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vs 박삼구 회장, 치열한 수싸움 예고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올 하반기 국내 인수합병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금호타이어 매각 절차가 시작됐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채권단)는 지난 20일 자문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을 통해 보유주식 6636만8844주(지분율 42.01%)를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CS는 60여 곳에 달하는 국내외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투자설명서를 발송한 후 인수 의지를 갖고 비밀유지확약서를 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1월 초 예비입찰을 진행하게 된다. 우선협상대상자는 내년 1월로 예정된 본입찰 후 결정된다.

일부 해외 자동차 부품기업 및 타이어업체, 국내외 사모펀드(PEF) 등이 잠재 투자자로 거론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탄탄한 자본력과 글로벌 사업망을 갖춘 해외 전략적 투자자(SI)가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뛰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는 옛 대주주인 박삼구 회장이다. 박 회장은 우선협상자가 제시한 가격 이상을 내면 금호타이어를 재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그룹 지주사격이었던 금호산업을 채권단으로부터 되사올 때도 우선매수권이 활용됐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도 금호산업 M&A 사례와 같이 채권단과 박 회장 간의 치열한 수 싸움을 예상하고 있다. 박 회장 입장에선 흥행이 저조하거나 경쟁입찰이 무산되는 게 자금 여력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유리하다. 채권단이 금호산업처럼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면 협상력 우위로 인수가 자체를 낮추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채권단은 흥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대한 비싼 값에 팔려면 경쟁이 치열해야하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의 경우 호반건설 단독 응찰로 흥행에 참패하고 유찰됐다. 결국 박 회장에게 예상가인 1조 원에 크게 못 미치는 7228억 원에 넘겨야 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은 사정이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인 금호산업과 달리 금호타이어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인만큼 유찰 가능성은 적다는 게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지난해 금호산업을 인수했던 대로 시나리오를 짜고 자금 마련 계획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채권단과 옛 대주주인 박 회장이 앞으로 4개월 동안 또다시 치열한 수 싸움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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