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대통령…연 4000억 600만 명 등록선수 관리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대한체육회 선거가 닻을 올렸다. 이번 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된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로 당초 뜨거운 경합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그동안 통합 과정에 비하면 선거전은 예상외로 차분한 분위기다. 지난 23일 후보자 등록 마감 결과 장정수(65)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 이에리사(62) 전 국회의원, 이기흥(61) 전 대한체육회 부회장, 장호성(61) 단국대 총장, 전병관(61) 경희대 교수 등 5명의 후보가 등록했지만 이전 회장들과 비교하면 인지도나 무게감이 떨어진다. 일요서울에서는 ‘스포츠 대통령’이라 불리는 대한체육회장 선거 흥행실패 원인과 함께 5명 후보들에 대해 분석해 봤다. 

장호성 후보 ‘전문성’ 이기흥 후보 ‘리더십’ 전병관 후보 ‘경험’
이에리사 후보 ‘인지도’ 장정수 후보 ‘외교력’

대한체육회가 통합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구 대한체육회와 구 국민생활체육회 간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기도 했다. 별도 노조까지 설립될 만큼 그 갈등은 컸다. 결국 일부 관계자들은 대한체육회를 떠나기도 했다. 자의 반 타의 반 선거 출마를 포기한 사람도 생겨났다.

대한체육회장 자리는 정권과 갈등도 많은 자리다. 그러다 보니 친문체부와 반문체부로 나뉘며 정부의 힘을 등에 업기도 하고 그 힘에 밀려 쫓겨나기도 했다. 그만큼 어깨가 무거운 자리다.

‘스포츠 대통령’이라 불리는 대한체육회장은 연 400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집행자이자 엘리트와 동호인을 통틀어 600만 명에 이르는 등록 선수들을 관리하는 책임자다. 그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유력 정치인이나 그룹 총수들이 자연스럽게 회장직을 맡았겠지만 그러기엔 조직이 너무 크고 해결해야 할 갈등요소가 너무나 많아졌다.

체육계 인사들은 신임회장의 조건에 대해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체육회 통합을 위한 확실한 해결방안과 비전을 제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5명의 후보가 전임 회장이었던 이연택, 김정길, 박용성, 김정행 등에 비하면 인지도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체육인들은 ‘유명한 회장’보다는 ‘내실과 통합을 꾀할 수 있는 회장’을 원하고 있다. 

장정수 후보
“소통과 혁신으로 변화 시작할 것”  

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후보 등록 하루 뒤인 24일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각자 선거사무소를 연 뒤 1405명의 선거인단 표심을 잡기 위해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자신들의 이력과 장점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가장 먼저 이번 선거에 뛰어든 후보는 장정수 후보다. 유도 선수 출신인 그는 1977년 볼리비아 유도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는 등 해외에 유도를 보급하는 데 힘썼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회장을 지냈고, 볼리비아 올림픽위원회 스포츠 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그룹인 악사(AXA Equitable)에서 금융 재정전문 컨설턴트로 일한 그는 미국 사회에 기여한 공로로 미 하원으로부터 한국인 최초로 이름을 딴 기념일(장정수의 날·7월 17일)을 제정받아 화제가 됐다. 그러나 한국 체육계에서의 낮은 인지도가 단점이다. 

하지만 그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직접 경험했고, 스포츠외교와 체육행정으로 소통할 줄 아는 적임자라고 자신했다. 글로벌 비즈니스와 마케팅 마인드로 한국체육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장 후보는 소통과 혁신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한체육회의 화학적 통합과 시너지 제고를 위해 각계각층의 체육계 인사들로 구성되는 소통·상생위원회(가칭)를 설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체육단체의 이원화에 따른 운영의 비효율성도 제거해 절감된 예산으로 지역단위 단체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역설했다. 스포츠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마련했다.

그는 “중국은 2025년까지 스포츠산업 규모를 5조 위안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고 우리나라도 2018년까지 약 3000억 원을 투자해 스포츠산업을 미래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민건강 프로젝트’의 시행도 예고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MOU를 체결해 국민 건강에 대한 공동사업을 전개하고,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노인건강 문제와 아동·청소년 비만문제 해결에도 생활체육을 적극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생활체육을 국민건강관리 정책의 핵심으로 만들어 정부의 다양한 지원도 이끌어낼 복안도 갖고 있다.

