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맨사 파워 주유엔 미국대사가 북한 노동당 창건일(10일)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판문점을 방문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北)은 아이를 키우기보다 무기를 키우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이런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모든 도구를 사용할 의지가 있다”며 외교적 압박 등도 이런 도구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반도와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한국만큼 북한의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역설했다.

이렇게 보면 북한문제에 대해 우리보다도 절대적 우방국인 미국의 입장이 더 단호해 보인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 이은 추가 도발이 우려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이 나라 대권을 꿈꾸는 소위 잠룡을 자처하는 인사들은 앞 다퉈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제재를 견제하고 나섰다. 최근 대선을 위한 싱크탱크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대선 광폭행보에 나선 문재인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 절차의 잠정 중단을 요구했다.

야권 주자들이 일제히 사드 배치가 실익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는데 대한 역풍이 커지자 문재인 전 의원은 반대에서 한보 물러난 ‘잠정 중단’으로 입장을 바꿨다. 우려했던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위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이상 반대할 명분 또한 약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건 사드를 극구 반대하고 있는 나라가 북한을 위시한 중국과 러시아란 점이다.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고 중국은 북한의 동맹국이다. 러시아는 중국 보단 덜하지만 북한의 준(準)동맹국 입장이다. 거기에 중국의 경제보복이 두려워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논리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과 같다. 경제 가치를 국가 안보보다 우선하는 나라가 없다.

2003년 취임 초 중국을 방문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나는 모택동을 가장 존경한다”는 놀라운 발언을 했다. 그로부터 3년 뒤 노 정부 임기 중후반쯤인 2006년 7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데 이어 같은 해 10월 1차 핵실험을 했다. 그런 마당에 대북지원은 계속됐다. 이때 남북장관급 회담에 나온 북한 대표는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보호하고 있으니 대북지원을 많이 해야 한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지금 야권이 사드 배치(핵우산)를  반대하며 우리 정부가 천둥벌거숭이로 북한에 쌀 지원도 하고, 개성공단폐쇄조치도 풀고,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한 새로운 공업·산업단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 된다. 야당이 사드반대와 전작권 전환을 고집하는 건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북한의 ‘미제국주의’ 배격론에 근거한 평화협정을 이루자는 말이다. 북한과의 대립과정에 야당은 언제나 박근혜 대통령의 국방정책을 비판하고 전작권 환수 문제를 들고 나왔다.

특히 북한의 이번 5차 핵실험은 지난 4차례 핵실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미사일에 언제든지 쉽게 실어서 발사할 수 있도록 핵탄두를 작고 가볍게 개발했다. 그에 비해 폭발력은 두 배나 강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성주 현지까지 내려가 사드 배치 반대를 선동하고 이를 당론으로 하자는 야당을 지켜볼 도리밖에 없는 작금의 우리 처지다.

기를 쓰고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기 자식들은 유학이나 현지취업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등지에서 호의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람들이 더욱 미국을 욕하고 북핵을 옹호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 핵보다도 더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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