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자금 조성 사건이 P 건설사로 불똥이 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조7000억 원의 사업비가 소요되는 초고층 주거복합단지 조성사업은 시공사인 P 건설의 H 당시 사장이 적극 추진한 사업이다. 하지만 H 전 사장은 엘시티사업이 빛을 보기도 전인 올해 2월 초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과 검찰 수사 때문이라는 두 가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H 전 사장이 근무한 2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투자유치 하나만으로 1조2000억 원 상당 성과를 내 성과급과 퇴직금 포함 5억3400만 원을 지급받아 이런 추측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엘시티 사업관련 검찰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와 사임이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 올해 3월 정기인사 앞두고 한달 전 전격 사임
- 현대건설-중국회사 ‘난색’후 H 號 ‘책임준공’ 수주

P 건설 H 전 사장이 재직한 기간은 2014년 3월17일부터 올해 2월1일까지다. 통상 임기는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2년을 재직하고 연임하는 게 건설업계 관행이다. H 전 사장의 임기만료일은 정확히 3월16일이었다. H 전 사장 역시 연임을 자신한 듯 올해 신년사에서 “위기는 기회다”라며 “다시 한번 대약진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H 전 사장은 2월1일 사임했다. 당시 건설업계에는 H 전사장 외에도 임병용 GS건설 사장,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 김재식 현대산업개발 사장, 김위철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등 모두 3월에 임기를 끝냈다. 하지만 H 전 사장과 달리 이들은 모두 2015년 연말 인사에서 유임이 결정됐다.

신년사 “다시 한번 대약진” 2월 1일 ‘돌연 사퇴’

P 건설이 국책 건설사라는 점에서 일반 사기업하고는 인사에 차이가 있다. 국책기업이라고 해도 업계 관행을 무시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H 전 사장이 임기 전 그만둔 배경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일단 업계에선 사퇴 배경으로 ‘경영실적 부진’을 들었다. H 전 사장이 취임한 2014년이후 P 건설 실적이 눈에 띄게 뒷걸음친 것은 사실이다. P 건설은 2013년 매출 10조1314억 원, 영업이익 4353억 원을 올렸지만 2014년 매출 9조5806억 원, 영업이익 3231억 원으로 감소했다.

2015년에는 매출 8조9653억 원, 영업이익 2477억 원으로 2014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4%와 23%씩 감소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의 경우 262억9300만 원을 기록하며 2014년 727억5800만 원에 비해 무려 63.9% 급감했다. 2016년도 상반기 P 건설은 이미 177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3조3655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3%나 감소했다.

그러나 ‘실적악화’로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건설업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국내와 해외를 불문하고 매우 어려운 게 또 사실이다. 주택경기가 다시 둔화 조짐을 나타내고 있으며 해외건설 경기 회복 역시 더딘 편이다. 여기에 P 건설에 대한 검찰 수사라는 악재도 겪었다.

H 전 사장이 P 건설로 온 지 1년이 되는 2015년 3월에 P 건설은 검찰 수사를 받았다. P 건설 해외비자금 수사가 그것이다. 해외 임원들은 베트남에서 현지 하도급 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할 때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공사비를 부풀려 1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P 건설은 비자금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공사 발주처에 리베이트 형식으로 지급했다. 이런 사실은 H 전 사장이 실시한 내부 감사로 알려졌고 권오준 회장에게도 보고됐다.

하지만 P 건설은 인사위원회도 개최하지 않고 두 임원을 보직 해임하는 선에서 사건을 봉합했다. 개인적 이득을 취할 목적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들 해외임원들은 300억 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해 1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음에도 본사 비상근임원으로 발령이 났다. 결국 회사 안팎에서 비위 관련자에게 합당한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결국 외부로 알려지면서 2015년 3월 13일 P 건설 본사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해외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사건은 H 전 사장과는 무관한 사건이었다 오히려 H 전 사장은 이런 내우외환속에서도 지분을 사우디국부펀드사에 1조2400억 원에 매각하면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는 호평도 나왔다. 이로 인해 H 전 사장은 올해 8월 성과급과 퇴직금 포함 5억3400만 원의 보수를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H 전 사장은 급여 5700만 원, 성과급 1억3000만 원, 퇴직금 3억4700만 원을 받았다. 특히 H 전 사장은 지난해 경영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성과 연봉은 2억8600만 원으로 책정됐다.

결국 H 전 사장의 ‘실적 악화’가 직접적인 사퇴 배경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H 전 사장이 강하게 밀어붙인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업과 관련 검찰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결정적인 단초가 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엘시티 사업은 2015년 10월15일 본격적인 착공식을 갖기전부터 이런 저런 특혜 의혹이 난무했다.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부지에 101층 초고층복합주거단지를 짓는 사업으로 2013년 청안건설(대표 이영복)이 시행을 맡아 추진해온 초대형 프로젝트사업이다. 하지만 부산에서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는 사업이지만 2년간 표류해왔다. 일단 사업비만 3조4000억 원에 달했고 초고가의 분양가도 문제였다. 또한 부산시와 환경영향평가등 각종 규제 역시 풀어야 할 숙제였다.

