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일정: 10월10일~11월5일 공연장소: 대학로극장 문의전화: 02-813-1674

연극은 벚나무 꽃이 활짝 핀 5월 이른 새벽, 5년 동안이나 파리에서 생활했던 라넵스까야 부인이 러시아로 돌아오는 것으로 인해 들뜬 집안 풍경으로 시작된다. 벚나무 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는 파산 직전에서도 라넵스까야 부인은 여전히 과거의 화려한 생활을 고수하고 그녀의 오빠 가예프는 시대의 변화와 현실의 위기를 깨닫지 못한 채 엉뚱한 소리만 되풀이한다. 신흥 사업가로 부상한 농노 출신의 로빠힌은 벚나무 동산을 별장지로 임대할 것을 그들에게 끊임없이 애원하지만 그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현실 상황에 대한 몰이해뿐이다.

결국 벚나무 동산은 경매에 붙여지게 된다. 경매 결과를 기다리며 벌이는 불안한 무도회는 그들 농노의 후손인 로빠힌이 이 거대한 벚나무 동산의 새 주인이라는 선언과 함께 끝이 나고 만다. 불확실한 앞날을 향해 떠나는 라넵스까야 가족들을 향해 뜨로피모프는 러시아의 미래를 향한 힘찬 전진과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벚꽃동산 건설을 외치지만, 만년 대학생인 그의 부르짖음은 공허하기만 하다. 파산한 라넵스까야 가족들은 떠나고, 텅 빈 집에 홀로 남겨진 늙은 하인 피르스는 산 것 같지도 않은 그의 짧은 한평생과 자신의 존재를 향해 ‘이런 머저리!’라고 내뱉는다. 모두가 떠난 무대 위에 홀로 누워 죽어 가는 피르스의 모습 뒤로 멀리 동산에서는 도끼로 벚나무 찍는 소리가 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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