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관련 金品 무조건 ‘불가’…업무 관련 부정청탁 ‘NO’ 

[일요서울|송승환 기자] 학교 담임교사가 성적평가 등 직무(職務)와 관련해 금품(金品)을 받으면 ‘3·5·10만 원’ 범위 내라도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또 언론인도 다른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직무와 관련해 골프 접대를 받을 수 없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과 관련해 언론사와 학교·학교법인 대상 직종별 매뉴얼을 각각 발간했다.

지난 6일 행정기관과 공직 유관단체 대상 매뉴얼이 나온 데 이어 이날 언론사와 학교·학교법인을 대상으로 한 매뉴얼이 나오면서 매뉴얼 발간이 마무리됐다. 

권익위는 오는 12일까지 각 기관의 청탁방지 담당관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추석 연휴 기간부터 홍보 자료를 배포할 계획이다. 

권익위가 분류한 14가지 부정청탁의 유형 가운데 교직원에게 적용되는 대표적인 부정청탁은 각급 학교의 입학·성적·수행평가 등의 업무와 관련해 법령을 위반해 처리·조작하도록 하는 행위이다. 

학교 성적을 조작해 달라는 청탁은 형법상 업무방해죄에도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 당사자 선정이나 탈락과 관련된 부정청탁도 처벌 대상이다. 

학교 또는 학교법인의 경우 학교급식 업무 관련 사업자 선정 등에 개입하는 행위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부정청탁은 해당 직무를 직접 처리하는 하급 교직원뿐만 아니라 결재선상에 있는 교감과 부총장, 결재선상에 있지는 않지만 지휘·감독권이 있는 교장, 총장, 이사장 등의 상급 교직원 등에게도 모두 성립된다. 

또 교직원 등이 부정청탁 의사를 명확히 했는데 동일한 사람이 또다시 부정청탁을 하거나, 다른 사람이 동일한 내용으로 부정청탁을 한 경우에는 모두 신고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직원은 가액기준 내에 있어도 직무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있는 금품 수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담임교사 등이 성적이나 수행평가 등과 관련해 학부모로부터 촌지나 선물을 받으면 가액기준 내에 있어도 처벌 대상이다.

■ 언론사 매뉴얼…시청자위원 등 선정·탈락 부정청탁은 처벌대상 

언론사에게도 공직유관단체나 언론인에게 적용되는 김영란법 조항이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직무 관련자로부터의 골프접대는 허용되지 않는다. 골프접대는 편의를 제공하는 금품의 일종으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금품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또 ‘3·5·10 만 원’으로 대변되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액도 모두 따라야 한다.

그렇지만 기사 청탁의 경우 법에 열거된 14가지 부정청탁의 유형 안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법(法) 위반이 아니다. 

권익위는 특히 언론사가 주의해야 할 부정청탁으로 시청자위원, 편집위원, 독자권익위원 선정이나 탈락과 관련된 청탁을 꼽았다.

■ 경찰 “김영란법 관련 표적·과잉 수사 원칙적 금지” 

한편, 경찰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표적 수사’나 ‘과잉수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 8일 김영란법 수사 매뉴얼 4천 부를 일선 경찰관서에 배포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500페이지 분량의 수사(搜査) 매뉴얼에는 112신고와 출동, 사건 접수, 수사진행과 종결 등 단계별 수사절차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신고와 관련해 경찰은 김영란법 시행령 제7조 1항 ‘서면 신고 원칙’에 따라 신고자 인적사항과 신고의 취지, 내용, 구체적 증거를 서면으로 작성해 본인 서명을 한 경우에만 신고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고자 인적사항이 불명확한 투서나 진정서는 거액의 금품수수가 의심되는 상황이 아닌 이상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서 반려(返戾)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특히 형사처벌까지 가지 않을 가벼운 위반 대상인 식사비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초과의 경우에는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이 112신고를 하더라도 경찰이 현장 출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 

