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외연 확장성·브랜드·캠페인 전략
- 재수생의 길, 유혹 많은 쉽지 않은 선택


대학 입시에서 재수생이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누구나 재수를 결심할 때는 비장한 각오로 출발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조금만 더 공부하면 높은 점수가 나올 것 같고, 학교에 다니지 않고 오직 수능시험에만 몰두하기에 지난 시험결과보다는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재수생들의 공통적인 착각이다. 그런데 고액과외도 하고 스파르타식 학원도 다닌 재수의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는 것은 왜 일까? 

지난 시험 준비를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방식, 생활습관, 학습목표 등은 예전과 똑같이 하면서 열심히 한다고 점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험에서 자신이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각고의 노력을 하는 재수생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자는 알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대표는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이다. 앞으로 1년 후면 재수생 문재인은 대한민국 유권자의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18대 대선에서 실패한 후 지난 4년 동안 문재인은 야당의 대표도 하며 정치인으로서 관록을 쌓았다. 지난 대선의 정치 초년생 문재인과는 다른 면모이다.

그런데 19대 대선을 1년여 앞둔 현재 문재인은 그동안 자신의 부족한 면을 어떻게 채웠을까? 그리고 무엇을바꾸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대권재수생 문재인이 차기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를 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대권재수생 문재인의 고민 속으로 들어가 보자. 

첫째, 문재인의 확장성은 있는가

지난 18대 대선은 보수를 대표하는 박근혜 후보와 진보를 대표하는 문재인 후보의 양자대결이었다.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의 사퇴로 문재인은 명실상부한 야권을 대표하는 후보가 되었지만 1백만 표 이상의 차이로 패배했다. 문재인의 19대 대선 전략은 여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18대 대선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향수의 대결이 있었다. 박근혜가 산업화 프레임을 인격적으로 대변하는 박정희의 아바타였다면, 문재인은 민주화 프레임을 인격적으로 대변하는 노무현의 아바타였다. 그런데 박정희가 여당 및 보수세력에게 독보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노무현은 민주화의 상징성을 김대중과 공유하고 있었고, 현실정치 측면에서도 친노와 비노라는 계파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프레임은 문재인을 야권 대선주자로 급부상시킨 동력임과 동시에 그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된다. 이로 인해 문재인은 야권의 대선주자가 아니라 친노의 수장인 것처럼 각인됐다.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으로 시작했으나 노무현을 넘어서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한다.

포스트 노무현 시대를 대표하는 독자적 비전, 창조적 프레임이 필요하다. 친노-비노의 굴레를 벗지 못하는 한 문재인의 확장성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야당의 대선후보는 될 수 있을지라도 대통령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 대선과는 다른 넘어야 할 장벽이 두 개나 더 생겼다. 하나는 절대적 지지자였던 호남인이 지난 총선에서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문재인이 호남을 잃어버리고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는 전략은 전쟁에서 수도를 빼앗기고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다른 장벽은 야권의 분열이다. 지난 대선에서 양보한 안철수 전국민의당 대표가 문재인과는 단일화가 없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둘째, 문재인 브랜드는 있는가

문재인 후보가 발굴된 계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 과정에서였다. 묵묵하고 침착하게 장례식 전 과정을 주관하던 모습은 대중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하여금 문재인이 노무현의 계승자란 인식을 심어주었다. 즉, 문재인은 대중이 발굴해낸 후보였다.

그러나 대중은 유력 대권주자를 발굴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를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만큼 좋은 후보가 되게 할 수는 없다. 광부는 광산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캐내고, 가공업자가 그것을 진짜 다이아몬드로 다듬는다. 문재인이 원석이라면 18대 대선에서 광부 역할을 한 것은 대중이었다. 그렇다면 가공업자는 누구인가? 후보 자신이나 소속 정당, 또는 정치세력일 것이다. 

18대 대선에서 문재인은 급조된 후보의 한계를 여실히 노출했다.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대권 후보로서 그의 리더십과 콘텐츠는 완성되지 못했다. 미완의 리더십, 미완의 콘텐츠였다. 문재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사람 좋은 후보’다. 또 한편으로는 강력한 리더십이 없는 우유부단함이다. 지난 대선 전 이해찬-박지원 담합 문제가 터졌을 때도 그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후보 선출 이후, 줄곧 단일화에만 주력했고 단일화 이후에는 안철수 후보의 새정치 의제를 주된 화두로 삼았다. 이는 그를 안철수에 기댄 존재감 없는 후보로 만들어버린 결과를 낳았다. 대선이 끝나고 야당의 당대표를 하면서 결국은 국민의당과 분열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여 호남의 정서적 이반 상황을 자초하였다.

정책적으로도 무엇 하나 문재인을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 노무현 ‘행정수도’ 이명박 ‘청계천, 대운하’ 등에 비해 문재인 브랜드는 무엇인가?    

셋째, 캠페인 전략은 있는가      

18대 대선은 박근혜 후보가 조직, 여론조사, 미디어 등 모든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선거 캠페인에서는 부모 잃은 소녀가장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박근혜 후보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당했던 테러의 상흔, 얼굴 흉터를 클로즈업하는 TV광고를 내보낸 것도 그런 전략 하에서였다. 박근혜 지지자들은 그 흉터에서 그의 부모의 죽음과 그 후 그가 당한 개인적 고난을 떠올렸을 것이다. 고도의 감정이입 전략이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마치 “응답하라 2002”란 주문을 외듯,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선의 방식을 답습하였다. TV 광고는 문재인 후보의 발을 클로즈업했다. 2002년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일조한 평범한 서민 이미지를 재연하려 했던 것이다. 또한 선거유세도 노란 목도리, 노란 손수건을 두른 청중들이 배우 문성근과 명계남,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쟁쟁한 출연진과 함께 화려한 정치 이벤트를 선보였다. 2002년의 반복이었다.

문제는 시대가 변하고 후보가 달랐다는 점이다. 2012년 대한민국은 침체에 빠진 애플을 재기시킨 스티브 잡스처럼 대한민국을 새로운 시대로 이끌 영웅적 정치인을 염원하는데 2002년을 반복하는 캠페인에 감동받겠는가. 2017년에 맞는 선거캠페인을 준비해야 한다. 시대정신과 문재인을 일치시킬 캠페인전략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전대표는 19대 대선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재수생이 되기 위해서는, 18대 대선에 대한 진심어린 평가와 반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재수생의 길은 유혹이 많은 쉽지 않은 길이다. 가장 경계할 것은 내가 이미 경험해서 다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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