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부산정가가 폭풍전야다. 국내 최고층 주상복합단지인 해운대관광리조트(LCT)를 향한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미 엘시티 시행사 자금담당원 임원과 설계를 담당한 전 대표를 구속하고 시행사 대표를 지명수배했다. 검찰은 600억 원 가량 조성된 비자금이 부산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 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의원이 국정감사를 맞이해 LCT 국감 전담반까지 꾸려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부산지역 정관계가 더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사업비 2조 7천억 원, 호화 아파트 '특혜 의혹'
- 檢 수사 급물살, 부산 정·관계 '초토화' 되나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조용한 검사)는 지난 8월 금융기관을 속이고 회사자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52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엘시티 시행사인 청안건설 자금 담당 임원 박모씨를 구속했다. 또 검찰은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청안건설 대표 이영복씨를 지명 수배했다. 아울러 검찰은 엘시티 건물의 설계를 담당한 건축 설계사 손 모씨를 설계용역비 480억  원 가운데 88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했다.

‘잠적’중인 이영복 대표 잡나 못 잡나

600억 원가량은 시행사 대표인 이 씨가 로비 자금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곧바로 잠적해 서울 시내 모처에 머물면서 검찰 수사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이 대표가 로비의 핵심 인물인 만큼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총 사업비 2조7000억 원 넘게 들어가는 엘시티 사업은 부산 금싸리기땅으로 통하는 해운대 해수욕장을 낀 6만5394㎡ 부지에 101층 랜드마크타워 1개동(411M)과 85층 주거타워 2개동(331M, 339M)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6성급 레지던스 호텔과 관광호텔, 워터파크 등 각종 사업 시설이 해운대 백사장을 안마당처럼 사용할 수 있다. 주거 타운은 882가구이며 전용면적 144~244㎡로 평균 분양가가 3.3㎡당 2700만원이다. 펜트하우스 2채는 3.3㎡당 7200만원으로 지난해 분양에서 평균 17.8 대 1, 최고경쟁률 68.5 대 1을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사업은 2013년 우여곡절 끝에 첫삽을 뜨고 작년 10월 착공해 2019년 11월말 완공 예정이다. 특히 엘시티 사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국내 최고의 초호화 고층 주상복합건물인데다 시공에 이르기까지 온갖 특혜 시비가 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부산 지역 정관계 인사들의 실명도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각종 특혜의혹을 살펴보면 부산시가 해운대 해수욕장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규정해 놓은 중심미관지구를 해제했다는 점이다. 중심미관지구에는 건축물 높이를 최고 60M 이하로 규정해 놓고 있다. 또한 주거시설을 짓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2009년 12월 연말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열리면서 이 두 규정을 다 삭제해 버렸다. 당시 도시계획 위원은 총 25명으로 부산시장이 임명하는데 15명이 전현직 공무원과 시의원, 시 산하 연구원의 연구원이다. 특히 엘시티 시행사 감사도 위원으로 포함됐다는 점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또한 초고층 건물을 지으면서 당연히 받아야 할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다. 부산시가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연면적이 아닌 대지면적 15만㎡ 이상으로 조례에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의 경우 연면적으로 10만㎡ 이상이면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해놓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음으로써 엘시티 사업이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이득봤다고 시민단체들은 보고 있다.

또한 부산시가 이 부지를 매각할 때가 2009년인데 5만3000㎡의 조성원가가 2,330억 원이었다. 그런데 부산시는  엘시티 측에 2,330억 원에 팔았다. 부동산 매매를 통한 개발이익 창출은 제로로 거저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평(3.3㎡)에 1,433만 원 꼴인데 현재 분양가와 비교해 볼 때 엄청난 특혜를 준 셈이다. 이 밖에도 부산시는 교통체증을 막기 위해 시행사가 당연히 부담해야 할 도로공사 비용도 부산시 예산으로 부담하겠다고 해 부산시민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부산자치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은 부산시를 상대로 문제 제기를 하고 감사원 감사도 요청했지만 무산되다 이번 검찰이 본격적으로 압수수색과 관련 인물을 구속시킴으로써 그나마 검찰 수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의 분수령은 이영복 대표의 신병확보 여부가 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부산 정가에서는 정치인 및 공무원 그리고 검찰쪽 인사들에게는 ‘마당발’로 통할 만큼 로비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로비 자금도 ‘세게 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부산 정가에서는 “또 이영복이냐?”며 이번에 만덕지구 특혜 사건과  판박이로 끝날 것인지에도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미 1990년대 ‘부산판 수서사건’으로 불리는 ‘다대·만덕지구 특혜의혹 사건’의 핵심인물이었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96년 2월 다대택지지구 42만2000여㎡를 주택사업공제조합과 함께 절반씩 매입하면서 3.3㎡당 단가를 60만 원가량 과다 계상해 조합 측에 모두 853억 원의 추가 부담을 유발시킨 혐의 등에 대한 수사였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자연녹지를 택지로 전환하면서 각종 사업적 특혜를 받았고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한 의혹도 받아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되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당시 검찰 수사와 함께 돌연 잠적해 있다 몇 개월 후 자수한 이 대표는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실명을 대지 않고 모든 것을 혼자 덮어쓰며 징역살이를 선택해 ‘이영복 게이트’로 번질 사건은 유야무야됐다.

