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쇼트트랙 노진규 골육종으로 20대에 삶을 마감…병마에 쓰러진 유망주
명예를 위해 희생플라이 날린 하일성…한국 야구사의 영원한 해설가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달 26일 축구계에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28년 만에 한국 축구대표팀을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려놓은 이광종 감독이 급성벽혈병과 투병 중 끝내 눈을 감았다. 더욱이 그는 앞날이 더 기대되는 지도자였던 만큼 축구계의 아쉬움은 너무도 컸다. 올 들어 체육계에 전해진 안타까운 사연들을 살펴봤다.
 
故 이광종 전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의 마지막 모습은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걸려 있던 영정사진이었다. 수많은 축구인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졌고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들이 빈소를 찾아와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 전 감독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수확해 무명의 설움을 벗어나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감독으로 선임돼 한국 축구계의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밋빛은 잠시였다. 이 감독은 지난해 1월 태국 킹스컵 대회 도중 백혈병 증세로 하차한 뒤 더 이상 지휘봉을 잡지 못했다. 그는 통원 치료와 요양을 통해 병세가 호전되는 듯 했지만 최근 급격히 몸 상태가 악화돼 52세라는 지도자로서는 한창인 나이에 눈을 감아야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빈소에서 유족들에게 “나도 아들을 떠나보낸 적이 있어서 그 심정에 공감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위로했다.

또 그는 전날 10월 A매치 대표팀 명단 발표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이 감독과 친분이 두텁지는 못하지만 오랜 기간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한 지도자라는 것을 잘 안다. 한국 축구를 위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귀중한 지도자를 먼저 떠나보내 안타깝다”고 말했다.

차범근 2017 U-20 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2013년 터키 U-20 월드컵 때 중계를 맡아서 현지에 갔을 때 만났는데 이후 이 감독을 다시 평가하게 됐고 한국의 또 하나의 인재라고 생각했다”면서 “갑자기 떠나 정말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정말 많은 노력을 했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떠나보내게 됐다”고 침통해 했다.

14년 무명설움 벗어난
들꽃인생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은 “너무 충격적이고 마음이 정말 아프다. 한국 축구계에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유소년 지도자로서 한국 축구계의 한 획을 그었고 좋은 성적을 거두셨다. 팀을 잘 만들어 좋은 선수들을 키워냈다. 최근 통화를 하면서 좋아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라며 울컥했다.

이처럼 이 감독의 비보 소식이 안타까운 건 ‘이광종’이라는 이름 석자가 갖지 못한 자의 희망이었고 세상에 나오기까지 인고의 세월을 견딘 끝에 한국 축구사의 한 획을 그었던 들꽃같은 인생이기에 아쉬움이 컸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유공(1987~1995년)과 수원(1996 ~1997년)에서 266경기에 출전해 36골, 21도움을 기록했다.
 
선수시절 그저 성실한 미드필더로 기억될 뿐 국가대표와 인연이 없을 정도로 평범했다. 더욱이 보수적인 축구계에서 비국가대표 출신인 무명의 선수가 지도자로 성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2000년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를 통해 지도자의 길을 시작했고 U-15, U-20 대표팀 수석코치를 거친 뒤 2007년 기회를 잡았다. 당시 유소년 지도자 1세대로 쌓은 노하우를 인정받아 2007년 U-17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그러나 여전히 이 감독은 축구계의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다. 풍파에도 흔들림 없이 소신을 지키며 자신의 길을 걸었던 그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혼란을 야기하지 않기 위해 정확하게 맥을 깊어가는 조련으로 기틀을 만들었다.

이 같은 노력은 결과로 나타났다. 이 감독은 2009년 FIFA U-17 월드컵 8강, 2011년 U-20 월드컵 16강, 2013년 U-20 월드컵 8강을 이루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사령탑을 두고 0순위로 꼽힐 정도였지만 이 감독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감독 선임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며 결국 돌고 돌아 1년 단기 계약을 맺으며 지휘봉을 잡았다. 시련에도 불구하고 이 감독은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냈다. 28년 만에 한국축구를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렸다.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14년 만에 무명의 설음을 벗어던졌다.

이 감독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누구도 의심 없이 2016 리우 올림픽 감독으로 선임됐지만 병마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병마에 쓰러져
축구계 비통

 
이 감독과 함께 성장한 선수들의 슬픔도 컸다.

한국축구의 대들보인 손흥민(토트넘 핫스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장현수(광저우 부리), 권창훈(수원 삼성), 류승우(페런츠바로시), 김진수(호펜하임), 문창진(포항 스틸러스), 이종호(전북 현대), 윤일록(FC 서울) 등 1991~ 1994년 생 에이스들 모두 이 감독의 손을 거쳤다.

