 PD들


이들의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01년 SBS ‘여인천하’(시청률 33.3%)와 MBC ‘상도’(15.4%)의 첫 맞대결에서는 김 PD가 먼저 웃었다. 그러나 2년 뒤인 상황은 재역전됐다. 새롭게 진영을 갖춘 이 PD의 MBC ‘대장금’(46.3%)이 김 PD의 ‘왕의 여자’(7.6%)를 완벽하게 제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맞대결.

그러나 이들이 항상 꿈같은 시청률만을 기록한 것은 아니다. 김 PD는 3년 전 SBS ‘왕의 여자’에서 이 PD는 2005년 SBS ‘서동요’에서 명성에 걸맞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에 두 명의 사극명장에게 거는 시청자들의 기대가 어느 때 못지않게 뜨거웠다. 또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라이벌의 자존심 대결도 무엇보다 볼만한 이슈를 몰고 왔다.

우선 9월 17일 처음 방송된 ‘이산’의 시청률은 14.5%였으며 7회를 방송중인 ‘왕과 나’는 25.6%를 기록했다. 초반 ‘왕과 나’의 여유 있는 시청률 우위가 예상되면서 ‘이산’의 시청률은 점점 하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청률도 오래가지 않아 두 드라마의 시청률이 박빙의 경쟁을 벌이다 지난달 23일과 12일, 13일 ‘이산’이 ‘왕과 나’의 시청률을 앞질렀다.

지난 12일과 13일 ‘왕과 나’의 방송분은 시청률을 앞지른 ‘이산’을 의식하듯 극중 소화 역을 맡은 후궁 구혜선의 중전 책봉식과 궁중 연회 장면에 고주원, 오만석 등 출연진과 국악 연주단 무희, 관료, 상궁 등 보조 출연자, 스태프 등 400여명을 동원했다.

또 고증을 거쳐 옷과 음식, 무대장치, 소품 등에서 조선왕실의 최고급 문화를 재현했다. 단 4분짜리 방송을 위해 오전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11시간 이어진 촬영된 이 날 제작비는 1억원을 넘겼다.

이처럼 ‘이산’과 ‘왕과 나’ 김 PD와 이 PD 자존심 대결이 극이 중반에 달하면서 시청자들은 월요일, 화요일 즐거운 사극 보내기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또 ‘이산’과 ‘왕과 나’ 드라마의 흥미만큼 이들의 시청률과 양 PD의 명장싸움도 무엇에 비교할 수 없는 흥밋거리임은 확실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