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파 남자와 인기 여배우 조합

현재 개봉을 앞둔, 혹은 제작 중인 한국영화 가운데 <싸움>과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독특한 배우 조합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연기파 남자배우와 톱스타 여자배우가 커플로 출연하는 것. <싸움>에서는 설경구와 김태희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선 황정민과 전지현이 호흡을 맞춘다. 각각 연기와 인기라는 장점을 지닌 이들의 만남이 흥행이란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과 기대는 벌써 최고치에 달해 있다.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 황정민과 설경구. CF계를 평정한 인기스타 전지현과 김태희. 이들이 영화 속에서 각각 커플을 이룬다면 어떻게 될까? 쉽게 상상이 안가지만 얼마 후면 그 모습을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설경구와 김태희가 <싸움>이란 영화에서, 황정민과 전지현이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란 영화에서 호흡을 맞추기 때문이다.

<싸움>은 사랑해서 결혼까지 했던 남녀가 죽도록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돌이켜 보는 작품이다. 극중 김태희는 까칠한 성격의 유리공예가 ‘진아’ 역을 맡아 소심하고 매사 무심한 곤충학 교수 ‘상민’ 역의 설경구와 부부로 출연한다.

지난 10월 크랭크인, 현재 촬영에 한창인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믿는 남자가 이웃을 위해 벌이는 기상천외한 행동이 주는 따스한 웃음과 감동을 그린 휴먼 코미디. 황정민이 스스로를 슈퍼맨이라 생각하는 남자로 분해 열연을 펼치고 전지현은 슈퍼맨이었던 남자를 취재해 시청률 대박의 꿈을 이루려는 소규모 프로덕션의 PD ‘송수정’을 연기한다.


충무로 “감이 좋다”

현재 <싸움>과 <슈퍼맨이었던 남자>를 둘러싼 최대 관심사는 연기파 배우와 인기스타의 만남이 화제를 넘어 영화 흥행으로까지 이어지느냐다. 충무로에서 흔히 쓰는 말을 빌리자면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감이 좋다”는 게 상당수 영화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먼저 두 작품 모두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업’된다.

<싸움>은 <찜>, <고스트 맘마>, <하루> 등을 연출한 한지승 감독이 연출을 맡아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 속에 애증 관계에 있는 남녀의 심리를 콕 집어낼 예정이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말아톤>으로 500만 관객을 동원하고 <좋지 아니한가>로 남다른 유머감각을 선보인 정윤철 감독의 진두지휘 하에 웃음과 감동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외로(?) 잘 맞는 배우들의 연기 호흡과 화기애애한 촬영장 분위기도 흥행 예감에 청신호를 켠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동료배우에게 아낌없이 정을 주는 설경구와 소박하고 인간적인 황정민, 보기와 달리 털털한 김태희와 전지현이 서로 격려하며 최상의 연기 앙상블을 선보인다는 것.

실제로 최근 열린 <싸움> 제작보고회에서 김태희는 “촬영 전 설경구 선배가 많은 격려를 해주셔서 큰 힘을 얻었다”는 말로, 설경구는 “김태희가 깔끔하기보다 털털하고 무던한 성격이다”는 말로 친분을 과시했다. 전지현의 경우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출연 이유에 대해 “모든 여배우가 욕심낼 정도로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황정민씨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고 밝혔다.


김태희·전지현 파격변신 기대

여기에 김태희와 전지현의 새로운 이미지, 남다른 연기 열정도 흥행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서울대 출신의 지적인 이미지와 미모로 사랑받은 김태희는 <싸움>에서 격렬한 애정 다툼을 벌이는 다혈질 여인으로 등장해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정적인 역할만 주로 해 <싸움>을 통해 새롭고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태희는 손이 부을 정도로 설경구를 독하게 때리고 다양한 액션신을 소화하며 연기변신을 준비했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별다른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데다 “비슷한 이미지만 고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전지현도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를 통해 변신을 꾀한다. 동정심이라곤 조금도 없는 휴먼다큐PD ‘수정’ 캐릭터를 아름다운 이미지를 벗어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를 위해 전지현은 트레이드마크였던 긴 생머리를 잘라 엉성한 파마머리로 만들고 메이크업도 거의 하지 않고 촬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전 출연진 가운데 가장 긴 시간동안 정윤철 감독과 의견을 교환하며 캐릭터를 잡아 가고 있다. 전지현 스스로 “송PD는 지금껏 맡았던 배역 중에 가장 현실적이다. 이런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할 정도로 작품과 캐릭터에 푹 빠져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미지 변신과 연기력을 인정받는 게 급선무였던 김태희와 전지현에게 <싸움>과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꼭 필요한 시기에 만난 최고의 작품”이라며 “좋은 감독, 연기파 배우와의 작업으로 신선한 모습과 잠재된 연기력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물론 두 작품이 실패할 위험도 적진 않다. 김태희와 전지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두 배우가 여전히 예쁘기만 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느낀다면, 혹은 설경구-김태희, 황정민-전지현의 만남이 관객에게 부조화로 다가간다면 흥행을 장담하긴 힘들다.

연기파 남자 배우와 인기 여자 스타의 만남으로 화제만발인 <싸움>과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두 작품의 흥행 여부를 알 수 있는 뚜껑은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잇달아 열린다. 12월 13일, <싸움>이 먼저 뚜껑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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