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했던 슈틸리케호 최종예선 첫 경기부터 고전…본선진출 안갯속
침대축구에 넉다운, 골 결정력 부족에 수비도 흔들…전략 부재 누구 탓

<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진출을 위한 최종예선의 막이 오른 가운데 슈틸리케 호가 A조 최약체들을 상대로 실망스런 결과를 받아들며 위기감에 휩싸였다. 더욱이 그간 갓틸리케라는 칭송을 받았던 감독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려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첫 단추 꿰기부터 실패한 슈틸리케호의 험난한 최종예선을 만나본다.


“남은 홈경기에서 전승을 거두겠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가진 귀국 기자회견에서 던진 각오다. 시리아전을 마치고 돌아온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시즌이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몸이 무거웠고 모든 선수들이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실수가 많아서 점유율도 문제였고 그래서인지 체력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아쉬운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이 승점 14점으로 진출했다. 이제는 2경기가 늘어났는데 승점 22점을 따야 본선 진출이 가능할 것 이다. 시리아전서 승점 1점을 획득했는데 앞으로 18점 정도 따내야 할 것 같다”며 남은 경기 선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더욱이 슈틸리케 감독은 당장 걱정해야 할 10월 A매치에 대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전서 침투패스가 적었고 시리아전서 문전 세밀함이 떨어졌다. 적어도 남은 홈경기에서 전승을 거둬야 하고 카타르전이 중요하다. 잘 대비하겠다”며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이처럼 슈틸리케 감독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이번 축구최종예선 1~2차전의 부진은 치명적이었다.

한국축구대표팀은 지난 1일, 6일 열린 중국, 시리아전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며 A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결과만 놓고 보면 썩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상대팀의 기세만 더 세워준 꼴이 됐다.

실제 중국은 경기를 마친 뒤 1점을 더 내주며 패했지만 일명 ‘공한증’을 극복했다며 자축했다.

또 최약체로 평가되는 시리아와의 무승부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상대의 ‘침대축구’가 예상됐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은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에 발목이 잡혀 단 한 차례도 골망을 가르지 못했다.

골 점유율은 우세했지만 유효 슈팅에서는 4대 2로 뒤지면서 실속은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뉴시스>

교체카드 버린 자만이
치명타

축구대표팀이 최종예선 1·2차전을 우려로 시작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느낌표가 물음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당초 슈틸리케 감독은 약체팀을 상대로 전승을 거둬 일찌감치 승점 6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중국, 시리아를 상대할 선수들을 소집하는 데도 반영됐다. A매치팀은 최대 23명까지 엔트리를 구성할 수 있다. 이에 대부분 대표팀들은 23명을 모두 채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21명의 선수를 발탁했다. 그러나 손흥민(토트넘)이 중국전만 뛰기로 되어 있었고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은 시리아전만 뛰기로 했던 만큼 사실상 20명 체제였다.

이마저도 석현준이 시리아전 개최지가 레바논에서 마카오로 변경되며 소집되지 않았고 대신 황의조(성남FC)가 빈자리를 채웠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3명을 추가로 발탁할 기회를 포기한 채 경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양보다는 질을 선택하며 정예 맴버 20명으로 상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번 두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문제가 가장 두드러졌다. 특히 덥고 습한 동남아의 날씨 탓에 새 시즌을 막 시작한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등 유럽파 선수들의 후반 중반 이후 급격한 체력 저하는 팀을 한순간에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 역시 걱정했던 바다. 하지만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축구대표팀에서 주축 역할을 하는 만큼 이제 막 시즌을 시작한 선수들의 컨디션이 정점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더욱이 기성용의 경우 4주간 군사훈련을 받느라 새 시즌을 완벽하게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했다는 점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안일한 대응은 아쉬울 뿐이다.

특히 20명만 데려간 슈틸리케의 선택이 내내 아쉬운 구석이다. 우선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해온 배려의 여유가 결국 실리를 놓치는 결과를 빚어냈다.

