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인 줄 알았더니 닭갈비(계륵)였어?

두타·신세계·HDC신라·갤러리아 상반기 적자 못 면해

내달 4일 추가 4개 입찰전쟁 또 시작…업계 우려↑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지난해 대기업들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한바탕 전쟁을 벌인 지 10개월이 지났다. 각사는 곧 면세점 오픈 1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탓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내년 4개 면세점의 추가 신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줄 알았더니 계륵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요서울이 ‘면세점전쟁’ 1주년을 앞둔 분위기를 체감하기 위해 영업현장을 직접 찾았다.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의 두타 면세점은 지난해 면세점 사업권을 따기 전부터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외국인들의 동대문 방문을 면세점까지 끌어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지난 21일 오전 11시 비교적 이른 시간에 방문한 두타 면세점은 한산했다. 두타 옆 상가 이모(53)씨에 따르면 면세점 입점 후 외국인 손님이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두타 면세점은 아직 인지도와 브랜드 입점율이 떨어지지만 방문객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VIP고객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신세계 면세점을 방문한 시간은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인 1시쯤이었다. 명동 신세계 면세점은 기존 터줏대감인 롯데 면세점과의 전쟁을 예고했다. 중국인들은 환영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동에 면세점은 롯데뿐이어서,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기엔 혼잡하고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직접 방문해 보니 롯데 소공동 면세점보다 고객 동선이나 복도의 폭 등이 넓게 설계돼 있었다.

쇼핑을 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는 신세계 역시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장모(30대)씨는 평소에 중국인 고객이 어느 정도 되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항상 이 정도를 유지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여의도에 위치한 한화의 갤러리아 면세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늦은 오후 쇼핑객들이 점점 들어올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방금 들어온 관광버스 두 대의 손님을 제외한다면 방문객이 적었다.

저조한 고객 유치

갤러리아 백화점 운영 노하우로 얻어진 소비자들이 선호 브랜드들의 입점이 많이 이루어졌다. 또한 각 나라별 고객들의 선호 상품을 들여온 노력도 곳곳에 보였다.

액세서리 판매 직원의 말에 따르면 평소 방문 고객수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의 합작인 ‘HDC신라면세점’은 입찰 전부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시내 면세점 중 하나였다. 대기업 두 회사가 손을 잡은 건 이례적인 일인데다, 건설업이 주력 사업인 현대산업개발이 처음으로 면세점에 뛰어든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장 붐볐던 곳은 HDC신라면세점이었다. 22일 오후 1시 방문한 서울 용산역의 HDC신라면세점은 유독 방문객이 많았다. HDC신라면세점은 다양한 입점 브랜드로 승부수를 띄운 듯 했다. HDC신라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조모(52)씨는 홍콩 브랜드인 ‘주대복(周大福)’이 한국 면세점에 있어서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 매장 직원에 따르면 주대복은 중국인들에게 사랑받는 홍콩 대표 쥬얼리 회사로 국내에서는 현재 신라면세점과 독점계약을 하고 있다.

상반기 성적표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하지만 아직까지 면세점 사업의 성적표는 예상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방문객은 1041만3000명으로 지난 2014년보다 100만5000명(8.8%) 급감했다.

관광객 감소는 면세점에 직격탄을 날렸다. 서울 시내 면세점들의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전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윤 의원에 따르면 신규 면세사업자로 진입한 업체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HDC신라 -9.4%, 한화 -15.1%, SM -31.4%, 신세계DF -80.1%, 두산 -153.8% 등 대부분의 신규 면세점이 시장 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황금 알을 낳을 줄 알았던 면세점 사업이 계륵 신세로 전락할 우려에 대한 얘기를 자주한다”면서 “아직은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같다”고 설명했다.

이는 내년에 예정된 4개 면세점 추가 신설이 우려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 의원은 “신규 면세점들의 영업이익률이 매우 나쁜 상황에서 신규면세점 4곳을 추가하게 되면 막대한 출혈 경쟁은 물론 줄줄이 폐업할 걱정을 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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