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일정: 7월30일(수)~8월17일(일) 공연장소: 대학로 창조콘서트홀 문의전화: 02-518-5559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는 어느 날, 비를 피해 무너져 가는 나생문(성문) 앞에 세 사나이가 모인다. 나무꾼과 스님, 지나가던 행인, 행인은 그 날 벌어진 한 괴이한 살인사건 재판의 증인으로 참석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 이야기는 타조마루라는 산적이 사무라이를 죽이고 그의 부인을 강간한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먼저 관헌에 붙잡혀온 산적이 증언한다. 그는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사무라이의 부인이 너무 아름다워 흑심을 품었다고 자백한다.

좋은 칼을 보여주겠다고 사무라이를 속여서 그를 묶어 놓는데 성공한 산적은 사무라이의 눈앞에서 그의 부인을 겁탈하고 그녀에게 자신과 살 것을 권하자, 그녀는 사무라이와 타조마루가 결투를 벌여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 달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타조마루는 무사의 결박을 풀어주고 정정당당한 결투를 벌여 그를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무라이 부인의 증언은 또 다르다. 타조마루는 강간을 한 후 사라져 버렸고, 정조를 더럽힌 그녀를 바라보는 남편 사무라이의 눈빛에서 모멸감을 느껴 잠시 혼절했는데, 그때 그녀가 들고 있던 단검에 남편이 찔려 죽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무당의 입을 통해 증언되는 사무라이의 혼백은 타조마루에게 강간당한 부인이 남편을 죽이고 자신을 데려가 줄 것을 애원하는데 그녀의 말에 환멸을 느낀 타조마루는 성을 내고 사무라이를 풀어주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무사로서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고 게다가 부인에게까지 배신당한 사무라이는 그 자리에서 명예롭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던 중 이 살인사건의 진술을 돌이켜 생각하던 나무꾼이 이들의 증언이 모두 거짓이라고 소리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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