앞서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월 2차 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레바논 전과 태국 친선전에서 손흥민을 제외했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의 올림픽 와일드카드 발탁과 관련해 토트넘 구단에 3월 A매치에 차출 안하는 대신 올림픽 출전 허용을 부탁했다”고 올림픽팀을 위한 배려였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레바논의 밀집 수비를 허물지 못하자 빠르고 공간 침투에 능한 손흥민이 내내 아쉬웠던 것은 슈틸리케 감독 자신이었다.

또 첫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도 23명이 아닌 20명만을 차출해 데려갔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으로 이동해 경기를 뛰지 못하면 선수들이 소속팀으로 돌아가 독이 될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10월 부임 이후 줄곧 ‘배려’를 강조하고 있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위해 가능한 한 대부분의 선수들을 한 차례씩 선발로 나서게 한다는 게 슈티리케 감독의 의지다.

이 같은 슈틸리케 감독의 배려는 지난 여름까지 A매치 전적 29전 22승 3무 4패(쿠웨이트 3-0 몰수 승 포함)라는 괜찮은 성적표를 만들었다.

다만 이 기간에 만난 상대는 한국보다 한 수 아래는 아시아권 팀이 대부분이라는 약점을 갖고 있다. 결국 세간에서 우려했던 강호를 만났을 때의 문제점이 터지고 만 셈이다.

권창훈<뉴시스>

실속 놓친 배려축구
누구를 위해

슈틸리케호는 최종 예선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 하지만 23명 대표팀 정원조차 다 채우지 않으며 관계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물론 선수를 발탁하는 권한은 감독의 몫이지만 굳이 배려를 위해 예비 카드를 버렸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에도 선수들의 출전 배려 등을 고려한 결과였다. 손흥민은 중국전만 뛰기로 했고 터키 트라브존스포르로 이적한 석현준은 소속팀 적응을 고려해 뒤늦게 소집을 취소했다.

결국 대표팀 공격수엔 대표팀에 처음 합류한 황희찬(잘츠부르크)뿐이었다. 수비도 사정은 비슷했다. 박주호(도르트문트), 김진수(호펜하임), 윤석영 등 유럽파들의 부진이 겹치며 왼쪽 수비엔 사실상 오재석 한 명만을 선발했다.

이는 공백이 생겼을 때 장현수(광저우 R&F) 등 왼쪽 수비를 경험한 적이 있는 다른 수비수로 대체하겠다는 뜻이었지만 1, 2차전 내내 집중력이 흔들린 수비진은 옥의 티가 됐다.

여기에 긴급 수혈한 황의조는 어떠한 이유에서였는지 아예 출전하지 않았고 윤일록(FC서울), 정동호(울산 현대) 등 K리그에서 우수한 활약을 펼치는 공수 자원을 예비명단에 두고도 끝까지 소집하지 않았던 점도 자충수가 됐다.

더욱이 황의조를 내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여러 곳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한 전문가는 “교체카드가 남아 있고 명백히 선수를 써야 할 상황이었음에도 황의조를 투입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의문”이라며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에 대한 배려’를 이유로 엔트리를 채우지 않는 슈틸리케 감독이 대체 발탁으로 도중에 불러들여 놓고도 끝까지 뛸 기회를 주지 않는 것도 ‘배려’인지 궁금하다”며 꼬집었다.

유효기간 끝난
갓틸리케 환상

실망스런 결과를 받아든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민들이 ‘갓틸리케’의 환상을 깨야 한다고 지적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10월 부임한 이후 지난해 1월 아시안컵 준우승, 월드컵 2차 예선 무패-무실점 1위 통과 등 좋은 성적을 거두며 기록 제조기로 불렸다.

특화된 전술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남다른 선수 발굴 능력을 발휘하는 등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저조한 성적으로 무너진 한국 축구의 실망감을 반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덕분에 축구팬들로부터 ‘갓틸리케’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을 위한 최종관문에서 막상 슈틸리케 감독이 받은 점은 낙제점에 가깝다.

