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와 건강' (26)
'산소와 건강' (26)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6-09-29 10:04
  • 승인 2016.09.29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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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와 환경
1. 수면무호흡 방치 큰코다칠라
 
반도체 기업에 다니는 정현근(가명·38) 씨의 아내는 밤마다 남편의 숨이 멈춰 버릴가 걱정돼 몇 번씩 잠을 깨다 보니 늘 피곤에 시달린다. 정 씨가 코를 골다 “컥”하고 숨을 안 쉬어 깨우면 그때서야 “푸우”하고 숨을 몰아쉬기 때문이다. 원래 코골이가 심한 정 씨 때문에 각방까지 쓰는 등 노력해 봤지만, 최근에는 하룻밤에도 수십 번씩 숨을 안 쉬어 ‘저러다 아예 숨이 멈추면 어쩌지…’라는 걱정에 조마조마하다.

다양한 진료과목의 연계로 한 공간에서 모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연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전문병원 네트워크그룹 더웰스페이스의 이비인후과 박성원 원장은 “정 씨의 경우 비만인 데다, 젊은 나이에 약으로도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까지 있어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한다.

정 씨는 구강 내부의 코의 어느 부분이 좁아져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내시경, X-레이, CT 검사를 받은 후 수면의 질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중앙의 칸막이(비중격)가 심하게 휘어진 비중격만곡증과 비만으로 목젖부분이 좁아져 수면무호흡증이 생긴 경우다.

코골이, 수술적 치료가 전부 아니다

박 원장은 “정 씨는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자는 동안 혈중 산소가 부족해져 심장에 부담을 주고 혈압이 올라가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는다”면서 “비중격만곡증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과 목젖을 위로 접어 기도를 넓히는 인두피판술을 받은 후 지금은 본원의 가정의학과에서 비만 치료를 받고 있으며, 치료 효과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기혼 남성의 50% 가까이는 코를 골며 그중 80% 이상이 배우자와 각방을 쓴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을 정도로 코골이는 흔하면서도 심각한 질환이다. 코골이는 잠자는 동안 숨 쉬는 통로인 기도의 일부분이나 입천장, 목젖, 편도, 혀뿌리 근처가 부분적으로 좁아져 발생한다. 즉 숨을 쉬면서 들이마시거나 내뱉는 공기가 좁아진 기도와 목젖 부분을 빠르게 통과하면서 진동을 유발하기 때문에 코 고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코골이의 경우 대부분 숙면을 취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는다. 또한 코 고는 소리가 주위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만큼 수술이 일반화된 치료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박 원장은 “코 고는 소리를 없애기 위해 적절한 검사 없이 무조건 수술을 하는 것은 잘못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골이는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코골이를 일으키는 다른 원인 등을 알아내지 않은 채 코 고는 소리만 없애기 위해 수술을 받는다면 코골이 자체의 교정도 확실하게 되기 힘들 뿐 아니라 수면무호흡증에 의한 다른 질환의 악화 등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면무호흡증이란 고도 비만 등 기타 원인과 근육이완이 심해져서 잠자는 동안 숨 쉬는 통로가 완전히 막혀 10초 이상 숨이 끊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정 씨처럼 코를 골다가도 숨이 멎은 듯 숨을 안 쉬다 “푸우”하고 내쉬는 증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야간 수면 7시간 이상 중 무호흡 상태가 10초 이상, 적어도 30회가 넘을 경우 수면무호흡증으로 판단한다.
 
2. 저산소증의 위험성

대기오염과 밀폐된 곳에서 장시간 거주하거나 특수한 작업장, 고산지대 등 환경적 요인이 산소 부족을 가져온다. 문을 닫은 채 선풍기를 켜 놓고 잠을 자다 봉변을 당하는 것도 산소 부족 탓이다. 또한 스트레스에 따른 심호흡 장애, 질병이나 흡연에 의한 폐활량 감소 등으로 만성적인 저산소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온 산소는 피 속에 녹아 몸 구석구석으로 보내진다. 가만히 있을 때를 기준으로 뇌가 가장 많은 산소(약 25~30%)를 소비한다. 이어 폐·심장 등 순이다. 공부를 하는 등 활발히 활동할 때는 뇌가 40%나 되는 산소를 가져간다. 산소(O₂)가 모자라면 심각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뇌에 산소가 3~4분 이상 전달되지 않으면 세포기능이 멎는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때 재빠른 인공호흡을 통한 산소공급은 매우 절실하다. 산소를 전달하는 혈액순환이 원활치 못하면 뇌졸중도 걸릴 수 있다.

