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파동 이후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추적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일명 ‘스마슈머’, ‘체크슈머’, ‘퍼슈머’로 불리는 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신조어는 ‘소비자(Consumer)’와 ‘똑똑한(Smart)’, ‘확인하다(Check)’, ‘추적하다(Pursue)’를 합성한 것인데 제품의 성분이나 이력을 꼼꼼히 확인하고 따지는 것이 특징이다. 꼼꼼한 소비자들이 가장 활발한 곳이 바로 식품 분야다.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제품을 분석하고 살피는 퍼슈머 트렌드는 외식업 창업의 트렌드까지 바꾸고 있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 주체 ‘컨슈니어’는 소비자(Consumer)와 기술자(Engineer)를 결합한 신조어다. 성분과 기술력을 꼼꼼히 따져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춘 ‘철벽 소비자’를 뜻한다.

가습기 파동뿐 아니라 2015년 각종 생활용품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구입제품의 성분 표기, 원재료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약국에서 약을 구매할 때 “감기에 걸렸는데, 감기약 좀 주세요”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컨슈니어들은 무방부제 무색소 감기약을 미리 검색해 “아토피 증상이 있으니 OOO약으로 주세요”라고 한다.

컨슈니어의 증가로 오히려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액세서리 브랜드가 있다. 1000원의 작은 액세서리도 꼼꼼히 따져 구매한 상품의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컨슈니어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패션주얼리전문점 ‘못된고양이’가 그 주인공이다.

양진호 못된고양이 대표는 “못된 고양이의 경쟁력은 인체에 무해한 좋은 액세서리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라며 “최근 깐깐한 소비자들에게 가성비가 탁월한 액세서리라고 인정받고 있다. 니켈을 도금하면 광이 오래가고 변색이 잘 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이는 피부에 축적되기 때문에 자칫 피부트러블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못된고양이는 전 악세사리 전 제품을 무납·무니켈 도금으로 해 피부 알레르기를 최소화 했으며, 업계 최초로 ISO 9001 인증을 받은 제품만을 판매하고 있다. 또 이어폰, 보조충전기, 핸드폰 관련 액세서리 등 잡화 품목 역시 산업통산자원부 인증을 받은 제품만을 판매하고 있다.

[‘깐깐한 먹거리’로 퍼슈머 공략]

깐깐하게 원산지까지 따져가며 제품 또는 음식 메뉴를 선택하는 ‘퍼슈머’들이 늘어나면서  돈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유통 거리가 짧아 신선하게 먹을 수 있고 우리 땅에서 자라 안전하다는 장점을 가진 ‘로컬 푸드(Local Food)’가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외식업계는 로컬푸드 전용 매장을 개설하고 식자재 대부분을 친환경 인증 농산물만으로 구성하는 등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대표 도시락전문점 ‘한솥도시락’은 2015년부터 재료 원산지와 생산자, 생산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농산물 실명제’를 도입, 도시락의 기본이 되는 쌀에 대한 경쟁력을 갖췄다. 지난 3월에는 강화도 생산자와 계약을 맺고 도시락에 들어가는 모든 쌀을 밥맛이 좋기로 유명한 ‘신동진 쌀’ 단일품종으로 바꿨다. 신동진 품종의 쌀은 일반 쌀보다 1.5배 밥알이 굵은 것이 특징이다. 단백질 함량이 낮아 시간이 지나도 푸석거리거나 딱딱하게 변하지 않고 윤기를 유지한다. 가격은 혼합미나 다른 품종보다 높은 편이지만 생산자와 직거래 방식으로 공급가격 인상 없이 가맹점에 납품하고 있다.

㈜채선당은 ‘야채(菜)가 신선한(鮮) 집(堂)’을 뜻하는 친환경 샤브샤브 브랜드로 100% 친환경 야채와 호주산 청정 쇠고기, 샐러드, 삼색김치, 칼국수, 만두, 영양죽 등으로 구성된 메뉴를 샤브샤브 방식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채선당의 최대 경쟁력은 샤브샤브 전용 친환경 야채로 최고의 샤브샤브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2007년부터 전국 공급망을 구축, 국내 15개 재배농가에서 적근대, 홍쌈추, 다청채 등 엽채류 7종과 황금팽이버섯 등 버섯류 5종 등의 친환경 야채를 계약재배를 통해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또 샤브샤브 브랜드 중 유일하게 샤브 전용 친환경야채 개발을 위한 직영농장에서 샤브샤브에 적합한 품종을 지속적으로 재배하고 있으며, 수확 후에는 R&D 중앙연구소를 통한 테스트 후 최적의 상품만 매장에 제공하고 있다.

[안심하고 먹도록 원산지 표시]

김밥에는 게맛살, 단무지가 들어가야 제 맛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단무지 뺀 김밥이 인기를 끌면서 김밥 맛 집으로 알려진 곳이 있다.

분식토랑(분식레스토랑) ‘얌샘김밥’은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원산지를 표시하는 것은 물론, 모든 돈가스에 사용되는 생등심과 김, 쌀, 고춧가루, 야채 등 식재료 대부분을 국내산만을 고집한다. 얌샘김밥 가맹본부에서는 친환경 농산물로 인증 받은 프리미엄 쌀을 독점공급 받아 김밥과 함께 볶음, 비빔밥, 오므라이스, 롤 등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또 보통 김밥에 들어가는 가공식품인 단무지, 게맛살을 사용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장아찌 등 친환경 식재료만을 사용한 것이 특징. 또한,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 내놓고, 오픈 주방을 통해 조리과정을 공개해 신뢰감을 높였다.

인기메뉴로는 10여 가지의 재료가 들어간 메가김밥, 식감이 살아있는 날치알톡톡김밥, 매콤한 맛이 일품인 불낙김밥, 메콤제육김밥 등이 있다. 이외에도 참치샐러드김밥, 돈까스김밥, 너비아니김밥, 통새우김밥, 불갈비김밥 등이 있다.

위생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브랜드도 있다. 감자탕 전문프랜차이즈 명가 ‘이바돔’이다. 2016년 5월 본사 및 생산물류센터를 전남 영광으로 확장 이전한 이바돔은 동종 업계 최초로 생산 공장에 바이오존을 설치하는 등 클린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바돔이 생산공장에 설치한 바이오존은 0.001마이크론(1마이크론:1mm의 1/1000)의 바이러스까지 살균이 가능한 공기살균기로 국내 병원의 수술실 살균정화 등에 이용되어 왔다. 플라즈마 분사 방식에 의한 소독으로 생산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생물을 99% 이상 제거해 균을 억제하는 시스템이다.

위생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 웰빙 음식인 ‘묵은지’를 이용한 요리로 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바돔의 묵은지는 해풍을 맞고 자란 국내산 배추를 사용한다. 1~3년을 숙성시킨 남도의 맛을 간직한 HACCP 인증 묵은지이기도 하다.

2006년부터 해남 화원농협과 MOU(양해각서) 계약을 통해 전통 남도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해남군수와 전남도지사가 인증서를  발급할 정도로 품질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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