그는 특히 시리아전에서 침대축구를 핑계로 내세우고 있지만 경기 내내 흔들린 한국축구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종종 ‘유럽파라고 해도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면 선발하지 않겠다’는 철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 원칙을 수시로 무너뜨려온 것도 사실이다. 실제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선발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또 경쟁력이 떨어지는 몇 몇 선수들을 향한 애정을 표현하며 대표팀에 선발하기도 했다. 최종예선에서도 정과 배려로 포장되며 철칙은 무너진 지 오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갓틸리케 환상에 가려져 있던 불편한 진실이이라고 말한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 현장을 수시로 방문했지만 정작 K리그 인재들에 대해서는 인색했다. 말뿐인 K리그 점검이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단적으로 중국전 베스트 11에 K리거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시리아 전에서 손흥민을 대신해 출전한 이재성(전북 현대)은 “K리그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대표팀에서 뛴다. 내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더 많은 K리거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해 최근 대표팀 내 줄어든 K리거의 입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슈틸리케 감독 역시 해외파 의존도가 높은데 문제는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많지 않다. K리그의 발전은 물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씨를 뿌린다는 의미에서 축구대표팀에는 더 많은 K리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또 “한국 축구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건설적인 비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중국, 시라아전의 경험을 통해 선수 선발과 경기 운영, 선수 교체 등의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갓틸리케 거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까지 흔들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권창훈을 발탁한 것을 두고 선수 장악이나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권창훈은 올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렸고 올림픽 이후 방전된 상태다.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지만 대표팀에 합류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전 막판 ‘한 방’이 필요한 시점에 투입시켰지만 실패로 끝났다.

또 중국전에서 손흥민과 마찰을 빚은 것도 리더십 붕괴의 전조증상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며 대표팀 내부적인 심각성도 드러냈다.

중국전 막판 손흥민은 계속 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다급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을 빼고 정우영(충칭 리판)을 투입시켰다. 이에 손흥민이 강하게 불만을 드러내자 주장인 기성용과 이청용이 달려와 달래는 등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했다.

손흥민은 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슈틸리케 감독이 보는 앞에서 잔디를 두 차례나 발로 차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전 침대축구<뉴시스>

플랜 B, C로
결과를 보여줄 때

이처럼 축구대표팀이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서는 슈틸리케 감독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이 정한 원칙을 반드시 지키면서 효율적인 엔트리 구성을 해야 본선 진출의 희망을 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행히도 아직 최종예선 8경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재평가를 겸허히 받아드리고 시험에 성실히 임해 배려가 아닌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당장 오는 10월 A매치만해도 축구대표팀에게는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다음달 6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카타르를 상대로 3차 예선을 치른 후 11일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강적 이란을 상대한다.

우선 카타르 전의 경우 피파랭킹에서 한국이 앞서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흥행을 위해 카타르는 본선 진출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카타르가 2패를 기록한 만큼 침대축구에 무너진 한국이 표적이 되고 있다.

또 이란은 이미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에 2패를 안겼던 만큼 한국축구대표팀의 최대 고비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이들 모두 ‘침대축구’에 도가 튼 팀인 만큼 한국을 어떻게 괴롭힐지 잘 아는 팀으로 풀이된다. 이에 시리아전처럼 플랜A만 고집하다가는 중동의 늪에 빠져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방송해설위원은 “(시라아전에서) 벤치에서의 플랜B가 약했다고 본다. 중국전의 경우 후반에 상대가 밀고 나오는 시점에서 벤치의 대응이 약했고 경기 운용 능력이 떨어졌다. 시리아전도 상대가 물러서서 골이 터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는데 변화를 줄 카드가 약했다”며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본선에 가려면 중동과 싸워야 하는데 이를 깰 두 세 가지의 옵션이 필요하다. 롱볼을 구사하든가, 장신 공격수를 통해 단순한 플레이를 이어가는 등 대응 가능한 카드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서는 슈틸리케 감독이 플랜A가 아닌 B와 C도 마련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이 10월 A매치전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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