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자기 이름 건 속옷 브랜드 출시

스타들의 속옷 경쟁이 치열하다. 소비자로서가 아닌 생산자로서의 경쟁이다. 여자 연예인들이 앞 다퉈 자신의 이름을 건 속옷 브랜드를 론칭, TV홈쇼핑 중심으로 팔고 있는 것. 화려한 연예인들의 ‘속’까지 따라잡고 싶은 대중의 욕망, 남다른 패션 감각과 S라인 몸매를 사업과 연결시키려는 연예인들의 바람이 만들어낸 ‘연예인 속옷 브랜드’ 열풍. 그 현주소를 짚어 본다.


연예인 속옷 브랜드 ‘대박’


섹시가수 채연이 자신의 이름을 건 속옷 브랜드 ‘씨클로젯(Cycloset)’을 출시했다. 채연은 지난 11월 30일 GS홈쇼핑을 통해 씨클로젯을 공개함과 동시에 본격 판매에 나섰다. 사업성공을 위해 직접 속옷 모델로까지 나섰다.

채연의 참여로 연예인들의 속옷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졌다. 채연 외에도 황신혜, 변정수, 이혜영, 엄정화 등 여러 여자 톱스타가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속옷 브랜드를 출시해 TV홈쇼핑을 중심으로 판매 중이다. 토니 안, 이정재, 정우성, 탁재훈 등 남자연예인들도 속옷사업에 나섰지만 대세는 여자연예인들 중심이다.

여자연예인 중 가장 먼저 속옷사업에 뛰어든 주인공은 탤런트 황신혜. 40대라고 믿기 어려운 완벽한 몸매와 미모를 자랑하는 황신혜는 2004년 현대홈쇼핑을 통해 자신의 세련된 이미지를 반영한 속옷브랜드 ‘엘리프리’를 출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황신혜만이 아니다. 여자연예인이 만든 속옷브랜드 대부분이 만만치 않은 판매율을 자랑한다. 출시방송에서부터 대박을 터뜨
리고 그 인기를 유지해 홈쇼핑 ‘효자종목’으로까지 인정받고 있다.

의류브랜드 ‘엘라호야’로 성공을 거둔 변정수는 최근 현대홈쇼핑을 통해 언더웨어 브랜드 ‘엘라호야 시크릿’를 선보여 1차 방송에서만 8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적지 않은 연예인 속옷브랜드가 나와 있는 상황에서 기록한 성적이라 현대홈쇼핑 쪽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엘라호야 시크릿은 현대홈쇼핑 연말 ‘왕중왕 전’에서도 방송된다.

엘라호야 시크릿 관계자는 “변정수의 톡톡 튀는 패션센스를 반영한 디자인이 20~30대 여성들 호감을 산 것으로 보인다. 반응이 좋아 제품량을 늘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혜영도 수백억원대의 매출을 자랑하는 의류브랜드 ‘미싱도로시’로 속옷시장에 진출,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 7월 CJ홈쇼핑을 통해 소개된 ‘미싱도로시 이너웨어’는 첫 방송에서만 4억5천만원판매고를 기록했다. 그 뒤 방송 1회당 평균 4억3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의류업체 관계자는 “미싱도로시 이너웨어는 미싱도로시의 높은 인지도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미싱도로시 특유의 귀엽고 깜찍한 제품디자인도 인기비결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수 겸 연기자 엄정화가 GS홈쇼핑과 손잡고 내놓은 속옷브랜드 ‘코너 스위트’ 반응도 뜨겁다. 지난 10월 19일 첫 방송된 코너 스위트는 예정된 방송시간 70분 중 50분 만에 다 팔렸다. 이날 기록한 판매액만 6억원. 10월 28일에 있은 2차 방송에서도 3천600세트가 40분 만에 모두 팔려 ‘엄정화 파워’를 확인시켰다. 특히 엄정화는 오프라인매장에서 파는 언더웨어브랜드 ‘줌 인 뉴욕’까지 출시, 남다른 속옷사랑을 과시하고 있다.

중견탤런트 박정수의 경우 ‘수안애’란 브랜드로 중년여성들 관심을 끌었다.


