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하냐? 봐주냐? 신경 날카로워…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구속이냐, 솜방망이 처벌이냐, 둘 다, 아니면 질문만 하며 시간 끌기냐’를 두고 재계와 검찰, 국회의 신경전이 드세다. 재벌 총수가 구속될 경우 경제가 위축된다며 재계의 불만이 나올게 불 보듯 뻔하고, 반대로 솜방망이 처벌에는 역시나 무능한 검찰이라고 인구에 회자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정감사에서 해당기업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고 뚜렷한 결말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그 불똥이 국회로도 튈 수 있어 재계-검찰-국회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팽팽하다.

특히 긴 기간 수사를 이어왔던 대우조선해양비리 롯데비리 스폰서 검사 수사 모두 기업인-검찰인맥-여야 실세 등이 연루된 만큼 시민들의 관심도 높다. 또한 정권말기 오명을 뒤집어 쓰지 않으려고 서로 책임을 넘기는 모습들을 보이면서 3곳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상당하다.

특혜 의혹 손 못대고 반쪽짜리 수사만…검찰 신뢰 추락
총수 구속된 경제위기론 내세울 듯…기업 눈치 최고조


지난 19일 검찰청 앞이 분주했다. 수십 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있었다. 이 날은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의 검찰 출두일이었다. 9시 28분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강 전 행장은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조선이 주력 사업과 거리가 먼 지인 김모씨의 바이오 업체 B사에 거액을 투자하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자신의 고교 동창인 임우근 회장이 경영하는 한성기업이 산업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게 도왔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지적 한성기업 또 논란

한성기업은 2011년 산업은행에서 18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한성기업의 관계 회사까지 더하면 총 대출액은 240여억 원에 달한다. 본지도 [1167-68호 베일에 사인 강만수 특혜 의혹 ‘한성기업’] 제하의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하루 뒤인 20일에는 더 많은 취재진들이 검찰청 앞을 지키고 있었다. 재계서열 5위인 롯데그룹 신동빈 총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 회장은 검찰에서 롯데건설의 3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중국 홈쇼핑업체 럭키파이 등 해외 기업 부실 인수, 호텔롯데의 롯데제주·부여리조트 저가 인수, 자동출납기(ATM) 제조·공급업체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의 계열사 동원, 롯데케미칼 재료 수입 과정의 일본롯데물산 경유, 롯데시네마 등을 통한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한 400억원대 급여 부당 지급 등의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또 일본 롯데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매년 100억원 대 급여를 수령한 부분과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넘기면서 증여세 등을 탈세한 의혹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감에서 혐의 재거론하면서 시간 끌고 면피시도 의혹도
시민들 “이럴 줄 알았다.  재벌은 잘못해도 범죄자 아냐”


대검찰청 특별감찰팀도 23일 “김형준 부장검사를 소환해 오전 8시 30분부터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김 부장검사를 비공개로 소환한 검찰은 그의 고교동창 ‘스폰서’로 알려진 김모씨와의 금전 거래와 향응 수수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흐지부지 검찰수사...향방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이 주목하는 특정 혐의에 대해서도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답변하거나 기업경영상의 판단이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청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억울함을 표현했던 이들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청사 안으로 급한 발걸음을 옮겼다.
또 그룹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서도 당시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배임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 전 행장도 “평생 조국을 위해 일했다. 공직에 있는 동안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문제는 검찰이 이들에 대한 혐의는 지적하면서도 문제적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롯데 수사가 당초와는 달리 흐지부지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롯데건설이 조성한 560억 원대 비자금의 용처를 파악했지만, 오너 일가가 조직적으로 빼돌리거나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연결된 비자금은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특히 신 회장을 둘러싼 의혹 가운데 배임죄는 기준이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경영상의 판단으로 인정받아 구속 사유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검찰의 가장 큰 고민이다.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하거나,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수사 초기 제기된 정ㆍ관계 로비 의혹은 착수하지도 못해 ‘반쪽짜리 수사’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롯데그룹이 서울 잠실에 건설 중인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둘러싼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으나 시행사인 롯데물산 압수수색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제2롯데월드를 지렛대 삼아 이명박 정권 실세들을 겨냥할 것이란 관측도 많았으나 검찰은 선을 그었다.

용두사미 검찰 수사...국감에서 드러날까

검찰은 국정감사 이전에 롯데 수사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감에서 그동안 논란이 된 사안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의 질의와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자칫 검찰의 그릇된 수사(?)도 함께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미 국회 정무위원회는 신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일부 위원들은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드러난 지배구조의 문제,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감에도 증인 명단에 이름이 오를지 재계의 촉각이 곤두선다.

여기에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번 국감에서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관련된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을 메인 이슈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은 “얼마 전 조선·해운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가 1차였다면 이번 국정감사를 2차 청문회로 생각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관련해 홍기택 전 KDB 산업은행 회장 역시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일반 증인으로 채택됐다. 홍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부실화와 특혜 지원 등 그간 제기된 의혹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환경노동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돼 국감장에 서게 됐다. 대검찰청에 대한 법제위의 국감도 예정돼 있어 이 자리에서 그동안의 수사진행 상황 및 전개과정에 대한 불편한 질문들이 오갈 것이란 전망도 많다.

특히 검찰이 김 부장검사 출석을 공개하지 않아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불거지는만큼 이 부분에 대한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김 부장검사에 대한 소환시기와 공개여부 등에 대해서는 함구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공보준칙상 공개소환에 해당되지 않아 비공개로 불렀다”고만 밝혔다.

한편 검찰-재계-국회의 일련의 행보와 관련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말 뿐인 수사가 이어지는게 아니겠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검찰이 일부 기업 총수를 구속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특별사면 받거나 형집행 정치 특혜를 입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가 결국엔 솜방망이 처벌 또는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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