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서울시 국정감사는 예상대로 박원순 서울시장 ‘대선 검증청문회’였다. 지난 4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에서 여당인 새누리당뿐 아니라 야당인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까지 야권의 대선주자로 몸집이 커진 박 시장에게 대선 관련 질의를 쏟아냈다. 뿐만 아니라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청년수당과 성과연봉제를 놓고도 여권의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이에 박 시장은 즉답을 피하고 원론적인 대답만을 반복하며 방어에 나섰다. 국토위 국감에서도 박 시장은 구의역 사고와 재난안전대책, 철도노조의 파업 등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를 받아야 했다.

- ‘국감=대선 검증대’ 박 시장의 대권앓이(?) 명암 갈린다
- 박 시장의 대권앓이(?) 명암 갈린다

국정감사 정상화 첫날인 10월 4일, 서울시를 상대로 펼쳐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감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다. 서울시 행정이 정부의 축소판인 데다 박원순 시장은 야권의 잠재적 유력 대권주자여서 긴장감 속에 여야 간 첨예한 공방이 펼쳐졌다.

대선 출마? “금명간 말씀 드릴 것” 원론적  

이날 국감에선 당을 가리지 않고 박 시장에게 대선 출마 의향부터 직접적으로 물었다. 대권행보에 관한 박 시장과 국회의원 간 신경전이 첫 질의부터 시작된 것이다. 국감 첫 질의자로 나선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대선에 출마하시는 거냐”했고,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 역시 “시장 자리 그만두고 (경선에) 뛰어들 거냐. 소신이 있을 거 아니냐”고 캐 물었다. 강 의원은 또 과거 박 시장이 2012년 도지사 신분으로 대선 경선에 참여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비판한 발언을 언급하며 “그 소신에 변함이 없느냐, 말이 씨가 돼 돌아온다는 것을 유념해 달라”고 쓴소리를 냈다.

이에 박 시장은 “유력 정치인 중 한 사람으로 그런 고민이 왜 없겠냐”며 “시대의 요구나 국민 부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원론적인 대답만 되풀이했다. 그러자 ‘대선주자급’으로 몸집이 커진 박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가 이어졌다. 청년수당·재난안전대책·공기관 ‘낙하산’ 인사 의혹·구의역 사고 관련 후속 대책·성과연봉제 등에 대한 질의와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청년수당 정책’에 대해서 여권은 청년수당이 부적격자에게 지급되거나 정부 정책과 중복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정책 취지가 좋더라도 청년수당 지급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심사위원 1명당 서류 1개를 읽는 데 채 1분이 걸리지 않았고, 활동 목표에 있어서도 학업과 취미 활동 등을 썼다”고 꼬집었다. 이어 “심사과정에서도 보험료를 내지 않는 군인과 외국 거주 부모 자녀도 대상자로 선정돼 여러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대체적으로 청년수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박 시장 엄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청년수당은 서울시에서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시도한 정책이고, 청년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청년수당에 대해 현 정부가 입법 근거에도 없는 시행령을 만들어 지방교부세를 반환받겠다고 한다”며 날을 세웠다.

이번 국감에는 시·도지사 등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자 여야에서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야권의 또 다른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통상 시도가 2년 주기로 국감을 받아 피감기관에서 제외됐다. 안 지사를 제외한 잠룡들에게 이번 국감은 ‘대선 검증대’와 다름없었다. 이 자리에서 정치권의 공세를 어떻게 받아 내느냐에 따라 내년 대선 주도권을 거머쥘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명백한 포퓰리즘 대선 캠페인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은  지난 10월 4일 안행위 국감에서 원론적인 대답만을 되풀이 하며 큰 꿈(?)을 향하는 데 장애물을 하나 둘 피해 나갔다. 그러나 국토위 국감에서대선후보로서 혹독한 검증을 피해가지 못했다. 박 시장의 잇따른 ‘포퓰리즘 정책’을 여당에서 ‘대선용’이라며 맹공을 펼쳤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아무런 대안 없이 성과연봉제를 반대하고, ‘청년 수당 정책’을 시행하며 여론몰이에 치중한 박 시장이기에 이번 국감이 꽤나 걱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가 공공기관 119개사와 지방공기업 143개사는 모두 그동안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지만 서울시 공기업만 노조 반대에 막혀 예외로 남아 있다. 박 시장은 최근 “공정하고 명확한 기준과 공감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과연봉제나 저성과자 퇴출제를 도입하면 갈등만 키운다”며 성과연봉제 도입에 노사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못 박았다. 이에 일각에선 “노동계의 환심을 사기 위한 명백한 포퓰리즘이다”며 “박 시장은 당장 대선 캠페인에라도 나서겠다는 것인가”라며 조소하기에 이르렀다.

박 시장의 대권앓이(?)는 과거 ‘구의역’ 사태 때도 여실히 드러났다. 박 시장은 구의역 사고가 일어난 직후인 6월 3일 충북 공식 방문 일정이 잡혀 있었다. 물론 이 역시 다분히 대선을 겨냥한 행보라는 것이 당시 정치권의 정설이었다. 이후 박 시장은 여론을 의식한 듯 충북 방문을 취소함과 동시에 신용목 도시교통본부장을 경질하고 후임에 윤준병 은평구 부구청장을 임명하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지만 시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젊은 청년이 억울하게 죽어야만 했을 때 박 시장은 서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당시 구의역 추모현장에서 만난 시민 A 씨는 “이번 사건으로 박 시장의 공약과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 말로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친 셈이다. 전임 오세훈 전 시장의 사업들을 없애는 것에 더 주력했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에게 이번 국감은 마지막 국감일 가능성이 크다.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선거일 90일 전에 공직을 사퇴해야 하므로 내년 9월 국감은 받지 않게 된다. 박 시장의 마지막 국감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이유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