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호식이 두 마리 치킨’ 취향 저격 메뉴로 해외까지 날아간다

▲ 깐부치킨 청담 사옥

13㎡(4평)짜리 컨테이너 박스에서 시작해 서울 강남에 수백억 원짜리 건물을 지었다. 잘나가는 대기업의 얘기가 아니다. 10년 전 동네 치킨집이었던 ‘깐부치킨’ 얘기다. 지방의 작은 치킨집에서 강남 논현동 노른자 땅에 고층 빌딩을 사들인 ‘호식이두마리치킨’도 사세 확장의 기세가 대단하다. 네네치킨, 굽네치킨 등도 강남은 아니지만 서울에 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청담동 학동사거리 한복판 7층짜리 건물. 해당 건물은 치킨 프랜차이즈 ‘깐부치킨’의 사옥으로 최근 본사를 이곳으로 옮겼다. 깐부치킨은 지난 7월 창업 10년 만에 작은 컨테이너 가게에서 서울 강남에서도 노른자 땅으로 평가되는 청담동에 입성했다.

지난달 27일 기자는 깐부치킨 청담 사옥에 방문했다. 서울 지하철 강남구청역과 압구정로데오역에서 도보 3~5분 거리에 있다.

건물은 세련된 외관을 갖추고 있었고 좌측 상단에 ‘깐부(KKANBU)’라는 간판을 걸어 놨다. 1층은 깐부치킨 안테나숍 매장이 들어서 있다. 안테나숍은 고객의 반응과 새로운 유행정보를 빨리 입수하기 위해 주로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개설한 점포를 말한다. 이곳에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고객들의 검증을 거친 후 체인점에 공급할 예정이다.

매장은 여느 치킨집과 분위기가 달랐다. 고급스러운 내부와 야외테라스, 은은한 네온사인 등은 유럽에 온 느낌을 받게 했다.

청담동에 입성한 깐부치킨의 시작은 지난 2006년 경기도 용인시 성복동의 13㎡(약 4평)짜리 컨테이너에서였다. 이곳에서 만든 ‘전기구이 치킨’은 기름기가 적고 껍질이 바삭해 동네 주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옛날 통닭의 향수를 느끼게 한 담백한 치킨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소문이 퍼지면서 비법을 배워 매장을 열고 싶다는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매장이 하나둘 늘더니 서울과 경기지역 주요 상권에 매장이 247개까지 급증했다.

깐부치킨이 이런 가파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맛에 대한 고집 때문이다. 깐부치킨이 다른 치킨 브랜드와 다른 점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갓 튀겨낸 치킨을 그 자리에서 먹는 게 최고라는 신념 때문이다. 치킨을 튀기는 튀김기 안에는 무조건 한 마리씩 넣는다. 차가운 닭이 많이 들어가면 기름 온도가 낮아져 제대로 튀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식재료 신선도를 지키기 위해 가맹본부가 매장 냉장고를 매일 관리해주는 것도 특징이다. 또 재고 관리뿐만 아니라 물류센터에서 직접 닭 손질과 염지(닭을 양념에 담가 숙성하는 공정)까지 맡아 맛의 통일성을 유지한다. 엄격하게 식재료를 관리하기 위해 무리한 매장 확장은 지양하고 있다. 회사가 정한 매장 수 상한선은 300개다.

깐부치킨보다 앞서 강남 빌딩에 입성한 치킨브랜드도 있다. ‘한 마리 가격에 두 마리 치킨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유명한 ‘호식이두마리치킨’이 주인공. 지난해 6월 논현동 사옥 호식이(HOSIGI)타워에 입주했다.

호식이두마리치킨 본사 사옥

강남 입성한 동네 치킨집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지난 1999년 한 마리 가격에 두 마리 치킨을 제공하는 창조적 가격파괴 마케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대구 체인사업본부, 서울과 부산 등 3개 사업본부, 전국 8개 지사 등(지난해 8월 기준)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치킨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지난 8월에는 전국 가맹점 1000호점을 돌파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HOSIGI타워 입주를 발판삼아 수도권 시장 공략에 나섰다. 공격적인 경영으로 수도권 가맹점 관리와 경영기획, 브랜드 혁신 등 주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당시 입주식에서 “호식이두마리치킨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창립 이후 꾸준히 추구해온 ‘상생경영’ 덕분이다. HOSIGI타워를 거점으로 세계시장으로 도약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최 회장이 1999년 대구에서 설립했다. 한 마리 가격에 두 마리 치킨을 제공한다는 점과 뛰어난 맛으로 2010년 서울에 진출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점을 개설하며 처음 해외지점을 냈다. 최근 일본 2호점도 냈다.

최 회장은 초기에 큰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가맹점을 최대한 늘린다면 원가가 계속 낮아져 수익성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해진다. 무엇보다 ‘두 마리치킨은 품질이 낮은 닭이나 외국산 닭을 사용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2002년 국내 업계 최초로 ISO9001 품질경영인증을 획득했고 하림과 손잡고 모든 체인점에 ‘100% 하림닭 사용 인증패’를 부착했다.

최 회장은 가맹점이 어려워지면 본사도 결국 위태로워진다는 생각으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기술을 100% 전수하고 가맹점의 매출이 떨어지면 본사에서 지원을 나간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사료값 폭등으로 2003년 생닭가격이 2700원으로 올랐을 때도 가맹점에 200원을 밑져가며 2500원에 생닭을 공급한 것으로 유명하다.

강남은 아니지만 네네치킨, 굽네치킨 등도 서울에 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창동에 위치한 네네치킨 본사 사옥 ‘네네빌딩’이, 목동에는 굽네치킨 본사 사옥인 ‘지앤빌딩’이 있다.

네네치킨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 피자 박스 형태의 새로운 포장 용기와 뛰어난 맛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네네치킨의 포장 박스는 치킨을 기본으로 소스와 콘 샐러드, 무 등 사이드 메뉴, 탄산음료 등을 가지런히 놓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별도의 상차림 없이 포장 박스 자체에서 바로 치킨을 먹는다는 발상이었다.

굽네치킨은 국내 오븐구이 치킨 선두주자로 치킨업계에 웰빙 트렌드 바람을 일으키며 1년 9개월 만에 100호점을 오픈한 브랜드다. 최근에는 홍콩에 돌풍을 일으키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치킨 사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성공스토리는 더욱 그런 분들을 자극하는 요소”라면서 “하지만 실패한 사례가 훨씬 많기 때문에 성공노하우를 철저하게 검증하고 전략을 잘 세워야 성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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