美를 향한 여심 자극

이처럼 여자연예인들의 속옷브랜드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언더웨어가 패션의 일부로 인식되면서 속옷에 대한 여성의 관심과 욕심도 커졌다. 보다 감각적인 속옷 착용을 통해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싶은 여성들에게 미의 대명사인 여자스타들이 내놓은 속옷은 더 없이 매력적인 제품이다. 황신혜, 변정수, 이혜영, 엄정화 등 남다른 패션감각과 S라인 몸매를 자랑하는 여자연예인들이 속옷브랜드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홈쇼핑을 통해 연예인속옷을 산 곽은정(학원 강사·29)씨는 “연예인 속옷 브랜드 제품들은 디자인이 예쁘고 독특해서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입고 있으면 조금 더 세련되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여자연예인 입장에서도 톡톡 튀는 감각과 아름다움을 나타낼 수 있는 언더웨어사업은 한번쯤 욕심을 내볼 만한 분야다. 이미 형성돼 있는 인지도 덕분에 홍보가 쉬움은 물론이다. 한 연예관계자는 “수요가 있는데 능력을 갖춘 연예인들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여성 속옷시장은 세련된 여자연예인들에게 블루오션 같은 곳”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미지로만 사업을 성공시킬 순 없는 법. 언더웨어시장에 뛰어든 여자연예인들은 제품의 질 향상을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연예인들의 제품관리는 더욱 철저하다.

현재 연예인표 속옷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싱도로시 이너웨어’의 이혜영과 ‘엘라호야 시크릿’의 변정수가 대표적인 예이다.


철저한 제품관리도 성공비결

이혜영은 속옷 제작과정 전반에 참여한다. 디자인은 기본, 기획, 원단 선택 등 미싱도로시 이너웨어가 만들어지기까지 이혜영의 손을 거치지 않는 부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옷 전문브랜드와의 협력으로 실용성까지 갖췄다.

패션모델 출신답게 독특하고 감각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는 변정수는 꼼꼼한 제품점검으로 유명하다. “털털한 성격과 달리 제품검사만큼은 칼”이라는 게 관계자들 말이다. 엘라호야 시크릿의 현대홈쇼핑 첫 방송을 위해 8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쳤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변정수는 제품 질을 높이기 위해 국내생산을 고수하고 있다.

엘라호야 시크릿 관계자는 “1차 방송에선 국내 생산된 본 제품과 중국에서 만든 사은품을 선보였지만 12월부터는 모든 제품을 국내에서 만들 계획이다.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제작단가가 올라가지만 제품 질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홈쇼핑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만든 속옷이라고 제품질이 낮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홈쇼핑에서 방송되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연예인 속옷브랜드의 반품율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제품 질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속적인 노력 기울여야

TV홈쇼핑 위주의 판매도 사업성공을 위해 연예인들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홈쇼핑을 통해 속옷을 팔 경우 오프라인매장을 여는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실패해도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제품홍보가 매출로 직결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TV홈쇼핑을 통해 브랜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자연예인들은 홈쇼핑판매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연예인들의 속옷시장 진출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싼 가격과 높은 인지도를 이용, 당장은 뜨거운 반응을 얻겠지만 장기적 성공은 불투명하다는 것. 속옷도 사업인 만큼 지속적인 개발과 관리가 필요한데 속옷브랜드를 출시한 대다수 여자연예인들이 방송활동과 사업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 견해는 더욱 짙어진다.

실제로 변정수, 이혜영, 황신혜, 엄정화 등이 만든 속옷브랜드처럼 꾸준히 팔리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드물지만 1회 방송으로 그친 사례도 있다.

한 연예관계자는 “속옷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연예인들은 오랜 준비기간과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사업과 연예활동을 같이하기 위해 자기관리도 누구보다 철저하다.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해 사업에 실패하거나 제품질이 떨어질 경우 이미지에도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속옷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1조원에 달하는 언더웨어시장에서 1천억원 정도를 차지한다는 연예인들의 속옷브랜드. 그 열풍과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지고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 지 궁금해진다. 혹시 또 모르는 일이다. 여자연예인 가운데 ‘보디가드’를 만든 주병진처럼 ‘제2의 속옷 전문CEO’가 나올 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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