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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 등을 금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됐다.

2012년 첫 제안 이후 4년이 넘어서야 효력이 발생하게 됐다. 예상대로 시행 첫날부터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렸지만 큰 혼잡은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부정청탁이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더욱 은밀하게 이뤄지는 등 적지 않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일각에서는 접대 한도(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에 맞춘 새로운 메뉴가 나오는 대신 현금을 이용한 ‘깡’이 활개쳐 범죄자를 양산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고급 한정식집 등의 경우 ‘일부 카드, 일부 현금’ 등의 방식이 동원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깡·현금 결제 등 편법 난무”…음지법 오명도
반대 땐 부패세력 찍힐라 말 못하고 전전긍긍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 등을 금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됐다. 2012년 첫 제안 이후 4년이 넘어서야 효력이 발생하게 됐다. 예상대로 시행 첫날부터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렸지만 큰 혼잡은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부정청탁이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더욱 은밀하게 이뤄지는 등 적지 않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일각에서는 접대 한도(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에 맞춘 새로운 메뉴가 나오는 대신 현금을 이용한 ‘깡’이 활개쳐 범죄자를 양산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고급 한정식집 등의 경우 ‘일부 카드, 일부 현금’ 등의 방식이 동원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란법 시행 직후 곳곳에서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기업들이 출입기자 등에게 제공하던 주차권을 발급하지 않기로 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종로구 계동사옥 내 주차 시 기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던 주차비를 김영란법 시행일인 28일부터 유료로 전환했다. 출입증이나 기자 명함만 있으면 무료로 종로구 사옥에 주차를 할 수 있었던 금호산업도 유료 전환을 결정했다.

SK건설은 종로구 관훈동 사옥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제공하던 1시간 무료 주차 혜택은 유지하지만, 종일 주차권은 28일부터 제공하지 않고 있다. GS건설도 기자들에게 제공하던 무료 주차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유를 묻자 이들 기업 홍보담당자는 ‘김영란법 때문’이라는 공통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주차 혜택이 문제가 되는냐는 질문에 익명을 요구한 홍보담당자는 "기자들에게 일상적으로 보도자료를 제공하면서 기사를 부탁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어 이런 편의를 제공하는 게 김영란법에 저촉된다고 판단한 것이다"고 알렸다. 

중소, 법카로 술자리 금지

중견·중소기업(이하 중기)들도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당분간 지켜보자는 관망세 속에 간담회와 품평회 등 외부행사를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등 회사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술자리와 식사 등 대외접대를 엄격히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러닝 업체인 A사는 영업 등 외부활동을 하는 임직원 개개인에 주어졌던 법인카드를 일괄 회수했다. 대신 대외접대가 불가피할 경우 관리팀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토록 했다. 다만 법인카드를 쓴 후 내역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점검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그동안 골프와 선물, 향응 등으로 로비했다면 김영란법 시행으로 모두 불법으로 간주되는 만큼 오히려 검은돈이 로비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이미 상품권과 인터넷게임  아이템을 활용한 검은 시장(?)이 활개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법 시행을 앞둔 마지막 추석 연휴 기간 소비심리 위축을 우려했던 유통업계는 상품권 판매에서 예상외의 특수를 누렸다.

지난 8월 1일부터 25일 롯데백화점의 상품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8.7% 급증했고, 현대백화점의 지난달 19~29일 상품권 매출 역시 8.9% 올랐다. 특히 고액상품권에 대한 공급과 수요가 늘어났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조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백화점상품권 연도별 공급현황'을 보면 올해 5월까지 50만원권 백화점상품권 96만 장이 시중에 풀렸다.

지난해 상품권 공급량이 233만 장이었고, 올해 백화점상품권 매출이 전년 대비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액상품권의 발행량은 더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한국조폐공사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최근 5년간의 상품권 발행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 1월부터 7월까지 유통사의 상품권 발행액 3조3785억 원 중 2조4400억 원이 10만 원 이상의 고액 상품권이었다.

인터넷 아이템 거래를 활용한 검은 시장도 활개치고 있다. 이 거래를 통해 김영란법을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가령 B씨가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구해 유관업체에 근무하는 C씨에게 온라인으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 이후 C씨가 이 아이템을 현금화하면 예전보다 더 은밀한 로비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위험이 커진 데 비례해 촌지의 단위도 예전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어차피 로비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신용카드와 달리 잘 드러나지 않는 현금이 로비의 주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단속조차 쉽지 않아

일부 기업들은  부패방지라는 대의명분에 짓눌려 법이 시행된 만큼 ‘식사 및 선물 분위기 변화→중소상공인 및 기업 매출감소→소비침체→경기악화’라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덩치가 작은 중소 자영업자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게 뻔 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소규모 골프장과 신규 골프장이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골프업계는 김영란법이 국내 골프장 시장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의 20~30%를 차지하는 ‘접대 골프’ 수입을 잃게 되는 회원제 골프장의 상당수가 ‘경영악화→자본잠식→법정관리→퍼블릭 전환→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적발이 쉽지 않다는 것도 검은 시장의 규모를 키운다. 다른 현금대체 수단과 달리 관리부처가 없는 상품권은 수사기관이 조사에 나서지 않는 이상 적발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법 시행 직후라도 상품권의 관리 및 규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종상 연구위원은 ‘상품권 시장 현황과 감독의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들의 상품권 선호 성향이 증가할수록 자금세탁 가능성이 높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정책적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 방법으로 박 연구위원은 “고액상품권의 발행 전 등록을 의무화하고, 발행 단계에서 의심거래보고, 고액현금거래보고, 고객확인제도 등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도입해야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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