또한 운동에만 전념해 온 체육인과 지도자들의 일자리 창출과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체육인들의 안정적인 재정확립과 노후생활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2020년 한국체육회의 전신인 조선체육회 창립 100주년을 맞이해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리사 후보
“건강한 한국스포츠 만들 것”

이에리사 대한체육회장 후보는 건강한 한국 스포츠를 위해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출사표를 밝혔다. 39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김정행 회장에 아쉽게 패했지만 다시 한 번 한국 체육의 파수꾼을 자처하며 도전장을 던졌다.

이 후보는 한국 스포츠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1973년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의 금메달을 이끌어 국민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이후 지도자를 거쳐 체육 행정가, 체육계 비례대표 국회의원 등 평생을 체육계에 몸 담았다. 체육계를 위해서라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를 따르는 후배 체육인도 적지 않다. 이 후보는 최근 침체되고, 위기에 빠진 한국 체육계를 살리기 위해 다시 한 번 대한체육회장에 도전한다.

가장 늦게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현실적인 공약을 내세우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건강한 미래세대 육성’, ‘체육이 있는 삶 실현’, ‘체육인들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이라는 3가지 목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먼저 학교체육의 정상화를 위해 학교의 교사, 학생뿐만 아니라 체육지도자, 체육단체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체육의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위원회(가칭)’를 신설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생활체육을 기반으로 차세대 체육영재 발굴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다짐했다.

생활체육을 보급하기 위한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생활체육 육성 및 활성화를 통한 저변을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엘리트 영재발굴이 이어질 수 있는 신한국형 체육영재 발굴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그렸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시아권에서 개최되는 3번의 올림픽(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다양한 종목의 선수 육성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스포츠강국의 전제조건은 ‘종목별 균등 발전’이라며 비인기 종목을 육성해 정상에 진입하는 것이 절실한 만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기흥 후보
“새로운 100년 초석 다질 것”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은 “새로운 대한체육회 100년을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며 출마 선언을 했다.

이 후보는 체육인 출신은 아니지만 1997년 대한근대5종연맹 고문을 시작으로 대한카누연맹회장, 세계카누연맹 아시아 대륙 대표, 대한수영연맹 회장,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을 지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올림픽 등 2차례 선수단장을 지내며 엘리트 체육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대한체육회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이 후보는 체육회 통합과정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마찰을 빚기도 했다.

체육회 통합 이후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을 맡으며 체육계와 잠시 거리를 뒀던 이 후보는 통합 체육회의 첫 수장을 뽑는 선거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 후보는 재정자립을 통한 체육회의 자율성 확보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스포츠마케팅을 적극 추진하고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스포츠토토 수익금 배분 조정을 통해 재정자립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회원종목단체에 대한 등급을 정해 사업비를 확대 지원하고, 시도체육회의 예산 지원도 늘려 그 위상을 확립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생활체육에 대한 지지 기반이 약한 이 후보는 은퇴선수 및 현역체육인 일자리 창출과 함께 학교체육활성화를 위해 선수 출신들이 학교체육 특별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생활체육을 활성화할 계획도 밝혔다.

여기에 체육인들의 부상 방지를 위한 의·과학 센터 추진과 100주년 기념 체육회관을 건립해 체육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회원단체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가 2010년부터 수장으로 있었던 대한수영연맹은 온갖 비리와 내부 갈등으로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지정돼 있어 약점이다.

전·현직 임원들이 횡령과 선수 선발 비리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이 후보는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직접적으로 연루되지 않았지만 6년 가까이 수영연맹을 이끌어온 수장으로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체육계 안팎의 시선이다.

이 후보는 “대한체육회장으로 당선되면 엘리트 스포츠, 생활체육, 학교체육이 선진국형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그 일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100년 역사의 대한체육회가 미래 100년을 활짝 열고 힘차게 비상할 수 있도록 그 날개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장호성 후보
“자부심 되는 기관 만들 것”

장호성 후보는 “대한체육회를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체육인들의 자부심이 되는 기관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08년부터 단국대 15∼17대 총장을 역임하고 있는 장호성 총장은 현재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KUBS) 부위원장, 아시아대학스포츠연맹(AUSF) 부회장,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 회장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03년 동계유니버시아드 부단장, 2005년 동계유니버시아드 단장을 거쳐 2011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단장으로 한국선수단을 이끌기도 했다. 부친인 장충식(84) 단국대 이사장은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았을 정도로 한국 체육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대를 이어 대학 스포츠 발전에 헌신하며 KUSF 회장을 5년째 맡고 있다. 대학스포츠의 정상화와 활성화에 힘써 왔다. 체육계는 물론 정계에도 발이 넓어 친정부적 성향의 후보로 꼽힌다.