또, 결혼식장, 장례식장 그리고 식당의 영업 피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반 사실 확인을 위한 경찰관의 현장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1회 백만 원이 넘는 금품수수 현장 등 즉시 수사 착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만 예외적으로 출동하기로 했다. 경찰은 청탁금지법에서 규제하는 공직자와 일반인 등이 400여만 명에 이르기 때문에 ‘서면신고 원칙’ 등 절차적 요건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지난 9일 전국 수사 경찰 간부 6백여 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마치고, 김영란법이 발효되는 28일까지 전국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마칠 예정이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김영란 법의 핵심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처벌할 수 있게 했다는 데 있다. 

이는 기존의 형법상 뇌물죄보다 한층 강화된 것으로, 그동안은 ‘스폰서 검사'나 ‘벤츠 여검사’ 사건에서처럼 공직자가 금품 수수를 했더라도 공직자의 직무와 상관이 없다며 무죄 판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김영란 법에서는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와 관련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하도록 했다.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의 경우에는 직무 관련성을 따져 해당되는 경우만 과태료(2배 이상 5배 이하)를 물게 된다. 또 금품을 제공한 사람도 똑같이 처벌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반부패법도 직무관련성 여부를 묻지 않고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뇌물 및 이해충돌방지법’ 제209조에 따라 공직자가 정부 외로부터 금품 등을 수수하면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에 처한다. 

이 법은 제공자가 아무런 청탁을 하지 않고 단순히 금품 등을 제공한 경우에도 처벌한다.

이에 더해 김영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를 통한 금품수수도 금지했다.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상관있는 금품을 수수한 경우 공직자가 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공직자가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공직자들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아는 즉시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해야만 하며, 신고하면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부과 등을 감경, 면제받을 수 있다.

식대·경조사비 등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금품의 범위는 시행령으로 정해진다. 국민권익위원회는 5월 9일 내놓은 시행령안에서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 원이 넘는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단체로 식사 대접을 받았을 경우 1인당 접대 비용은 n분의 1로 상한 여부를 따진다. 또 선물 금액은 5만 원 이내로, 경조사비 상한액은 10만 원 이내로 제한했다. 

경조사비에는 경조사 목적으로 보내는 화환이 포함되며, 경조사 목적이 아닌 승진 선물 등으로 화환을 보낸다면 5만 원의 선물 기준이 적용된다. 

외부 강의에 대한 상한액도 설정했다. 공직자의 경우, 장관급은 원고료를 포함해 시간당 40만 원, 차관급은 30만 원, 4급 이상은 23만 원, 5급 이하는 12만 원을 상한액으로 정했다.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의 경우에는 민간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직급별 구분 없이 시간당 100만 원까지 사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권익위가 내놓은 시행령안은 기존의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보다 완화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현재 행동강령은 선물 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시행령에서는 5만 원 한도로 허용해 촌지 수수가 여전히 나타날 수 있고, 경조사비는 행동강령의 5만 원보다 2배인 10만 원으로 늘어났다. 음식물 접대는 3만 원으로 동일하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과 관련한 처벌 규정도 강화했다. 기존에는 형법 130조에 따라 부정청탁의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경우에만 뇌물수수, 배임수재 등으로 처벌했으나 김영란 법은 돈이 오가지 않은 부정청탁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부정청탁의 사례를 ▲인·허가 등에서 법령을 위반한 청탁 ▲입찰 경매 등 직무상 비밀 누설 요구 등 15가지로 제시했으며, 공직자가 이를 들어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부정청탁을 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은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의 경우만 정했다. 본인이 직접 청탁하는 사례까지 금지하는 것은 합법적인 민원제기까지 가로막을 위험이 크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당사자가 제3자를 통해 공직자에게 부정 청탁했을 경우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하고, 이때 제3자가 공직자일 경우 제3자도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당사자가 제3자를 위해 공직자에게 청탁하면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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