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대표들은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 임하는 각오와 함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정치개혁’과 ‘영호남 통합’에,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민생’과 ‘경제’에 중심을 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정치의 문제점’과 ‘야권의 선명성’을 부각했다.

앞서 5일 교섭단체대표연설 첫 주자로 나선 이정현 대표는 ‘국민주도 정치혁명을 이루자’는 화두와 ‘새누리당과 호남 연합정치’를 역설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이 나라를 해롭게 하는 ‘국해(國害)의원’이라고 지칭하며 황제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등의 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정치대혁명을 실천하자는 주장을 했다. 이 대표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치개혁은 그 성패와 관계없이 국민공감지수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또 한 번의 재도약을 위해 호남과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연대정치·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더민주당의 영남 공략, 동진전략에 맞서는 영호남 보수대연합 제안으로, 연설을 마친 다음날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것도 새누리당의 화해정책인 ‘서진전략(西進戰略)-호남책략(湖南策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바야흐로 ‘제3지대론’이 정치권의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3지대론은 새누리당의 비박, 더민주당의 비문·비노, 그리고 국민의당 일부 세력들이 힘을 모아 새누리당-더민주당 양자구도를 깨는 정치 세력화를 도모할 것이라는 예측을 말한다. 제3지대론은 특정인 대통령 만들기 수단이 되면 실패하고 과거의 제3후보론과 마찬가지로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정현 대표는 지난 8월 9일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서 ‘호남 30% 득표론’을 내걸었다. “이정현이 당선되면 해방 이래 호남출신의 보수정당 첫 대표가 된다. 내년 대선에서 30% 이상의 호남 지지를 이끌어 낼 자신이 있다”고 한 호소가 이 대표의 희망사항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야권은 호남 몰표가 전제되지 않으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두 명 당선됐고, 두 야당이 호남 사수를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는 점이 이 대표의 서진정책 추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대선을 반추해 보자.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표차는 108만표였다. 경합지역인 서울-인천-대전-세종-경기-제주를 제외하고 문 후보가 우세한 지역은 몰표가 나온 호남뿐이었다. 대구경북(TK) 유권자는 417만명, 호남 유권자는 413만으로 TK가 4만명 많다. 그러나 양 지역에서 문 후보는 347만표, 박 후보는 298만표를 얻었다. 문 후보가 49만표를 이긴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호남 득표는 10.3%(37만표)였다. 만약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호남에서 30%목표 달성은 어렵더라도 20% 선까지 만이라도 득표를 한다면 대선 양상은 새누리당에 절대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정현 대표의 영호남 보수대연합 구상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영남 기반의 보수 정당이 야권의 텃밭인 호남의 표를 일부 가져와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호남과 ‘정계개편’이나 ‘연정’을 도모하여 호남만 분할시킨다면 대선 승리는 희망사항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충청 대통령-호남 총리·영남 당 대표의 ‘3각 연대’나, 그 반대도 상정할 수 있다.

이정현 대표의 ‘새누리-호남 연대’는 산업화-민주화, 영남-호남, 박정희-김대중의 역사적 화해를 통한 지역주의를 넘어선 대통합이다. 이는 과거 DJP연합의 정신을 이은 포용과 화합의 시대정신을 실현하는 것이고 이종교배이기에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실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공학이 작용하면 실패한다. 진정성 있는 탕평정책을 통한 역사적 소명과 미래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이정현 대표의 호남 민심잡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내외의 대권주자들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 그 과정에서 당의 비주류와 반대파를 어떻게 포용하고 융합해 당의 역량을 강화하고 외연을 확대할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로드맵과 방략(方略)이 서있어야 한다.

이 대표에게 남은 과제는 호남에서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보수주의자가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서 호남에 대한 적극적인 ‘구애(求愛)’가 표로 연결되도록 하는 일이다. 어떤 사회나 국가도 지도자가 국운을 가른다. 결단력과 추진력을 갖춘 미래 지향적 리더십을 갖춘 새 지도자를 만들어 내야 할 책무가 이정현 대표의 양 어깨에 달려 있다. 4·13 총선에서 이미 호남 민심의 변화가 시작됐다. 새누리당-호남 연대가 이번 추석의 화두가 될 수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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