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 탤런트 이요원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결혼 전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미시 탤런트 이요원. 아픈 심장을 부여잡고 환자 고치기에 고군분투하고(<외과의사 봉달희>) 독재군부에 짓밟힌 광주시민들을 위해 가두방송을 했던(<화려한 휴가>) 그녀가 ‘못된 사랑’에 빠졌다. 상대가 한류스타 권상우라니 더없이 흥미롭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실제가 아닌 KBS-2TV 새 월화드라마 <못된 사랑>에서니까.



12월 3일 첫 전파를 탄 <못된 사랑>은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삼각관계를 그린 정통멜로 드라마다. 반항적인 재벌 2세 강용기(권상우)와 용기의 이복누나 남편이자 야심가인 이수환(김성수), 고고한 첼리스트 나인정(이요원)의 절절한 사랑을 보여준다.

<못된 사랑>은‘한류스타’ 권상우의 2년 8개월 만의 안방극장 컴백작이란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이요원은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다. 30%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와 700만 관객을 동원한 <화려한 휴가>로 최고의 한해를 보낸 그녀에게 인기사극 <이산(MBC)>, <왕과 나(SBS)>와 경쟁해야 하는 <못된 사랑>은 부담스러운 작품이었다. <못된 사랑>이 2년 전 비와 고소영 주연으로 준비됐다 무산된 점, <푸른 안개> 후 정통멜로물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출연을 망설이게 했다. 중산층 가정에서 곱게 자라 첫사랑 수환이 준 상처로 성격이 180도로 바뀌는 인정 역할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대본을 읽고 어려운 인정이란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이산>, <왕과 나>와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도 신경 쓰였고.”

하지만 연출을 맡은 권계홍 PD, 이유진 작가와 대화를 나누며 이요원의 심경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정통멜로물에 대한 욕심이 커졌고 인정 역이 자신에게 안성맞춤이란 판단도 들었다. 특히 할 말 다하는 성격으로 변한 인정에게서 자신과 닮은 면을 발견했다.

“대본을 읽다보면 다른 배우에게 더 잘 어울리겠다 싶은 캐릭터도 있는데 인정은 내가 해야겠다, 정말 잘할 수 있겠다 싶은 역할이었다. 실제 성격이 솔직하고 말투도 무뚝뚝한데 수환과 헤어진 뒤 달라진 인정이 나와 비슷하다. 실제 나를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출연 결정을 내리자 시청률 걱정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자신이 언제부터 시청률에 연연했나 싶더라는 것.

“지금까지 하고 싶은 작품에 출연했고, 시청률이 잘 나온 드라마도 많지 않았다. 운 좋게 <패션 70s>와 <외과의사 봉달희>가 인기를 얻으면서 시청률을 의식하게 됐고 그 무렵 <못된 사랑> 출연제의를 받아 고민했다. 그러다 내가 인기스타도 아니고 언제부터 시청률에 신경 썼나 싶어 반성하게 됐다. 출연 결정을 내린 뒤부터는 <못된 사랑>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잘 봐주면 좋겠지만 욕심은 없다.”

상대 배우 권상우도 이요원이 시청률 부담을 없애는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못된 사랑>에 대한 권상우의 자신감이 워낙 강해 이요원까지 긍정적인 힘을 얻고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도 ‘업’ 되고 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권상우와의 연기호흡은 어색하지만 이요원은 점점 좋아질 거라 믿는다. 과거 뮤직비디오에 같이 출연한 적 있어 권상우와 호흡이 잘 맞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김성수와 더 빨리 친해졌다는 에피소드를 밝힌 이요원. 그는 “주변에서 우리 둘이 어색하다고 놀리니까 더 어색해지는데 촬영이 거듭되면 좋아질 것이다”며 소녀 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연약하고 청순한 외모와 달리 자신에게 주어진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이요원은 <못된 사랑>에서도 뜨거운 연기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그녀는 몇 회 등장하지 않는 첼로연주 장면을 위해 10월 말부터 개인레슨을 받았다. 비중이 아무리 작은 장면이라도 시청자들은 놓치는 법이 없고 스스로도 대충 넘어가는 건 용납하지 못해 기울인 노력이다.

극중 수환의 아내로 출연하는 김가연에게 맞는 장면을 찍을 때도 이요원은 “한 번에 끝나게 세게 때려 달라”며 몸을 아끼지 않았다. 김가연이 “첼로 활로 맞을 때도 몸을 사리지 않더라. 이요원은 정말 프로”라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

하지만 뒤늦게 출연을 결정한 탓에 어려움도 많다. 자타공인 최고의 ‘눈물여왕’인 이요원은 촬영 중 눈물이 안 나오는 당황스러운 경험까지 했다.

“1부에서 5년 전 수환과 헤어질 때의 장면이 나오는데 눈물 흘리는 부분이 많다. 상대배우와 몇 번 만나지도 않고 감정이입도 완벽하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버림받는 연기를 하느라 무척 힘들었다. 솔직히 우는 연기는 자신 있는데 드라마를 찍으면서 눈물이 안 나오긴 처음이었다.”

무뚝뚝한 성격의 이요원에게 닭살 연기와 닭살 멘트는 또 다른 난관이다. “난 당신한테 빠져 죽을 것 같아”처럼 닭살스러운 대사가 너무 많아 걱정했다는 이요원은 “눈 딱 감고 촬영중”이라는 말로 드라마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고민 끝에 출연했고 힘들지만 자신감을 갖고 촬영하고 있기 때문일까. 이요원은 “정신없이 참여하게 돼서 감이 잘 안 잡혔는데 예고편 영상을 보니 대본보다 더 슬프고 아기자기하게 나온 것 같다. 올 겨울 많은 사람들이 <못된 사랑> 생각을 했으면 한다”며 작품에 대한 강한 애정을 나타냈다.

잔인한 사랑으로 울고 웃는 여인으로 분해 연약함과 강렬함을 동시에 선보일 이요원.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그녀가 <못된 사랑>으로 한껏 치솟은 인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 지 자못 궁금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