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연예인 성형 논란

5인조 여성그룹 베이비복스 리브의 전 멤버 ‘한애리 사건’을 계기로 ‘연예인 성형’이 새삼 화제다. 연예인 성형을 둘러싼 관심과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점점 거세지는 성형열풍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얼굴에 칼을 댄 연예인들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정신이 여실히 드러나는 연예계에서 성형은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연예인 성형, 그 원인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연예계, 성형공화국 수도?


지난 11월 19일. 한 지상파 뉴스를 통해 5인조 여성그룹 베이비복스 리브의 전 멤버 한애리가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세간에 충격을 줬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26일 서울 강남의 모 성형외과의원에서 가슴확대수술을 받은 한애리는 인근 치과의원에서 곧바로 안면윤곽수술을 받았다. 얼굴에 흉터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비강 속으로 도구를 넣어 수술하던 중 턱 안에 응고 출혈이 생겼고 그는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사흘간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하지만 출혈이 멈추지 않아 11월 17일 같은 종합병원에서 150cc 혈액 40여개를 투여하는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이어 11월 19일 일반병실로 옮겨져 22일 현재까지 휴식을 취하고 있다. 22일 오후 한애리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죽도 먹을 만큼 건강이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가슴수술은 했지만 안면윤곽수술이 아니라 치아교정수술 중 얼굴뼈를 다쳐 출혈이 생긴 것이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애리의 해명과 상관없이 이번 일을 계기로 불붙은 ‘연예인 성형 논란’은 쉽게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연예계에 부는 성형열풍이 지나치고 그 열기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형 공화국’ 대한민국의 수도는 연예계다”는 한 방송관계자 말처럼 연예계에서 성형은 일상적인 일이다. ‘자연미인’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고 일반인들도 연예인들 성형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가슴확대수술, 턱이나 광대뼈를 깎는 수술, 지방흡입 등의 위험천만한 수술을 받는 연예인이 많다보니 보톡스 시술이나 쌍꺼풀수술은 수술 축에도 끼지 못한다.

공백기나 활동영역 변경을 앞두고 조금씩 얼굴을 손보는 것도 연예계에선 하나의 관례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많은 연예인이 쉬고 난 뒤 ‘약간’ 달라진 얼굴로 컴백해 대중들로부터 성형의혹을 받는다. 몇몇 연예인의 경우 인터넷에 떠도는 데뷔 전후 사진을 비교해보면 “같은 사람 맞아?”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당당하게 고백 vs 후유증에 눈물

개방적인 사회·방송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엔 연예인들이 성형사실을 당당하게 밝히는 추세다. 김남주를 필두로 현영, 옥주현, 전혜빈, 양미라 등 많은 여자연예인들이 업그레이드된 미모를 위해 의학의 힘을 빌렸음을 고백했다. 일부 개그우먼들은 자신들의 성형사실을 개그소재로 삼아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멤버 환희, ‘신화’ 멤버 김동완, ‘듀크’ 멤버 김지훈 등 남자연예인도 성형사실을 방송에서 실토했다.

성형사실을 고백한 연예인들 대부분은 수술결과에 만족하거나 주변 반응이 좋은 이들이다. 더러 일부는 도저히 성형사실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티가 많이 나는 이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모든 연예인들이 얼굴에 칼을 대고 행복과 만족감을 얻는 건 아니다.

수술 실패로 엄청난 고통을 겪는 이들도 적지 않다.

본명보다 ‘종말이’란 애칭으로 더 유명한 탤런트 곽진영은 지난 9월 한 케이블방송에 출연해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방송활동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드라마 <아들과 딸>로 1990년대 중반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녀는 대중의 뇌리에 각인된 ‘종말이’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쌍꺼풀수술을 감행했다. 하지만 눈이 감기지 않는 부작용이 생겨 방송에 복귀할 수 없었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일상생활 까지 지장을 받았다. 수술을 했던 의사는 결국 자살했다.

유명 혼성 댄스그룹 여성멤버였던 A씨는 지난 3월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해당 병원을 상대로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A씨는 소송을 내며 “2005년 쌍꺼풀, 코, 안면윤곽수술 등을 받았으나 1년이 되지 않아 코가 주저앉고 눈 주위에 흉터가 남았다. 광대뼈 주위에 감각 이상 증상도 생겼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음반발표가 늦어지는 등 연예활동을 할 수 없게 됐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아주 심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A씨에게 패소판결을 내렸다. 그 정도의 진료상 과실로는 의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

곽진영이나 A씨처럼 심각한 부작용은 아니지만 ‘성형 전보다 못하다’는 비난을 받는 연예인도 상당수다. 일부 중견연기자들의 경우 성형으로 기존의 온화한 이미지가 사라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성형수술 부작용을 겪는 연예인들이 더욱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 성형외과의원장 B씨는 “아무리 의술이 발달해도 성형수술 부작용이 100% 사라질 수 없다. 연예인의 경우 일반인들보다 위험한 성형을 많이 하고 횟수도 잦아 부작용 위험이 더 크다”고 경고했다.


