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방지책부터 중소기업들 챙기기까지 ‘바쁘다 바뻐’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대기업들의 이색 추석풍경을 들여다봤다. 국내 대기업들은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 금지법’(김영란법)으로 인해 추석 연휴를 전후로 협력업체나 대리점 등 거래 관계자에게서 배달되는 명절선물을 반송하며 부정청탁 및 특혜제공 방지에 나섰다.

포스코는 지난 8일부터 오는 19일까지 포항과 광양, 서울지역 문서수발센터에 추석 선물 반송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접수된 선물 가운데 반송이 가능한 물건은 양해를 구하는 스티커를 붙인 뒤 보낸 사람에게 돌려보내고, 농수산물이나 반송이 곤란한 물품은 사외기증, 사내경매를 통해 처리한다. 경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포스코그룹과 외주 파트너사 임직원이 급여의 1%를 기부해 설립한 공익재단(포스코 1% 나눔재단)에 기탁된다.

포스코는 지난 2003년 윤리규범을 선포한 이후 설, 추석 등 명절에 이해관계자와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윤리적 명절문화 정착’ 캠페인을 펼쳐왔다. 해당 캠페인으로 포스코가 2003년부터 올해 설까지 반송하거나 사내경매에 부친 명절선물은 모두 1810건에 달한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 2014년부터 명절 선물을 돌려보내는 창구를 마련했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접수한 선물을 반송조치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거래처에 선물을 안 받겠다고 미리 통보하고 부득이 받게 되면 총무팀에 보내 반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 당사자로부터 명절 선물을 받았을 때 취해야 할 행동을 양식화 한 ‘추석 선물수수 일소 실천 지침’을 만들어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반송 창구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 다만 올해부터 ‘윤리실천 특별약관’을 재정해 투명거래를 위한 임직원 의식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특별약관은 기본적으로 계약 상대에게 받아내는 공정 거래 약속이지만 회사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약관 순회 설명회를 마련해 거래 투명화를 위한 사내 윤리의식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삼성그룹과 LG그룹도 별도의 선물 반송센터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평상시에도 협력업체로부터 선물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2000년 그룹 출범 당시 투명경영을 선포한 이후 협력업체에서 선물이 들어오면 이를 총무팀에 신고·반납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들어온 선물은 문서수발실 선물반송센터를 통해 보낸 사람에게 반송한다.

네이버는 포스코처럼 반송하기 어려운 과일·육류 등에 한해 사내 경매를 진행하며 낙찰금액은 임직원 기금으로 적립해 전액 기부하고 있다.

한편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설 연휴 당시에도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납품 대금을 조기에 지급하는 결정을 내리며 협력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덜어 주기에 나선 바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의 지난 2월 3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0대 그룹이 협력사에 설 연휴 조기 지급한 납품 대금은 5조7607억 원 규모로 2014년 대비 5조893억 원 13.1% 상승했다고 밝혔다.

올해도 LG그룹은 LG유플러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9개 계열사에서 1조3000억 원 규모의 협력사 대금 지불을 추석 연휴 전으로 앞당긴다고 발표했다. LG는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1조2000억 원 규모의 대금 조기 지급을 실시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등 5개 소속사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에게 총 1조1789억 원 규모의 대금을 연휴 전까지 지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설 연휴 당시에도 1조11억 원가량의 대금 지불을 조기 집행했다. 이처럼 대기업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추석풍경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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