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난민, 파키스탄에서 고국으로 쫓겨나

아프가니스탄 친소(親蘇)정권을 이슬람 반군 세력으로부터 보호하겠다며 1979년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 알라 누르는 가족을 이끌고 이웃나라 파키스탄으로 피란했다. 

그랬던 그가 40년 만에 최근 전쟁 중인 아프간으로 되돌아갔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한다. 누르 일가가 트럭을 타고 새벽에 국경을 넘어 아프간에 들어섰을 때 그들을 반겨준 것은 야간 폭격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는 전투기들의 엔진 소음이었다. 누르 가족은 지난 7월 이래 파키스탄에서 쫓겨난 10만 명이 넘는 아프간 사람들 가운데 일부다. 

파키스탄 정부는 자국 내 아프간 난민 약 300만 명에게 모두 떠나라는 명령을 내렸다. 유엔세계식량계획기구(WFP)에 따르면 올해만 파키스탄을 떠난 아프간 난민은 약 25만 명으로 수십 년 만에 가장 규모가 크다. 추방  당하는 아프간 난민 가운데는 본국에 연고가 거의 없는 2세, 3세도 수두룩하다. 

그렇더라도 파키스탄에서 아프간으로 건너가는 많은 사람은 일단 고향으로 향하지만 이들을 위한 국제기구들의 도움은 미미하다. 파키스탄 당국자들은 무작정 아프간 사람들의 집에 들이닥쳐 추방 명령을 집행한다. 

이 과정에서 아프간 사람들은 경찰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임의로 체포되기도 한다. 유엔인도지원조정국(OCHA)은 올해 말까지 파키스탄에서 본국으로 귀환하는 아프간 사람이 6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은 지난달 인도주의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국제 구호기관들의 반응은 더디고 불충분한 실정이다.

18명으로 이루어진 누르의 대가족은 아프간과 접한 파키스탄의 국경도시 페샤와르에 있는 그들의 집에 거의 매일같이 찾아와 파키스탄 땅에서 나가라고 윽박지르는 경찰의 협박을 여러 달 겪은 끝에 마침내 아프간을 향해 떠났다. 그들을 태운 트럭은 토르캄의 국경 초소를 지나 아프간으로 들어갔다. 도로를 가득 메운 같은 처지의 트럭들 사이를 비집고 나온 누르의 트럭은 잘랄라바드 공항을 지나쳤다. 이곳은 미군이 2001년 이래 군용 비행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62세인 누르는 귀환 가족 가운데 유일한 성인 남자다. 그의 두 아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에 산다. 트럭 짐칸에는 부르카를 두른 여인들이 잡다한 가재도구들 틈에 자리 잡았다. 

트럭이 잘랄라바드를 우회해 누르의 고향인 라그만 주(州)를 향해 방향을 잡는데 도로변에 있던 아이들이 트럭을 향해 “어디로 가느냐?”고 큰 소리로 묻는다. 누르는 그가 예전에 살았던 마을이 완전히 파괴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고향 마을에는 지금도 여전히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그는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야 한다. 그런 다음 해외에 있는 아들들이 보내올 송금을 기다릴 참이다. 누르 일가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파키스탄 내 난민으로 등록된 식구 9명 몫으로 한 사람 당 400달러씩 쳐서 모두 3600달러(약4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나머지 식구 9명은 난민 등록이 돼 있지 않아 지원금 수혜 자격이 없다. 아프간으로 귀환하는 사람들의 약 3분의 2가 수혜 자격이 없다. 국경을 넘나드는 이주민을 지원하는 정부 간 국제기구인 국제이주기구(IMO)도 재원부족에 시달리다 보니 등록되지 않은 아프간 귀환자 가운데 가장 형편이 어려운 하위 30%에 대해 텐트, 부엌세간, 식품, 기타 기초 생필품만 겨우 지원할 뿐이다. 

지난 9월 OCHA는 아프간 귀환자 지원을 위해 1억5200만 달러(약1700억 원)가 긴급하게 필요하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아프간 귀환자가 대거 몰리다 보니 국제기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아프간 낭가하르 주에서 귀환자 지원활동을 하는 주요 기관들 가운데 하나인 노르웨이난민회의의 사업 책임자 윌 카터에 따르면 OCHA의 호소에 대한 반응은 시원찮다. 게다가 UNHCR는 방대한 기금을 운용하지만 파키스탄에서 난민으로 등록된 사람들만 지원하고 있어 문제라고 카터는 말한다. 

그는 “(귀환자들 사이에서도) 생존 확률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난민 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기구가 난민 가운데 단지 절반만 보살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솔직히 이상하지 않냐”고 반문한다. 이러한 불평에 대해 UNHCR는 “우리는 등록된 난민만 돕도록 돼 있다”고 반박한다. 이 기구는 파키스탄 내 난민에게 등록카드를 나눠주는 일도 맡고 있는데, 2007년 이래 그 업무를 하지 않는다. UNHCR의 아프간 주재 부대표 알렉산더 문트는 난민 자녀들은 지난 9년에 걸쳐 쉽게 등록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박해에 대한 믿을 만한 공포가 있는 사람들” 또한 개인적으로 난민지위를 신청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며 무척 관대했다”면서 “돈을 무한정 쏟아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넉 달 전 남편을 잃은 여섯 아이의 어머니 타즈 비비는 정식서류가 없는 귀환자들 가운데 한 명이다. 장남 아마눌라는 14살이다. 비비는 소련이 아프간을 점령하고 있었던 1980년대 이래 파키스탄에서 살아왔다. 그러다가 남편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파키스탄에서 쫓겨났다. 그녀는 현재 낭가하르 주의 베수드 지구에서 텐트생활을 하면서 이웃들의 도움으로 살고 있다. 

비비는 “파키스탄에 살 때는 남편이 봉급을 받을 수 있어서 생활이 무척 좋았다”고 회상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기서 여생을 보낼 것”이라고 말한다. 구호 요원들에 따르면 토르캄 국경을 건너오는 아프간 귀환자의 약 75%는 낭가하르 주에 정착한다. 이 지역은 원주민 사이에서도 실업이 만연하며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해 폭도들이 발호하는 곳이다. 분쟁에 시달려온 아프간 사람들에게 이웃나라 파키스탄은 수십 년 동안 안전 대피소로 기능해 왔다. 두 나라 국민은 문화적으로 근친 관계다. 하지만 아프간 난민이 파키스탄에 워낙 많이 거주하다 보니 파키스탄 당국이 이들을 감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전에도 파키스탄 정부는 아프간 난민을 강제 송환하겠다는 방침을 더러 밝혀왔다. 

하지만 요즘처럼 작정하고 아프간 난민을 대거 추방하고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가디언’은 파키스탄이 미국과의 논쟁에서 아프간 사람들을 볼모로 이용하고 있다고 추측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프간 정부가 최근 파키스탄의 숙적인 인도와 외교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한 보복이 아니겠느냐고 이 신문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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