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연예 잠망경

10여 년 동안 필자는 수많은 연예인들 및 연예인 지망생들과 업무관련 미팅을 해왔다.

이들 중에 대화가 잘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랜 시간 대화를 한 뒤에도 도대체 서로 무슨 얘기를 했는지 또는 진실로 내말을 이해했는지가 무척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네, 네” 하면서 머리를 끄떡이는 사람…정말 답답하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 남다른 외모와 재능이 필요하다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끼”라고 생각한다.

노래 잘하고, 춤 잘 추고, 잘 논다는 의미의 “끼”가 아니고 서로 의사가 잘 통한다는 의미의 “끼”다. 남을 유혹 할 때 쓰는 “끼 부린다”는 의미의 “끼”가 아니고 상황 판단을 잘하고 빠른 이해 능력을 갖추었다는 의미의 “끼”인 것이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총명함(brightness)이다.

영화, 드라마 ,공연, 광고 등의 연예활동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공동 작업이다.

여기서 연예인이 “끼”를 발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즉 감독의 의중을 정확히 이해해서 행동하고, NG 없이 연기 또는 노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촬영장 또는 공연장의 분위기를 밝고 즐겁게 해주는 것 까지. 이 모든 행위가 바로 연예인의 능력인 “끼” 인 것이다.

최근 한 방송프로에서 “끼”가 모자란 연예인들을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다.

예능 프로에서 “rose”를 “lose”로 써놓고 뿌듯해 하거나, “닭”을 “닥”으로 표기하다가 틀렸다고 하니까 다시 “닦”으로 고치면서 미소 짖는 인간. 또 스피드 퀴즈에서 “화교”를 중국을 대표하는 종교라고 황당한 설명을 하는 인간, 그것을 “화교”라고 대답하여 정답을 맞히는 희한한 인간…. 참 가지가지 한다.

이런 “끼”가 모자라는 연예인들의 수명이 오래 갈 리가 없다.

수많은 연예관련 시상식에서 수상자가 수상소감에 외모, 가창력, 또는 연기력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표시를 한다. 앞으로는 여기에 연예인에게 꼭 필요한 “끼”를 주신 부모님께 고마움을 나타내는 것 또한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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