빈소에도 연제민(수원 삼성), 심상민(서울 이랜드), 황의조, 김동준(이상 성남FC), 이창근(수원FC) 등 이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선수들이 찾아 비통해했다.

또 홍정호(장쑤 쑤님)와 장현수도 중국 리그 일정을 마치고 급히 귀국해 옛 스승의 죽음을 애도했다.

해외에 있는 제자들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손흥민은 “故 이광종 감독님의 명복을 빈다”면서 “17세 대표 시절, 저에게 값진 가르침과 여러 좋은 기억을 선물해 주셨고 그동안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하신 감독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편히 쉬세요”라고 글을 남겼다.

김진수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고인의 사진과 함께 “스승님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라고 적었고 류승우(페렌츠바로시)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감독과 하이파이브하는 사진을 올리며 “감독님의 값진 가르침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야구해설계 큰별
비참한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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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야구계의 큰 별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와 함께한 하일성 해설위원은 신변을 비관하고 세상과 하직했다. 그는 지난달 8일 오전 7시 56분경 서울 송파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하 해설위원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숨지기 전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작성해 부인에게 보내려다 그만둔 흔적이 확인 돼 부인에 대해 미안함을 전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극단적인 선택은 최근 법정 소송에 휘말리며 경제적 문제와 함께 명예까지 실추되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 해설위원은 지난 7월 ‘아는 사람의 아들을 프로야구단에 입단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지인으로부터 5000만 원을 받은 혐의(사기)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 왔다.

평소 청탁과는 거리를 둬온 그가 이 같은 무리한 행보를 보인 데는 최근 불거진 경제적 어려움에서 시작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강남에 시가 100억 원 가량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던 하 해설위원은 한 부동산 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재산을 탕진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양도세 10억 원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하 해설위원은 채무변제를 위해 노력하던 중 지난해 1월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는가 하면 지난해 11월에는 소유하던 경기도 양평 소재 전원주택 부지가 법원 경매에 나오는 등 극심한 경제난을 겪어 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죽음을 선택했다. 특히 그는 소송 과정에서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이러느냐. 이제 명예 하나 남았다. 그건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져 괴로웠던 심경을 드러낸 바 있다.

이처럼 세상을 등지기까지 고초를 겪은 하 해설위원이지만 그는 30년 넘게 해설가로 활동한 야구계의 거목으로 평가된다.

다사다난한 야구인생
‘몰라요’

 
경희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 재학 시절 야구 선수로 활동했고 이후 체육 교사로 근무하던 중 1979년 동양방송에서 고교야구 해설자로 나서면서 해설위원의 길에 들어섰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부터는 KBS 해설위원을 맡아 이름을 알렸고 허구연 MBC 해설위원과 함께 야구 해설계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는다.

2002년 심근경색과 위종양 진단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다시 해설위원으로 돌아왔고 2005년 5월 한국야구위원회(KBO) 11대 사무총장 자리에 오르며 해설위원에서 행정가로 변신해 한국야구사의 큰 획을 남겼다.

하 해설위원은 비록 비참한 말로를 선택했지만 자서전 ‘야구 몰라요 인생 몰라요(2013년 발간)’를 통해 밝힌 것처럼 “해설은 나의 천직이지만 언제나 어렵다.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해설의 핵심이다. 대중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살리는 해설이 이상적이다. 평생을 추구하면 좀 근접할 수 있을가”라고 고심한 것처럼 한국야구사에 명 해설위원으로 야구인과 팬들 가슴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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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올해 유독 스포츠 종사자들의 비통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4월 골육종으로 투병 중이던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노진규 선수가 세상을 떠났다. 만 24세의 나이다.

노진규의 친누나이자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한 노선영은 자신의 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진규가 3일 오후 8시 좋은 곳으로 떠났습니다. 경황이 없어서 한 분 한 분 연락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SNS에 올리게 됐습니다. 진규가 좋은 곳에 가도록 기도해주세요”라는 글로 소식을 전했다.

노진규는 2013년 9월 올림픽 티켓이 걸린 월드컵시리즈 1차전 직후 자신의 몸에 종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양성이라는 진단을 받고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수술을 미뤘다.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연습 도중 부상을 당해 출전을 포기했고 종양이 악성으로 변질됐다는 진단을 받은 후 암투병에 들어갔지만 끝내 세상을 떠났다.

이 외에도 롯데 자이언츠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활약했던 유두열 전 코치가 지난달 1일 암투병 끝에 숨을 거뒀다.

유 전 코치는 198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역전 3점 홈런을 때려내며 롯데의 극적인 승리를 이끈 ‘역전의 사나이’였다. 하지만 2014년 신장암 진단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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