저산소증은 심장 기능에도 직접적인 장애를 일으킨다. 심한 경우 부정맥이나 의식 장애 등을 초래한다. 또한 간이나 콩팥 같은 주요 장기에 많은 손상을 준다. 그 밖에 다리와 얼굴도 붓는다.

3. 누가 위험한가

저산소증은 호흡기 질환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기관지천식, 만성폐쇄성 폐질환(만성기관지염, 폐기종), 폐섬유화증 및 폐혈관질환이 여기에 속한다. 기관지나 폐에 문제가 없더라도 척추 측만증이나 흉곽의 변형, 과도한 비만으로 폐 용적이 줄어들어도 숨 쉬기가 어렵다. 특히 감기나 황사, 대기오염, 알레르기 자극으로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악화한다.

코골이가 심해 약 10초 동안 숨을 쉬지 못하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도 저산소증을 보인다. 심하면 성기능 장애를 일으키고, 치매나 중풍·돌연사를 불러온다.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신철 교수는 “주로 복부 비만이 심한 사람에게 자주 발견되는데, 남자는 보통 허리 32인치 이상이면 코를 골기 시작해 34인치를 넘어가면 수면무호흡을 보인다”고 밝혔다.

살찐 사람은 숨통(기도)에도 지방질이 끼고, 혀도 커져 한 번에 숨을 쉬는 양이 줄어든다. 일단 체중을 줄이고 옆으로 누워 자며, 수면제 복용이나 음주를 피해야 한다. 흡연은 염증을 생기게 해 기도를 좁힌다.

깊은 호흡이 힘든 산모에게 산소가 부족해 태아가 저산소증에 노출되기도 한다. 저산소증이 생기면 저체중 아이나 심지어 정신지체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조산 및 유산할 위험도 높다. 지난 2001년 이화여대 예방의학교실 하은희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일산화탄소 농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저체중아가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4. 산소를 보충하라

일단 미세먼지나 오존·황사 등을 피하고, 실내는 틈틈이 환기시킨다. 잘 때 창문을 조금 열어놓아도 좋다. 다만 화분이 많은 베란다 문은 닫도록 한다. 밤에는 식물이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체내 산소 공급을 좋게 하려면 달리기 같은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근육 마비, 심한 폐렴, 폐수종처럼 폐의 탄력성이 떨어져 자신의 힘으로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든 사람은 인공호흡기나 산소 공급기로 산소를 보충한다. 척추 측만증 등이 있는 경우 해당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이가 들 때까지 방치하면 수술이 어려워 산소통에 의지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이에 비해 폐암으로 호흡이 곤란한 사람은 산소가 부족한 경우가 거의 없다. 따라서 산소 농도를 높이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

보통은 오히려 산소가 지나치게 많으면 해롭다. 대기 중 약21%를 차지하는 산소 농도가 20% 이하로 떨어지면 가슴이 답답하고 두통, 식욕부진, 구토 증세를 보인다. 그러나 약 60%를 넘어서면 과다 산소로 산소중독을 일으킨다. 심하면 심장 장애를 불러온다.

또 체내 산소가 적당해야 호흡 중추에서 숨을 열심히 쉬게끔 명령한다. 산소 농도가 높아지면 중추신경에서 호흡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단번에 고농축 산소를 급하게 들이마시지 말고, 저농도 산소를 장시간 마시는 것이 현명하다. 산소 치료를 질병 등 환자의 상태를 잘 파악한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야 한다.

도움말
한양대병원 호흡기내과 윤호주 교수, 강북삼성병원 호흡기내과 임성용 교수, 영동세브란스 신경외과 주진양 교수, 더웰스페이스 이비인후과 박성원 원장

<출처=산소이야기(저 이광목)>
<정리=김종현 기자>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