‘책임준공’ 요구 현대건설 ‘노’  P 건설 ‘예스’

이에 2013년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사업수지가 안 맞는 데다 기존 출자자들이 ‘책임준공’을 요구하면서 거절해 무산됐다. ‘책임준공’이란 시공사가 공사를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 없는 계약방식으로 시중은행은 통상 PF대출을 집행하기전 시행사에게 시공사로부터 책임준공 약정을 받을 것을 요구한다. 리스크가 적은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위한 시행사의 ‘갑질’로 시공사 입장에서는 거꾸로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공사를 떠안아야 해 업계에서는 꺼리고 있다.

이후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를 시공사로 대체 선정했지만 역시 사업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PF대출 지연으로 난항을 겪었고 결국 CSCEC와 시공계약도 해지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두 번의 시공사 선정이 무산된 이후 작년 5월 P 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P 건설은 책임준공 약정도 수용했다. 사업비도 2조7억 원으로 낮아졌고 1조7800억 원 대 PF대출도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분양대금이 담보로 제공됐고 부산은행, 메리츠종금증권, 롯데손해보험, 흥국생명, 동부생명, 멕쿼리은행, 우리종합금융 등 16개 금융 투자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P 건설의 시공사 선정은 H 전 사장이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H 전 사장역시 올해 2월 사임 전 신년사에서 “해운대 LCT, 서부내륙고속도로 등 대형 랜드마크 사업의 수주를 통해 당사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업그레이드 했다”며 “캐시 플로우 경영을 강화해 어려운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겠다”고 강한 의욕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엘시티 사업은 지난해 10월15일 착공식을 성대하게 가졌다. 배덕광 국회의원을 비롯해 이해동 부산광역시의원, 백선기 해운대구청장, 이문환 해운대구의회 의장, 엘시티 이수철 대표, 이만우 의원, P 건설 H 전 사장, ICT 최두환 사장 등 지역내 유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그러나 부산의 랜드마크로 주목을 받던 해운대 엘시티 사업은 검찰이 올해 7월21일 동시다발적으로 관련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위기에 처했다. 검찰은 서울과 부산에 있는 엘시티 시행사와 이영복 대표가 실소유주인 청안건설, 분양대행업체, 건설사업관리용역업체, 설계용역회사 등 사무실 여러 곳과 시행사 고위 인사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한 두 명의 관련 인사를 구속했고 청안건설 이 대표는 지명수배령을 내렸다. 6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부산 정관법조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부산정가뿐 아니라 건설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말이 나왔다. 이미 검찰은 2015년 12월부터 엘시티 시행사에 대해 내사를 벌였고 수상한 자금 흐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올해 2월1일 갑작스럽게 사퇴한 H 전 사장이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직’을 사퇴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부산 정가와 업계에 나돌았다.

검찰 엘시티 내사-H 전 사장 사퇴 ‘오비이락’?

또한 H 전 사장이 ‘국책기업’인 P 건설 CEO로 영입된 배경도 관심의 초점이 됐다. 올해 68세인 H 전 사장은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상학과를 졸업하고 재무파트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사다. 포스코 재무·자금 담당 임원과 P 건설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을 연임했다. 취임 초기에는 재무전문가에 건설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선임된 배경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H 전 사장은 한번 퇴임했던 인물로서 재기용됐다는 점에서 파격 인사로도 평가됐다. H 전 사장은 P 건설 부사장으로 퇴임한 이후 2010년부터는 성지지오텍(현 포스코프랜텍) 사외인사로 있었다. 또한 권오준 회장의 나이가 66세라는 점에서 연배가 두 살이나 많은 H 전 사장이 계열사 사장으로 온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박 정권 경제분야 실세인 또 다른 H씨의 입김으로 들어온 게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또한 H 전 사장이 성지지오텍 사외이사로 있었다가 P사 계열사로 왔다는 점도 의아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성지지오텍은 2015년 검찰의 P사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수사 당시 수사 파일 중 하나로 거론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P 사가 2010년 인수한 플랜트 기자재업인 이 회사는 통화옵션 상품 ‘키코’에 투자했다가 2008년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19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이로인해 성진지오텍은 사실상 부도 직전에 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사는 2010년 3월 이전에 성지지오텍 회장이 보유하던 이 회사 지분 40.37%를 1593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주가의 2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이를 두고 고가 매입 특혜 의혹이 나왔다. 성지지오텍 인수는 2010년과 201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수상한 M&A라는 지적과 정치적 외압으로 인한 거래라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됐다.

당시 전 회장의 청탁을 받은 MB정부 실세가 정 전 회장에게 입김을 행사해 인수를 결정했다는 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은 이번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업 관련 수사에서 P 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는 과정에 시행사와 유착은 없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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