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돌아간 김성근 야구, 마법이 아닌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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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추락을 거듭하던 한화 이글스를 살려낼 마법사로 칭송받던 김성근 감독이 올해도 사실상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더 이상의 동력을 잃어버렸다. 실낱같은 기적을 기대하기에는 이미 처참한 결과를 받아들어 김성근 야구가 한계에 부딛쳤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감독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김 감독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 2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2-7로 역전패를 당하며 사실상 가을야구 진출이 무산됐다.

4위인 KIA와 8경기차로 벌어지면서 남아있는 9경기를 모두 이겨야 가을야구 진출의 희망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남은 경기에는 악연의 두산도 포함돼 있어 가을야구 진출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날 한화는 0-1로 뒤진 2회말에 월린 로사리오가 2점 홈런을 때려내 역전에 성공했지만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며 그대로 무너졌다.

이를 두고 김 감독이 “의식개선이 필요한데 잘 안 된다”고 종종 언급했던 이유를 증명하는 경기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화에 오래 몸 담았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전통적으로 이른 바 레전드가 많은 팀이라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팀이 흘러갔다. 이들이 코치가 됐을 때에도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문화가 있었다. 실수를 해도 따끔하게 혼내는 것 보다 다음에 잘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타성에 젖어들다 보니 변화할 시기를 놓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결과를 두고 김 감독에 대한 책임론은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2014 시즌을 마치고 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김 감독을 영입함과 동시에 막대한 투자를 병행했다. 

2015 시즌에는 총 118억5000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더 큰돈이 투자됐다.

내부 FA인 김태균을 84억 원에, 조인성에 10억 원, FA시장에서 정우람, 심수창을 각각 84억 원, 13억 원을 들여 영입했다. 이렇게 FA에 쓴 돈만 자그만치 215억5000만 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특급 외국인 선수를 비롯해 코치진까지 김 감독 사람을 채우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한화는 과감한 투자에 걸맞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것을 떠나 승률에서도 2015시즌 134경기에서 승률 0.463을 기록했지만 올 시즌 134경에서는 0.458을 기록하며 오히려 성적은 뒷걸음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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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미래를 위한 육성도 신통치 않다. 선수단은 김 감독 부임 전인 2014년 평균 나이 28.7세를 기록했지만 올 시즌 평균 31세로 급격히 노화됐다.

여기에 지난 시즌을 포함해 2년간 지속된 투수 혹사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김 감독은 사령탑을 맞자마자 모든 경기를 잡겠다며 투수진을 쏟아 부었다.

결과는 성적이 아닌 부상으로 이어졌다.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라던 에스밀 로저스는 팔꿈치 부상으로 팀을 떠났고 안영명은 어깨 수술로 시즌아웃 됐다. 불펜도 마찬가지 권혁과 송창식은 나란히 팔꿈치 부상으로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고 제 2의 류현진으로 평가받던 김민우도 어깨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 같은 줄부상은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다음 시즌 한화 투수 중 정상적인 선수를 찾기조차 힘든 형편이다.

더욱이 지난 2년간 김 감독의 투수 운영은 정상과도 상식과도 거리가 멀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화가 구단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도 김 감독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김 감독은 선수 영입부터 신인 스카우트, 2군 운영에 이르기까지 한화를 마음껏 순에 쥐고 움직였다. 투자와 권한이 주어졌다면 실패했을 땐 그에 대한 책임을 감독이 지는 게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김성근 야구가 실패한 만큼 시대에 맞는 구단의 리빌딩을 위해서라도 새 사령탑과 코칭 스태프의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지금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김 감독과의 결별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어 다음 시즌을 두고 한화 내외부에서의 교체 논란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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