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 각국에 北韓과 외교·경제관계 단절 요청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대북(對北) 금융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美國)이 각국의 북한(北韓)과의 외교(外交)관계 단절을 요청했다.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의 행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가 최근 각국에 북한과의 외교·경제관계를 단절하거나 격하(格下)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러셀 국무부 차관보는 수교국 정부가 북한의 5차 핵(核) 실험을 규탄하고 외교적, 경제적 관계를 격하(格下)해줄 것을 요청하도록 전 세계 미국 공관에 공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9월 25일 기준 75개국이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고, 일부 국가는 북한 관리들과의 회담을 취소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국제사회의 이행조치로, 고려항공 기착지 축소와 개성공단 폐쇄, 방글라데시와 미얀마의 북한 외교관 추방 등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케리 국무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기 위해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Trans-Pacific Partnership)가 비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TPP가 비준되지 않으면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약해지고 중국과 북한의 행동을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각국에 북한과의 외교·경제관계 단절을 공식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북핵(北核) 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강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하원은 북한을 국제금융거래망에서 퇴출시키기 위해서 스위프트(SWIFT), 즉 국제은행간 통신협회까지 직접 제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초강경 법안을 냈다. 북한의 국제금융 거래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미다.

이 법안은 특히 북한 조선중앙은행이나 핵 프로그램 지원에 연루된 다른 금융기관과 핵개발 관련 제재 대상에 오른 기관들에게 의도적으로 국제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국제금융망 접근을 돕는 모든 이들을 조사해 대통령이 직접 제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북한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스위프트 자체도 제재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앞서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을 스위프트 국제금융거래망에서 배제하기 위해 EU를 포함한 다를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스위프트는 국가 간 자금거래를 위해 유럽과 미국 시중은행들이 설립한 기관이며, 현재 200여 개국 1만 1천여 금융기관이 이용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특정국가를 스위프트에서 배제한 사례로는 이란이 해당된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중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단둥에만 해도 훙샹처럼 북한을 대신해 돈세탁을 해주고, 유엔 제재 물품을 은밀히 사주는 기업이 15~16개쯤 된다”며 “이런 기업을 찾아내 제재해 나간다면 북한은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단둥의 바오화(寶華)실업이라는 회사도 북·중 밀수로 기업을 키웠다고 한다. 훙샹처럼 대북 수출을 위한 컨테이너 보세 창고를 운영하며, 북한의 서해 조업권을 중개해 돈을 벌었다.

단둥항을 보유한 르린(日林)그룹도 대표적인 친북(親北) 기업이다. 미국으로 사업 범위를 넓힌 르린은 지난 1월 4차 핵실험 직후 자발적으로 북한 선박 입항을 금지하기도 했지만, 북한으로 가는 중국 배는 르린의 손을 거쳐야 한다.

단둥의 소식통은 “훙샹 외에 북한과 주로 거래하는 화운(貨運·물류)회사 2곳이 최근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이 중 한 회사의 대표는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과의 불법 거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중국 훙샹그룹이 북한 내 이권사업 투자금을 모두 날릴 위험에 놓여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요녕성의 무역업자는 “중국 무역업계는 훙샹그룹이 중앙 검찰기관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데 대해 그룹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지난달 2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다.

이 무역업자는 “훙샹그룹이 북한의 광물, 부동산, 어업분야에 적지 않게 투자했으며, 머지 않아 피해 사실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했다.

훙샹 그룹 계열사인 훙샹실업발전은 2014년경 북한 군부 무역회사인 성산경제무역연합회사가 제안한 평안북도 신도양식장 합자운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훙샹그룹은 또 평양에 광물합자 기업을 설립했고, 유엔 제재대상인 조선민족보험 총회사와 합작으로 ‘랴오닝 홍바오 실업발전유한공사’를 설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훙샹과 북한이 공동 투자해 단동에서 운영하는 류경식당은 아직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훙샹이 무너져도 북한이 공동 투자자이기 때문에 영업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북 무역사업에 관여했다는 한 중국인은 “북한 내부에서의 합자운영은 중국이 먼저 돈과 기술을 투자하고, 북한은 부지와 인력을 대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사업이 시작되는 순간 중국에서 설비와 자재, 차량, 현금 등이 북한으로 들어가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훙샹그룹은 2011년~2015년 사이 북한과 미화(美貨) 5억 3천만 달러어치의 무역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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