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박 대통령 임기가 1년 반 가까이나 남았다. 황금 같은 임기 3년 반 동안 줄기차게 대통령을 흔든 사람들은 ‘이제 다 왔다’, 조금만 더 흔들면 이 정권은 그로기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피치를 올리기 위해 머리를 짜고 있을 게다. 그들 머릿속에 대통령의 실패는 곧 국가의 실패라는 개념이 있을 리 없다.
깔아놓은 멍석만으로도 대통령과 정부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구조다. 국회선진화법으로 발목잡고 늘어지는 사이 여소야대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도 굴러왔다. 그 위세로 임명 된지 보름밖에 되지 않은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가결시키는 폭거도 서슴지 않았다. 선백정 손에 칼 쥐어주니 잡으라는 소(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안 잡고 완전 사람(국가, 국민)잡는 형국이다.

비대해진 야권이 어떻게 하든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만들고 말겠다는 의지에 불타고 있는 만큼 등쌀에 죽어나는 건 애꿎은 국민들이다. 하긴 애꿎다 할 수가 없겠다. 지난 4.13 총선 과정의 새누리당 공천 소요에 뿔난 민심이 ‘홧김에 서방질(?)’한 대가를 고스란히 치르고 있는 중이다. 소수 여당을 만만하게 보는 야권공조가 앞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얼마나 더 훼손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이 정부 임기초반 국정원 댓글사건을 시작으로 세월호 사건, 사드 배치 논란, 진경준 게이트, 우병우 의혹, 경주 지진사태, 미르, K스포츠재단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박근혜 정부를 반대하는 세력들에겐 더없는 호재였다. 막말 폭언에 섬뜩한 광기가 느껴졌다. 이 같은 상황에 그 많아보이던 ‘충신열사(?)’는 다 어디가고 대통령 혼자 고군분투하는 모습만 확연했다. 

더욱이 비대위 체제를 끝내고 새로 들어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친 문재인계’ 일색이란 점에서 우려했던 일들이 한치 빗나가지 않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누구를 위해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함인지는 몰라도 추 대표를 위시해서 대통령 비난이 도를 넘었다.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조롱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이례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공개 촉구하고 나선데 대해 문재인 전 의원은 남는 쌀을 북한에 지원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 핵과 미사일 고도화가 북과의 대화가 끊긴 탓으로 강변했다. 쌀 지원이나 핵미사일 관련 주장 모두 북 당국이 내놓는 말과 같았다.

문 전 의원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따위는 안중에 없다. 좌파 지지가 목숨 다음으로 중요한 가치일 것이다. 대표적인 미국 내 대북 대화파 인사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차관보도 이제 ‘북한에 유화책은 안 된다’는 기고를 하고 있다. 기고문에서 그는 “북한이 강력한 핵무기와 운반 수단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하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엄중한 시기에 국론 분열은 망국으로의 첩경이다. 대통령의 북한 주민들을 향한 ‘탈북권유’ 국군의 날 기념사를 ‘대북선전포고‘로 비판하고 박 대통령이 내년 상반기 한반도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발언이 북한 내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었다. 나라걱정으로 대통령을 후원하는 말 없는 국민들 가슴이 타들어가는 지경이다. 대통령의 성공은 정치권 모두의 성공일 수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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