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만큼 국가비상사태 초래 가능 ‘대재앙’

뉴시스

규모 7, 30만 명 사망케 할 수도…핵발전소도 큰 위협

뭣이 중한디? “재난은 늘 보수적으로 봐야…대비 중요”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지난 12일 경주 부근에서 5.1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불안감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23일 04시 기준 총 423회의 크고 작은 여진이 끊이지 않자 대형 지진의 전조(전진·前震)가 아니냐는 우려도 빗발친다. 예상 가능 지진 규모도 점점 올라가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말은 옛말이 된 듯하다. 만약 규모 7.0이상 지진이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반적인 국내 시설물의 내진율이 지극히 낮아 대형 지진이 발생하면 대재앙이 우려된다. 특히 송유관, 전기통신시설, 도로, 철도, 공항, 고속철도, 항만, 수도시설 등 국가의 핵심시설물의 내진율이 매우 낮아 한반도에 예상치 못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경우 전쟁만큼 심각한 국가비상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규모 7 정도만 되는 지진이라도 과거 아이티 지진 예에서 보듯 3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할 수 있는 엄청난 지진”이라고 밝혔다.

전국 내진 확보 건물 6.8% 그쳐

지난 13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52·서울 강남구을)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전국 지자체별 내진설계 현황 자료를 보면 전국 건축물 내진확보가 된 건축물은 6.8%(698만6913동 중 47만5335동)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구가 많은 대도시의 내진율이 매우 낮았다. 전국 지자체별 내진설계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27.2%), 대구(27.2%), 부산(25.8%) 등 수백만 시민들이 살고 있는 특별·광역시에 내진율이 저조해 우려를 낳았다. 반면 세종(50.8%), 울산(41%), 경남(40.8%)은 내진율이 높았다.

공공시설물도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47·비례)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도 공공시설물 내진보강대책’에 따르면 내진설계 기준 대상 시설물 12만7306개의 내진율은 40.93%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본(88.3%)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학생들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시설의 내진율 역시 22.6%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 학생들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진안전보강을 긴급하게 해야 할 최우선 대상은 우리 아이들의 생명이 걸린 학교”라며 “전국적으로 40년 넘은 노후 학교건물이 6300동, 안전진단 최하등급 학교수도 26개나 된다. 정부와 국회의 관심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규모 7.0 이상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규모 인명피해는 물론 경제손실 규모도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안전처 소방방재청이 2012~2015년 서울시립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지진재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예측 모델’에 따르면 전파·반파·부분 손실과 같은 건물피해에 의한 직접금액만 4조 2000여억 원에 달하고 임대료, 소득손실 등 간접피해액을 모두 포함하면 전체 손실액은 2848조 원으로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핵발전소라는 점이다. 핵발전소의 내진율은 100%이긴 하지만 대부분 규모 6.5 지진에 맞춰져 있다. 규모 7.0이상 지진이 나면 끔찍한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울산 인근에 위치한 신고리 원전에서 중대사고가 일어날 경우 7일 이내 1만6000여 명이 피폭 사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우원식 의원 등은 시민단체 ‘원자력안전과미래’에서 실시한 신고리 원전 중대사고 발생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진짜 문제는 ‘핵발전소’

이 실험에 따르면 총 4기의 신고리 원전 중 한 곳에서라도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 일주일 이내 부산, 울산, 경남 주민 1만6240여 명이 피폭사망하고, 사고 이후로도 50년 동안 280만 명이 암으로 사망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 당시 실시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서 원전의 중대사고는 고려되지 않았다”며 “이는 부울경 380만 주민의 생사뿐만 아니라 5000만 국민의 건강과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위험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대비책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더 중요한 것은 7.0과 같은 지진 규모 예측보다 서둘러 대비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경북대 유인창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는 “지진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대형 지진이 ‘온다 안 온다’ 단언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안 올 수도 있지만 온다면 어떡할 거냐”면서 “중요한 것은 올 상황을 대비해 준비태세를 갖추는 일이다. 지진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손문(51)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진설계가 취약하고 재난 대비 시나리오 준비가 안 된 한국은 6.5 이상 지진이 일어나면 정말로 큰일난다. 자연 재해에 관해서는 항상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며 안전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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