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서 ‘조 실장’ 뇌물 수수에 인사개입까지

사진=정대웅 기자

한 건설업자에 청탁 받고 수천만 원 ‘꿀꺽’한 혐의

‘문고리 실세’, 행정실장들 불러 ‘이리오너라’ 행세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조 교육감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전 비서실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탓이다. 조현우(54) 전 비서실장은 직무와 관련해 한 건설업자로부터 수천만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조 전 비서실장은 교육감 뒤에서 사실상 서울시교육청을 총괄하는 막후 실세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교육 수장’인 교육감의 최측근 비리로 서울 교육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 동부지방검찰청은 지난달 28일 조 전 비서실장을 자택에서 긴급 체포하고,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비서실을 압수수색해 하드디스크와 서류 등을 확보했다. 마침 그날은 부정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시행 첫날이어서 교육청 안팎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첫날 전직 고위공무원의 뇌물 수수 사건이 터져 분위기가 암울했다”며 “지금도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조 전 실장은 이틀 뒤 3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비서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서울 시내 학교 두 곳의 시설 공사와 관련해 편의를 봐주겠다며 건설업자 정모씨로부터 5000만 원의 뒷돈을 받았다.

건설업자 정모씨는 “조 전 실장에게 시설 공사 관련해 압력을 행사해달라고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5000만 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막후 실세로 불려

조 전 실장은 조희연 교육감의 교육감직인수위원회 때부터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청와대 행정관, 임채정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다. 조 전 실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도 인연이 있다. 박 시장이 변호사 시절 운영한 계간지 ‘역사비평’의 편집장으로 일하며 시민사회운동을 함께했다. 박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정무팀장을 맡기도 했다.

조 전 실장은 2014년 7월 조 교육감의 취임 이후 일해 오다 지난 8월 임기를 마쳤다. 그 뒤 재계약을 했지만 불과 며칠 뒤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혀 의구심을 자아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조 전 실장의 (공무원) 의원면직서 수리 절차를 밟던 중 검찰이 조 전 실장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는 퇴직 절차를 중단하고 징계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실장은 조 교육감의 핵심 참모이자 막후 실세로 불리며, 서울시교육청 내에서 영향력이 막강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조 전 실장이 자신의 고향인 호남 쪽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인사철마다 전횡을 휘두르려 한다는 제보가 줄을 이었다는 게 교육계의 중언이다. 이 때문에 조 실장은 일명 조 교육감의 ‘문고리 실세’로도 불렸다. 실제로 인사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조 교육감은 지난 8월 인사 때 직접 조 실장에게 “인사에 관여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교육시민단체 국가교육국민감시단에 의하면 조 전 실장이 본인의 지위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정황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국가교육국민감시단은 “조 전 실장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업자를 대동하고 사립학교 행정실장들을 불러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며 “자신이 교육감의 친인척이라는 점을 은근히 부각시키기도 하고 교육청으로 인한 학교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면서 해결할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가교육국민감시단은 이번 사건이 조희연 교육감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정 씨가 학교관계자에게 ‘H초등학교, M고등학교 등의 사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조 전 실장과 여러 차례 비슷한 일들을 성사시켜 왔음을 숨기지 않았다”며 “정 씨는 은밀히 조 교육감을 위해 수억 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귀띔을 하며 학교관계자에게 접근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공식 사과했으나…

조 교육감은 지난 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사태와 관련 집중공격을 받았다.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주변에 있던 비서실장이라든지, 감사관이라든지, 이분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특히 그것이 뇌물과 관련됐다면 이건 참 뼈아픈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 의원은 조 비서실장이 의원면직을 신청한 것에 대해서도 따져 물었다. 그는 “비서실장이 구속된 과정에서 조 교육감이 징계에 관대하려 했다는 논란이 있다”며 “조 전 비서실장이 사표를 냈고, 박춘란 부교육감이 이를 받아줬는데 실수를 저지른 부교육감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면직하려 한 것이 아니고 실무자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한 뒤, “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측근 비리에 대한 조 교육감의 관계 사실 여부를 떠나 조 교육감의 리더십은 큰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클린 서울정책’을 추진하며 공직자 비리와 사학부패 척결을 외쳤지만 정작 최측근인 비서실장의 ‘뒷돈’ 의혹은 발견하지 못해서다.

현장 교사들과 교직원, 학부모들은 “조희연 교육감이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한국교원단체교총연합회는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이후 그토록 외치던 ‘청렴 서울교육’이 허상으로 드러났다”며 “올해에 반부패 청렴 서약식을 여는 등 청렴을 강조했지만 자신의 최측근인 비서실장 비리는 차단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지역정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시의회 국민의당은 “교육청 내 실세로 알려진 최측근 조 비서실장의 독직사건은 교육감의 책임”이라며 “이번 사건을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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