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재계에 괴소문이 퍼지고 있다. 검찰이 롯데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도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는 설이다.

사드 배치를 두고 정부와 롯데의 빅딜이 있었다는 이면합의설과 검찰이 전 정권에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기업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도 현 정권의 레임덕 벽을 넘지 못해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한다는, 사실확인이 어려운 소문들이 마치 기정사실처럼 떠돌고 있다.

일각에선 매년 불거진 재계의 '붉은 10월' 악령이 풍문을 통해 되 살아나는게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를 한다.  붉은 10월은 매해 10월이면 불미스러운 일로 재계인들이 검찰수사를 받게 되면서 생긴 관용어다.

롯데 고강도 수사와 사드 배치 무관? 빅딜?
정부·해당기업 둘다 “황당”  말도 안 된다 입장

가장 최근 주목받는 소문은 ‘성주골프장에 사드 배치를 위해 롯데에 대한 강압적인 수사가 진행됐다’는 내용과 ‘전 정권과 친했던 기업 위주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됐지만 결과는 흐지부지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 정권 실세와 현 정권 실세의 보이지 않는 마찰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사드 배치 장소를 두고 고심하던 중 롯데에 대한 전방위 수사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왔고 최근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소위 한자리 했던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런 소문들이 진위여부를 떠나 각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의심의 눈초리 보내는 사람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롯데의 고강도 수사 소문은 정부가 사드 배치 부지 선정을 고심하던 시기에 강도 높게 불거지기 시작했다.

검찰이 오랜 기간 수사를 진행한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지지부진하던 수사가 최근 수개월 내에 급속도로 진행됐고, 이인원 부회장 자살 이후에도 숨고르기 조차 하지 않고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된 것만 봐도 과거 유사 기업 수사와는 분명 다르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일례로 과거 검찰이 수사를 벌이던 중 중요 증인 또는 당사자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우 사건을 종결했던 일이 비일비재했다면 이번에는 여론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수사를 벌여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까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도 과거 유사 사례의 경우는 총수 수사 후 24시간 내에 영장을 청구한 반면 신 회장의 경우는 이틀이 다 된 시점에야 신청한 것을 두고도 내부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었음이 관측된다. 다시 말해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자살 후 사건이 종결된 것과도 대비된다.

또한 롯데 대부분의 사업이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관계로 사드 부지를 내주는 게 쉽지 않다. 유커 관광객을 주 고객으로 하는 롯데면세점과 테마파크, 호텔 등이 중국의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악영향을 받게 될 경우 모그룹 경영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롯데 측은 성주 골프장이 사드 부지로 선정된 것이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 트위터리안은 신동빈 회장의 구속결정 기각이 알려진 직후 트위터를 통해 “롯데를 열심히 때린 이유가 골프장 뺏으려고 그런 거야?” “사드 대체부지 발표, 신동빈이 검찰 조사받는 날짜와 같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도 “신동빈 구속영장 기각이라…제일 먼저 든 생각이 성주골프장을 결국 사드 부지로 헌납하기로 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판사들 판결에 신뢰가 없어져 버렸다”고 했다.

정부도 신 회장 구속 영장 기각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성주골프장에 사드 배치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이 같은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비춰지게 했다.
검찰의 연이은 기업 수사 이후 흐지부지된 총수 구속 소식도 비슷한 맥락에서 회자되고 있다.

최근 불거진 검찰의 ‘기업 수사 소식’ 때마다 잡음이 들렸다.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경남기업과 한국석유공사 등을 압수수색할 당시 ‘하명 수사’공방에 휘말렸다.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현 총리)을 배석시킨 가운데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한 직후 시작된 이 수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을 불렀다.

비슷한 시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시작한 농협·포스코·KT&G에 대한 수사는 이명박 정권과 가까운 기업인들에 대한 ‘찍어내기 수사’ ‘보복 수사’라는 말을 들었다.

5개월간 진행된 농협 수사는 최원병 당시 농협중앙회장을 기소도 하지 못하고 끝났다. 8개월간 지속된 포스코 수사 당시 검찰 관계자는 “국민 기업 포스코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정준양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끝났다. 10개월간 이어진 KT&G 수사에서 검찰은 민영진 전 사장을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했으나 법원은 1심에서 민 전 사장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앞서 2013년 당시 KT 이석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먼지털기식 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재미난 사실은 수사를 받은 총수 대부분이 MB정부 실세와 직·간접적 연결고리가 있던 인사들이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현 정권과 전 정권의 보이지 않는 손이 검찰 수사를 방해, 더 이상의 진척이 없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검찰 측은 이 같은 소문에 황당해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비치는 것에 대해 할 말을 잃은 모양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모 언론을 통해 “검찰이 증거나 법리(法理)보다 보여주기 수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며 “그럴수록 수사가 어떤 의도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하게 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10월 괴담 주인공 누가 될까

이런 일련의 과정 때문에 재계를 옥죄는 붉은 10월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지난해 10월에는 재벌 3·4세들의 도박 소식이 알려지며 붉은 10월의 대미를 장식한 바 있다. 따라서 이제 막 시작되는 10월인 만큼 어떤 논란이 붉은 10월 그림자를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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