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정치팀] 이명박 전 대통령이 30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성숙해가는 과정으로 겪어내야 한다"며 "변화된 환경 속에서 새로운 방식의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홈페이지에서 칼럼을 통해 "김영란법 시행으로 우리는 또 한 번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기억해야 할 것은 법의 취지와 정신"이라며 "사회 전체에 만연한 비리를 없애는 것은 선진화와 관련된 문제이고 이는 시급하다는데 인식을 함께 해 추진해 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2015년 대한민국 국가 청렴도 지수는 168개국 중 37위로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보다 한참 뒤진다. 국제사회 평가도 평가지만 우리 스스로 대한민국을 부패한 나라로 인식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며 "그동안 부정한 청탁이 관행이라는 이름하에 공공연히 자행되면서 부조리가 싹터온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초기에는 이해와 공감대가 부족해 과잉반응이 나올 수 있으나 안정되면 합리적인 일 처리가 가능해지고 그간 느껴왔던 부담도 크게 줄 것"이라며 "경제규모와 국민소득을 키우는 노력 이상으로 우리 사회를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로 만들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 믿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감한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실행해야 한다"며 "당장의 현실을 부정적으로 탄식하기보다 건전한 소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찾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전 대통령은 "훨씬 많은 사람이 새로운 변화가 가져올 긍정적 기여에 희망을 갖고 있기에 우리 사회는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당분간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지혜롭게 보완해 가면서 부패를 청산하고 청렴 문화의 기틀을 확립하는 계기로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전문

김영란법 시행에 부쳐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발효되었다. 2011년 6월 국무회의에서 출발된 논의가 법 시행으로 이어지기까지 5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만나는 이들마다 법 적용대상과 사례에 대한 토론이다. 태도와 처신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만남에 앞서 숫자를 따져 한계를 그어야하는 다소 불편한 지경이 되었다. 한편에선 민족의 명절 추석도 살리지 못한 경기불황을 염려한다.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위축된 요즘 자영업, 농수축산업이 겪을 피해 걱정도 크다.

이 시점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법의 취지와 정신이다. 청렴과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창출하기 위함임을 명확히 되새겨야 한다. 2011년 국무회의 때도 경직된 공직수행과 무사안일주의 확산과 같은 부작용이라든지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등 여러 의견과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사회 전체에 만연한 비리를 없애는 것은 선진화와 관련된 문제이고 이는 시급하다’하는데 인식을 함께 해 추진해 왔다.

이 법은 반부패·청렴의식의 확산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를 구축하자는 취지로 발의되었다. 각계각층의 활발한 토론을 거쳐 어렵사리 열매를 맺었다. 변화에는 혼란과 고통이 따른다. 오랜 시간 관례화된 가치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해석과 세부 적용 사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예기치 못했던 문제 또한 발생할 것이다. 이 역시 우리 사회가 성숙해 가는 과정으로 겪어내야 한다.

2011년 처음 이 법을 입안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당시 임명된 대한민국 1호 여성 대법관이다. 나는 2010년 9월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김 대법관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하며 퇴임 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김 대법관은 “변호사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했다. 당시만 해도 대법관을 그만두면 대형 로펌에 가거나 변호사 사무실을 내는 것이 관행이었고 그로 인한 전관예우의 문제도 있었다. 나는 김 대법관의 생각이 우리 정부의 공정사회 철학과 일치한다고 느꼈고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 위원장 역시 해외에서 공부하려던 계획을 접고 국민권익위원장으로서 부패척결의 책임을 기꺼이 맡아 수행했다.

지난 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60%가 “한국 사회가 부패했다”고 답했다 한다. 2015년 대한민국 국가 청렴도 지수는 168개국 중 37위로 일본과 대만, 싱가폴보다 한참 뒤진다. 국제사회 평가도 평가지만 우리 스스로 대한민국을 부패한 나라로 인식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동안 부정한 청탁이 관행이라는 이름하에 공공연히 자행되면서 부조리가 싹터온 것이 사실이다. 흔히 말하듯 돈 없고 힘 없는 이들은 이러한 불공정 청탁에서 배제되어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김영란 법 시행으로 우리는 또 한 번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다. 초기에는 이해와 공감대가 부족해 과잉반응이 나올 수 있으나 안정되면 합리적인 일처리가 가능해지고 그간 느껴왔던 부담도 크게 줄 것이다. 경제규모와 국민소득을 키우는 노력 이상으로 우리 사회를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로 만들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 믿는다.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감한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실행해야 한다. 당장의 현실을 부정적으로 탄식하기보다 건전한 소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찾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이해당사자들의 걱정은 이해되지만 나는 변화된 환경 속에서 새로운 방식의 수요가 창출되리라 믿는다.

5년 전 토론을 시작할 때나 법이 시행된 오늘이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법 시행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한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가 가져올 긍정적 기여에 희망을 갖고 있기에 우리 사회는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고 믿는다. 당분간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지혜롭게 보완해 가면서 부패를 청산하고 청렴 문화의 기틀을 확립하는 계기로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제17대 대통령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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