성공·자기만족 위해 성형

연예인들이 비난과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성형수술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인들이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가장 크고 기본적인 이유는 대중의 사랑을 받고 성공하기 위해서다.

가수는 가창력, 배우는 연기력이 기본이지만 연예계에선 재능과 더불어 혹은 재능보다 앞서 외모가 우선시되는 경향이 짙다.

대중도 적당히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해도 예쁘고 잘 생긴 사람에게 호감을 갖게 마련이다. 연기파 배우나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보다 출중한 외모를 가진 이들이 톱스타 반열에 오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여자연예인의 경우 외모가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강하다. 일단 예뻐야 오디션에도 유리하고 대중에게 어필하기도 쉽다. “뭐든 예쁜 게 좋다”는 ‘친절한 금자씨’ 말은 여자연예인에게 명언인 셈.

상황이 이렇다보니 많은 연예인들이 성형으로 단점을 보완해서라도 성공과 인기를 잡으려 한다. 물론 연기력이나 가창력만으로 성공한 이들도 있다. 그러나 외모로 성공한 이들에 비하면 그 비율은 낮다. 때문에 상당수 연기자들이 실력으로 승부하는 좁고 험한 길보다 외모로 시선을 사로잡는 넓은 길을 택한다.

신인 여배우를 맡고 있는 매니저 C씨는 “엽기적이거나 독특한 콘셉트가 아닌 이상 여자연예인, 특히 배우는 외모가 중요한 게 사실이다. 오디션을 볼 때도 특별히 원하는 이미지가 없을 경우 일단 예뻐야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전했다.

‘자기만족’도 연예인들의 성형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미모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들만 모인 연예계에서 생활하면서 일부 연예인은 과거엔 몰랐던 외적인 단점을 발견하고 자신감을 잃기도 한다. 화면에 비치는 모습이 실물보다 못해 속상해하고 얼굴과 몸매에 대한 대중의 지적도 귓전을 맴돈다. 이런 불만족을 해소하기 위해 연예인들은 성형외과의원을 찾는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환희도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고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성형이유를 밝혔다.


개성 없는 ‘인조미인’은 감점

일부 연예인은 이미지 변신을 위해 성형이란 극약처방을 쓰기도 한다. 연예인은 지속적으로 새 모습을 선보여야 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의상, 헤어스타일 등으로 줄 수 있는 변화는 한정적이다. 대중의 뇌리 속에 특정이미지가 강하게 새겨져 있다면 변신은 더 힘들어진다. 이럴 경우 연예인들은 성형을 생각한다.

실제 곽진영은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준 ‘종말이’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양미라도 “‘햄버거 소녀’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성형이유를 밝혔다.

이런 이유로 과거엔 소속사에서 성형을 먼저 제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속사 관계자들이 전문가(?) 입장에서 연예인들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 보완하고 활동을 시작한 것. 때문에 성형비용도 소속사에서 대주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연예인과 소속사가 합의아래 성형수술을 하는 편이다. 신인의 경우 비용은 여전히 소속사에서 내주는 편이지만 성형을 강요하는 사례는 드물다. 오히려 연예인들이 성형을 적극 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소속사와 계약을 맺기 전에 스스로 성형수술을 해 더 이상 손댈 필요가 없는 신인도 상당수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신인들도 모두 성형을 했더라. 고등학생 심지어 중학생들도 성형을 한다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는 매니지먼트 관계자의 말은 가
히 충격적이다.

성공과 자기만족을 위해 단행하는 성형. 하지만 지나친 성형은 연예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최근엔 신선하고 참신한 얼굴에 후한 점수를 주는 추세라 지나친 성형미인은 오디션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중도 성형으로 ‘자매’로까지 보이는 비슷비슷한 연예인 얼굴에 질린 지 오래다.

8년 차 매니저 E씨는 “오디션을 보거나 방송관계자, PD와 대화를 나눠 봐도 성형한 티가 너무 많이 나거나 기존 연예인과 비슷한 얼굴을 가진 이들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며 “신선한 얼굴이 대세인 만큼 성형을 하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완전 잃어버려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세간의 우려와 논란, 심각해지는 후유증 속에서도 연예인들의 성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