하지만 이번 엘시티 특혜 사업은 국정감사와 맞물려 파문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검사 출신에 공직기강비서관을 하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당선된 조응천 의원이 엘시티 사업관련 특혜 시비와 정관법조계 인사들의 개입 의혹에 대해 팀을 꾸려 국정감사 기간에 터트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정가에서는 부산시와 도시공사 전현직 고위 공무원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부산 소재 시민단체에 근무하는 한 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전현직 새누리당 정치인으로 A, B, H씨가 부산정가에서 실명으로 거론됐고 전 시장 이름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지역출신으로 20대 총선에서 출마했던 한 인사는 “전직 의원인 A씨의 경우 엘시티 공사 현장 함바식당을 자산의 지인이 공개입찰도 안 받고 운영권을 따내 이름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엘시티 공사장 인부는 1000명이 넘고 함바 식당도 3~4개가 운영되고 있다.

전현직 의원 3명 전직 시장 이름 거론돼

검찰측 인사들도 재차 거론되고 있다. 이영복 대표가 과거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식 논란이 터졌을 때 깊숙히 관련된 인물로 거론될 정도로 부산 검찰 인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인사는 “채 전 총장이 부산에서 검사로 근무할 때 자주 가던 술집이 이 대표 소유의 건물에 있어 두 인사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대표는 특히 부산지검과 동부지청에 근무한 검사 인맥 관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알려졌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편 이 대표의 막강한 검찰 인맥으로 인해 이번 검찰수사도 유야무야될 것이라는 우려감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특히 엘시티 비자금 조성 사건 변호를 맞고 있는 인사가 석동현 변호사라는 점도 절묘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석 변호사는 지난 송파갑 18대 국회의원인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의 남편으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있는 부산 사하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조 의원이 탈당해 새누리당에 입당하면서 불가피하게 불출마를 한 바 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석 변호사는 사시 25회, 사법연수원 15기다. 그의 주요 검사이력을 보면 2011년 중반부터 2012년까지 부산지검 지검장을 지냈고 2012년에는 서울동부지검 지검장을 지냈다. 문제는 현재 엘시티 수사를 담당하는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은 김한수 씨로 서울대 후배에 사시 34회, 사법연수원 24기로 석변호사의 후배 검사라는 점이다. 또한 황철규 부산지검장 역시 서울대 법대 후배로 사시 29회에 19기다. 무엇보다 황 지검장은 2000년도 석 변호사와 함께 대검 검찰 연구관으로 함께 근무해 친분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석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을 비판하는 글까지 올리면서 시민단체들로부터 검찰 수사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석 변호사는 지난 9월10일 현재 엘시티 수사를 전담하는 특수부를 겨냥한 듯 “특수부에서 특별수사를 한답시고 다음 인사 때까지 한 건 올리겠다고 험난한 경제환경에서 그럭저럭 잘 돌아가는 기업에 환부만 건드린다”며 “별건 수사 하지 말라 해도 밑도 끝도 없이 수사를 하면서 ‘너희같은 회사는 죽어도 좋고, 나도 잘못되면 죽는다’는 식으로 몇 달씩이나 생살 찢는 일 좀 그만해라. 국민들이 공감하는 수사, 국민들이 호소하는 수사를 하라”고 강도높게 검찰을 비판했다.

이에 대배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석동현 변호사는 조용히 돈만 벌어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통해 “엘시티 핵심 관계자의 변호를 맡고 있는 자가 수조 원의 PF를 발생시키고 수백억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비리와 특혜의 종합판’과 같은 사건에 검찰의 수사방향까지 지시하는 듯한 압력성 글을 자신의 페북에 올리는 뻔뻔함은 어디서 나오느냐”고 공격했다.

이어 부산자치연대는 “엘시티 사건의 변호를 맡은 사실은 쏙 빼버린 채 특수부 검사를 자리 욕심 혹은 승진 욕심이나 내는 속물 검사로 매도하고 국민이 엘시티 사건에 관심이 없는 양 호도하고 있다”며 “본인이 변호를 맡은 최고위 인사에게 도망다니지 말고 자수하고 수사에 응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엄정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표는 잠적중인 데다 그의 막강한 정치권과 법조 인맥, 나아가 전 부산지검장 출신에 새누리당 법률지원부단장을 지내고 있는 석 변호사까지 몸통을 드러내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높은 상황이다.

더민주 국감 안행위·정무위·국토위 총동원

‘만덕지구 특혜사건’처럼 이 대표가 도피해 권력자들과 입을 맞춘 뒤 자수하는 식으로 검출에 출두해 적당히 형량을 받고 입을 다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부산정가에서는 조응천 의원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법사위원인 조응천 의원이 막강한 정관법조계 인맥을 자랑하는 이 대표에 맞서 이번 국정감사에서 어느 정도 폭로를 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엘시티 사업은 부산시와 도시공사는 안전행정위가 기업은 정무위와 국토교통위가 감독기관이다. 부산 시민단체 관계자는 “일단 관련 자료를 야당 안행위원에 넘겨주고 적극 협조를 하고 있다”며 “부산시 국정감사 때 어느 정도 들고 나올지는 그때 두고 봐야 안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