장 후보는 ‘함께 가자! 대한체육 100년’을 모토로 전문체육-생활체육-학교체육이 하나 되는 통합 대한체육회, 선수와 지도자에게 자랑스러운 대한체육회, 국민 모두에게 행복을 드리는 대한체육회, 청소년의 활기찬 삶에 이바지하는 대한체육회,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주도하는 대한체육회, 대한체육회관 신축 등 6가지의 공약을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피력했다. 우선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체제 및 부패방지 시스템을 만들어 진정한 의미의 체육회 통합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또 경기단체 및 시도체육회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고, 전문체육인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체육인들의 자긍심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국민 모두가 스포츠를 통해 행복할 수 있도록 스포츠클럽 및 리그제 확산을 주도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무엇보다 통합 대한체육회 출범 이후 혼란을 겪고 있는 체육인들의 위상을 제고하고 화합과 안정을 이뤄 세계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자부심을 드높여온 대한체육회의 발전에 이바지 할 뜻을 밝혔다. 

장 후보는 “그동안 우리 민족에게 끝없는 용기와 희망을 준 우리 체육의 100년을 기리고 새로운 100년을 계획하는 길이 그만큼 뜻 깊고 보람찬 일이라 믿고 체육인들의 기대와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며 “조직의 화합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신뢰의 리더십을 통해 대한체육회 발전에 이바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관 후보
“자율과 고용안정 이룰 것”

전병관 후보는 체육인으로서 5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자신이야말로 초대 대한체육회 수장으로서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전 후보는 유도 선수로 시작해 대학교수를 거쳐 한국체육학회 회장, 대한체육회 이사, 국민생활체육회 부회장,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총감독 등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을 두루 경험한 전문 체육인이다.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되기 직전까지 부회장을 지냈다. 지난해 국민생활체육회장에 출마했다가 강영중 현 대한체육회 공동회장에게 패한 이력이 있다.

그는 ‘비행기는 조종사에게, 배는 선장에게, 체육회는 체육인에게’라는 슬로건과 함께 통합체육회의 ‘갈길(독립성)’과 ‘살길(재정 확충)’을 만들어 체육인들의 ‘자율과 고용 안정’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주요 공약사항으로 ‘혁신 5대 과제’와 ‘상생 5대 과제’를 주장했다. 혁신 5대 과제로는 세계 최상위권 경기력과 생활체육 기반조성 재정 200% 증액, 대한체육회 가맹 협회 및 시도체육회의 위상 제고, 체육행정 전담부처 ‘체육청’ 설치, 체육관련법 정비를 통한 체육기반 확장, 남북통일 체육과 국제스포츠 외교력 강화를 꼽았다.

전문 체육인 출신답게 현재 체육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인 ‘독립성’과 ‘재정 확충’에 많은 비중을 뒀다. 체육행정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발전을 위해 체육관련업무를 주관하는 독립된 체육청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눈에 띈다. 

여기에 상생 5대 과제로 체육지도자의 역량 강화 및 고용 안정, 선수 및 체육전공 출신자의 체육단체 채용 확대, 체육단체 재정 및 대국민 홍보 강화, 대한체육회 시너지 효과 극대화 및 깨끗한 이미지 제고, 국민 건강 및 체육복지에 적극 기여 등을 내세웠다.

체육 전문가인 많은 체육 전공 출신들과 현역 은퇴선수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겠다는 취지가 돋보인다.

전 후보는 “체육단체 여러 요직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체육 인맥과 소통하고 부딪히며 쌓은 경험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며 “체육인이기에 현재를 알고, 전문가이기에 미래를 통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10월 5일 후보자 소견 발표를 마지막으로 모든 선거운동은 마무리된다. 소견 발표가 끝나면 곧바로 투표가 진행되며, 개표도 이어진다. 5명의 후보자 중 다수득표자가 회장에 당선된다. 다수득표수가 동수인 경우에는 연장자로 결정된다. 임기는 2020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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