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00원 ‘적정가’…성공 여부 핵심 열쇠 부상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우리은행 지분 매각 예비입찰에 18곳의 투자자가 대거 참여했다. 당초 10곳 정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훨씬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며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매각 물량보다 많은 수요가 몰린 가운데 본입찰까지 흥행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민영화 성공 이후 시장 상황도 관심사다.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는 우리은행은 KB국민, 신한, KEB하나은행과 함께 4강 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은행 지분 매각 첫 관문인 예비입찰에 18곳의 투자자가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참여한 기업은 한화생명과 한국투자금융지주, 키움증권 등이다. 이들이 써낸 인수 희망 물량의 총량은 82∼119% 수준이다. 이는 매물로 내놓은 예금보험공사 보유 우리은행 지분 30%(2억280만주)의 3배에 달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차례에 걸쳐 경영권 매각(일괄 매각)을 시도했으나 유효경쟁 미달로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예금보험공사 지분 51% 가운데 30%를 4~8%로 쪼개 여러 곳에 분산매각하는 과점(寡占) 주주 방식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와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매각 흥행을 자신하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흥행 조짐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최대 7곳이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그 2배수인 14곳 이상이 예비입찰에 뛰어들었다.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투자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한 간접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국민연금은 우리은행 지분 5.01%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국민연금은 50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굴리는 큰손이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의 참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예비입찰은 흥행몰이에 성공했지만 이런 분위기가 본입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주가 상승으로 인수 비용이 크게 오를 경우 입찰을 포기하는 곳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정 주가’ 민영화 관건

앞서 지난 2014년 소수지분 매각 당시 대다수 투자자들의 응찰가격이 예정가격을 밑돌아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과 우리은행이 조성한 펀드만 지분을 매입한 전례도 있다. 올 초 주당 8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우리은행의 주가는, 지난달 29일 1만17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우리은행의 민영화 성공여부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적정 주가’를 꼽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오는 11월 본입찰을 실시해 최종 낙찰자를 선정한다. 본입찰에서는 희망수량 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정부가 제시하는 예정가격보다 인수가격을 높게 적어낸 투자자 가운데 낙찰자가 결정된다.

시장에서는 우리은행의 주가가 계속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오는 11월 1만3000원 선에 주가가 형성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우리은행 지분매각 예비입찰이 마감된 지난달 23일 우리은행 주가는 전날보다 1.35% 오른 1만1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월 정부가 매각방안을 발표한 당시(종가 1만250원)보다 10% 이상 올랐다.

주가가 1만3000원을 넘기면 정부는 이득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을 100% 회수하려면 주당 1만2980원은 받아야 한다(정부 보유 지분 51%).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총 12조7663억 원이다. 현재까지 계열사 매각과 배당 등으로 회수된 금액은 65%인 8조2869억 원이다.

이번에 30%(2억280만주) 지분을 주당 1만3000원에 매각하면 2조6364억 원이 회수되고 나머지 지분 21%를 민영화 이후 더 높은 가격에 판다면 성공적으로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마냥 오르면 오히려 민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주가가 1만3000원으로 오르면 입찰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최소 매입지분인 4%를 살 때 현재보다 500억 원 이상 더 내야 한다.

특히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하는 재무적 투자자(FI)에게는 투자매력이 감소해 본입찰 참여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본입찰에서 입찰자들의 신청물량이 30%에 미치지 못하면 또다시 매각이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주가가 떨어지면 정부는 헐값 비난과 함께 남은 정부지분으로 공적 자금 손실분을 메워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가가 너무 올라도, 너무 내려도 문제”라면서 “예비입찰 흥행으로 민영화 성공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적정 주가가 뒷받침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영화 이후는?

민영화에 성공하게 된다면 우리은행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 초 지주사 전환을 시도한다는 구체적인 일정도 회자된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시중에 나온 증권사와 보험사 매물 중 한곳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이번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우리금융지주로의 재전환을 준비할 것”이라며 “특히 과점주주들이 선임한 이사로 새롭게 이사회가 꾸려지고 차기 행장 선임 안건이 처리되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구 행장은 지분매각 작업을 진행하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을 만나 지주사로 전환하면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고, 실적 개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점을 적극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이같은 지주사 전환 결정은 KB국민, 신한, KEB하나 등 3강 구도에서 우리은행이 민영화이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도 우리은행 민영화 이후 4강구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2014년 우리은행은 민영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금융지주를 흡수합병하고 주요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등을 패키지로 농협금융지주에 매각했다. 때문에 우리은행을 제외한 증권·보험 사업에 공백이 생겼고, 카드 부문의 시장 지배력도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우리은행은 우선 소형 증권사를 인수·합병(M&A)하거나 종금사를 증권사로 전환해 라이선스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회사 구축을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은 장기적으로 보험사 인수 검토를 계획하고 있다. 저금리와 규제강화로 업황이 악화되면서 알리안츠생명, PCA생명, ING생명, KDB생명 등이 매물로 나와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광구 행장 연임에 영향

민영화에 성공하면 이광구 행장의 연임도 예상된다. 이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30일까지다. 우리은행 과점주주 경영체제가 구축되면 금융위원회는 과점주주들에게 각각 사외이사 1명을 추천할 권리를 주는데, 여기서 선임된 사외이사들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은행장을 선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 행장이 우리은행 민영화에 성공한 공을 인정받아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 이 행장은 임기 내 민영화 완수를 최대 과제로 삼고 업무에 임해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행장은 우리은행 민영화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면서 “민영화 이후 공로를 인정받아 최소한 조직이 안정될 시점까지 은행장으로 계속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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