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전 정책자문관 시정 개입 파문

윤창현 광주시장(67·더불어 민주당)

시장 ‘인척’ 김 씨, 인사까지 좌지우지… 뒷말 무성

대가성 뇌물까지…윤 시장과 연결고리 ‘최대 관심’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윤창현 광주시장(67·더불어 민주당)이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윤 시장과 외척(外戚)인 광주시 전 정책 자문관 김모 (63)씨가 이를 이용해 시정에 개입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또 그 과정에서 김 씨는 자문료 명목으로 한 건설사로부터 대가성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9월 들어서만 광주시청을 두 번이나 압수수색했다. 시청 개청 역사상 유례없는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광주시는 발칵 뒤집혔다.

광주지방검찰청 특수부는 지난달 8일에 이어 3주 만인 27일 광주시청에 대해 압수수색을 펼쳤다. 이전 압수수색은 시청 정책자문관 사무실 1곳에 국한됐지만, 추가 압수수색은 환경생태국장실을 비롯해 참여혁신단, 건설행정과 등 7개 국· 실·과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특히 압수수색이 이뤄진 사무실은 주로 김 전 자문관이 직·간접적으로 컨설팅을 해온 부서들이어서 수사의 칼날이 대형 시정 현안들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 정책자문관으로 활동했던 김 씨는 임기 중이던 2015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컨설팅 명목으로 S건설로부터 1억9800여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년간 비전과 투자 분야 자문관으로 활동했다.

검찰은 김 씨가 광주시 발주 관급공사 수주 등의 알선 명목으로 해당 건설사로부터 총 2억6400여만 원의 금액을 받기로 약속하고, 이중 계약금 등의 명목으로 1억9800여만 원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 씨는 광주시 24개 공사, 공단, 출자·출연기관의 업무 컨설팅 업무를 맡으면서 광주시의 주요 사업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씨는 윤장현 광주시장과 인척 관계로, 시 안팎에서 ‘비선 실세’로 통할 만큼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공직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인사를 두고 조직 내부의 공식적인 절차보다는 김 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김 씨는 인사를 앞두고 승진 대상자 등을 불러내 직접 면접을 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의회 한 의원은 “일부 자문관이 고유 업무를 떠나 인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등 설이 시 내부에서 파다하다”고 밝혔다.

말도 탈도 많던 정책자문관제도

정책자문관 제도는 2009년 5월 광주시장 훈령으로 운영 규정이 제정됐지만, 민선 6기 시절 자문관 제도가 대폭 강화되면서 각종 구설과 논란에 휩싸였다. 이른바 ‘호화판 논란’이다. 그동안 7~8명 수준이던 자문관이 민선 6기 들어 15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이들에 대한 정액 급여와 수당 등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는 지적이다.

또 자문관들의 역할이나 업무 실적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음에도 시청 내 사무 공간 마련과 비품 지원 등 특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공무원 자료 협조 규정까지 새롭게 추가되면서 잡음이 일었다. ‘정책자문관 운영규정’에는 ‘정책자문관이 자료요구를 할 경우 광주시 각 부서 및 소속기관은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자칫 시의 중요자료가 외부로 유출돼 특정인을 위해 쓰일 수 있고, 자료 유출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었다.

이달 초 광주시와 시의회는 정책자문관 운영 조례안 일부를 수정해 의결했다. 정책자문관의 몸집을 줄이고, 특혜를 줄이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때도 시와 시의회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져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윤 시장과 연결되나

이번 사건의 최대 관심은 김 전 정책자문관의 시정 개입 의혹과 비리 혐의가 윤 시장과의 연결고리가 있느냐다. 현재 검찰 수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시청 주변에서는 다양한 설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수사결과와 관계없이 윤 시장의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 시장은 지난 12일 최근 김 전 정책자문관 구속과 관련해 고개를 숙인 데 이어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으로 시청이 ‘초토화’되자 지난 29일 연이어 사과를 했다. 윤 시장은 “저와 인척 관계인 김 전 정책자문관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시장으로 책임을 통감한다. 인척을 철저히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윤 시장이 연이어 사과를 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시정까지 수사가 대대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궁지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9일에는 비서실장과 정무특보 등 윤장현 시장의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사퇴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윤 시장의 늑장 대처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민선 6기 출범 이후 김 전 자문관에 대해 각종 시정 개입설이 나돌았고 시민단체와 의회 등 각계에서 우려를 표시했지만, 윤 시장은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구속 직전인 지난 8월 31일에야 김 씨를 자문관으로 재위촉 하지 않았다.

윤 시장은 검찰의 수사 결과에 관계없이 이번 의혹으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했을 때 ‘도덕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내세운 바 있기 때문이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자문관 비리가 윤 시장이나 시정으로 불똥이 튈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라며 “설령 윤 시장이 비리혐의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도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선실세 시정 농단 사건 및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겨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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