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 참여하는 대규모 총파업 실현될지 미지수

23일 금융노조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총파업

2014년에 비해 시중은행 참여율 높을 듯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23일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총파업이 예정된 가운데 시중은행 영업점의 업무가 전면 마비되는 수준의 혼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뉴시스(한 시중 은행에 붙은 금융노조 총파업 안내문)

금융노조는 노조원 10만 명이 참여하는 파업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시중은행의 참여율은 사실상 미지수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업무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은 남겨두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파업 당일 인력이 평소보다 적어지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업무처리 속도는 평소보다 늦어질 수 있다.

금융노조는 오는 23일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총파업에 돌입하고 2차·3차 총파업에 대한 의결도 진행한다.

총파업의 목표는 ▲성과연봉제 저지 ▲관치금융 철폐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 등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올해 금융개혁의 핵심과제로 꼽은 성과연봉제의 도입은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IBK기업·NH농협 은행 등을 포함한 34개 금융노조 지부는 총파업이 진행되는 하루 동안 정상적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대고객 안내문을 은행 영업점에 게시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10만 명이 모이는 대규모 총파업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객의 불편을 감수하고 영업점을 비우기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정확히 어느 정도 규모로 총파업이 진행될지 예상할 수 없지만 혼란에 대비한 대응체계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9월 금융노조 총파업 당시 시중은행의 참여율은 10%를 밑돌았다.

당시 금융노조는 '관치금융 철폐'와 '금융공기업 정상화 대책 중단'을 내걸고 14년 만에 총파업에 나섰다. 이번 총파업의 화두인 성과연봉제는 은행 직원들의 임금과 직결되는 만큼, 2014년 파업보다는 참여율이 높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C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엔 임금으로 이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더 은행원들의 피부로 와 닿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노조와 사측간의 산별교섭은 깨진 상태다.

금융노조는 단체협약에 따라 교섭권이 금융노조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임단협 파트너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용자협의회)를 사실상 해체했다.

신한·우리·SC제일·KEB하나·KB국민·한국씨티·NH농협 은행 등 사실상 시중은행 전부가 산별교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지난달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했다.

사측은 단위노조와의 개별협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사측은 저성장·저금리 상황이 지속하며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임금 체계를 효율적으로 개편해 은행의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2005년 2.82%에서 지난해 말 역대 최저 수준인 1.60%로 떨어졌다. 동기간 총이익 대비 임금비중은 6.3%에서 10.6%로 상승했다.

반면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후선업무를 맡은 직원과 판매, 운용을 담당하는 직원 간 평가기준을 어떻게 세울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부분도 문제다.

아울러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은행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될 경우, 성과 압박에 시달리는 직원들이 불완전 판매에 매달리게 되고 공과금 납부처럼 실적이 나지 않는 공적업무는 등한시하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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