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체육인이 뽑은 ‘스포츠 수장’ 투사가 아닌 지휘자 돼야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우리나라 스포츠를 이끌어 나갈 ‘스포츠 수장’을 뽑는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가 이기흥(61) 전 대한체육회 부회장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0대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서 892표 중 294표를 획득해 신임 체육회장으로 선출됐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후 치러지는 첫 선거였던 만큼 회장이 누가 될지 많은 스포츠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도쿄올림픽 밑그림까지 ‘책임감’ 막중
업무 분담·직급 체계 등 갈등 해결하고 조직력 극대화 필요

초대 통합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이기흥 신임 회장은 지난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증을 교부 받으며 공식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이 신임회장은 비(非)체육인 출신이지만 체육계 목소리를 대변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이 신임회장의 임기는 2021년 2월까지로 향후 4년4개월 동안 한국스포츠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연간 40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은 물론 엘리트와 동호인을 통틀어 600만 명에 이르는 등록 선수들의 관리도 책임진다.

체육인 출신 아니지만
체육계 잔뼈 굵어

이기흥 신임회장은 체육인 출신은 아니지만 체육계 잔뼈가 굵다. 1997년 대한근대5종연맹 고문을 시작으로 체육계에 발을 들였다.

대한카누연맹회장, 세계카누연맹 아시아 대륙 대표를 거쳐 대한수영연맹 회장,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선수단장을 맡아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대한체육회 측 통합추진위원장을 맡고 중간 조정 역할을 하던 문화체육관광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체육회 통합 후 대한불교종계종 중앙신도회장을 맡으면서 체육계와 잠시 거리를 뒀던 이 신임회장은 통합 체육회의 첫 수장을 뽑는 선거에 도전장을 던졌다. 

다른 후보들이 대다수 친정부적 성향이 짙은 가운데 유일하게 반정부적 인물로 꼽히는 이 신임회장의 당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체육계는 정부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부 입김이 과하게 작용하는 데 대한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체육계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적임자로 이 신임회장이 당선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은퇴선수 및 현역체육인 일자리 창출과 함께 학교체육활성화를 목표로 선수 출신들이 학교체육 특별활동에 참여해 생활체육을 활성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조화로운 통합 체육회 
만들어 가겠다”

체육인들의 부상 방지를 위한 의·과학 센터 추진과 100주년 기념 체육회관을 건립해 체육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회원단체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추진할 계획이다.

선거를 치르며 이 신임회장의 당선을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당선이 확정되자 이 신임회장의 표정에는 감격한 빛이 역력했다.

그는 당선 직후 “대의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금 이 순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생활체육과 대한체육회 이 모두를 하나로 녹여내겠다. 조화로운 통합 체육회로 만들어가겠다. 항상 체육인들을 생각하면서 솔선수범, 실천하는 회장이 되겠다. 우리 모두 이 길을 함께 하면서 후손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물려주겠다. 회장이 아니고 머슴, 일꾼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선 요인에 대해 “체육인들이 바라고 염원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모여서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공식 인터뷰에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한국 체육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정리하고 바로 세워야 할 부분이 많다. 체육인의 역량을 모아 하나씩 해결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의 내분에 대해서도 바로잡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통합하는 과정에서 일정의 조급함,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 등이 있었다. 현실에 맞게 정리하겠다. 물리적 통합을 했다면 이번엔 화학적 통합으로 온전하게 중지를 모으겠다”며 “지금은 정책이나 사업보다 모든 것을 추슬러야 할 때다. 두 집 살림을 한 곳에 갖다놔서 어수선하다. 제 자리에 비치하고 정리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재정자립, 선수들의 일자리 창출, 문체부와의 관계 문제에 모든 역량을 쏟아 해결할 것을 약속했다.

이 신임회장은 “체육회의 역사가 100년이 돼가고 체육인 출신 인재들이 정치권과 대학 등에 많이 있다. 우리가 경영할 수 있는 여건이 돼가고 있다. 정부, 국회와 협의해서 선진국형 체육단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재정자립과 선수들의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겠다. 내부적인 일은 사무총장 등이 하고 나는 외부에서 재정자립 체육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역설했다.

문체부와의 관계에 대해 “절차상 이견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부분은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 이해로 조화로운 관계를 이뤄내겠다”고 확언했다.

내부결속·자율·독립성 
선결 과제 산적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이후 첫 통합 체육회장에 선출된 이 회장은 어깨가 무겁다. 과거 50여 개의 가맹단체만 투표를 했지만 이번엔 선수, 지도자, 동호인 등 약 1500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회장을 선출했다.

대한체육회장은 연 4000억 원의 예산을 관리하고, 600만 체육인을 대표한다. 체육회의 역사가 100년이 돼가는 시점에서 한국 스포츠의 100년을 책임져야 할 인물인 것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2018자카르타아시안게임, 2020도쿄올림픽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야 한다. 단절된 남북 스포츠교류, 국제스포츠 외교 강화 등도 대한체육회장이 앞장서서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점은 대한체육회의 내부 결속이다. 지난 3월 양대 체육회가 통합됐지만, 아직 체육회 내부에서는 직원 간의 업무 분담, 직급 체계 등 갈등이 여전하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 조직력을 이끌어내는 게 급선무다.

기반이 흔들려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초대 통합체육회장이 체육회의 통합을 온전하게 일궈내지 못하고, 선진 스포츠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대한체육회의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 체육회의 위상 제고도 필요하다. 문화체육

관광부가 대한체육회의 예산을 대부분 잡고 있다고 해도 재정 자립은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스포츠마케팅을 적극 추진하고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스포츠토토 수익금 배분 조정을 통해 재정자립을 구축하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체육인들은 체육회 통합 과정에서 문체부와 적잖은 갈등을 빚었고, 자율성을 침해당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믿고 있다. 이에 이 신임회장은 문체부와의 관계도 소통과 이해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통합 체육회는 생활체육, 학교체육, 엘리트 체육을 상호보완해 시너지를 발휘하고자 출범했다. 그러나 특정 종목에 편중된 지원은 여전하다. 엘리트 체육이나 학교체육, 생활체육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등 발전을 일궈내야 체육의 미래가 밝은 법이다.

이 회장이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엘리트체육부터 생활체육까지 균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프로필


▲1955년 1월3일생 ▲용인대학교 명예체육학박사 ▲동국대학교 명예철학박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우회 30대 부회장 ▲(전)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 ▲(전)대한카누연맹(KCF) 회장 ▲(전)대한올림픽위원회(KOC) 상임위원 ▲아테네올림픽 한국선수지원단 홍보, 의전담당임원 ▲(전)아시아카누연맹(ACC) 제1부회장 ▲베이징올림픽 한국선수단 홍보담당임원 ▲(전)대한체육회 조직·재정 특별위원회 위원 ▲(전)세계카누연맹 아시아대륙 대표 ▲대한체육회 37대 수석부회장 ▲제38회 전국소년체전 대회장 ▲(전)대한체육회 전국체전위원회 위원장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전)대한수영연맹 회장 ▲(전)세계수영연맹 집행위원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장 ▲제30회 런던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장 ▲(전)체육단체통합 대한체육회 추진위원회 위원장 ▲통합 대한체육회장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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