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차 파는 기계가 아닙니다”

포르쉐 공식판매사 SSCL 노동조합원들이 지난 10일 대치동 본사 앞에서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회사 규모↑ 직원 임금↓…제 살 파먹는 영업환경

지난해 이어 ‘2차 파동’…사측, “現 과도기적 단계”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고급 수입차 포르쉐의 공식 판매사인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의 노동조합 직원들이 또다시 길거리로 나왔다. 업계 최초로 노조를 결성한 이들은 지난해 사측의 일방적인 성과급 삭감에 반발해 갈등을 빚다 일부 노조 간부가 해고를 당하자 파업에 나섰다. 이후 사측과 다시 임금협상을 놓고 테이블에 앉았지만 수십 차례에 걸친 협상에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은 ‘2차 파동’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노조는 지난 7일 파업 의사를 밝히고 10일 단체행동에 나섰다. 전체 직원의 절반 가까운 95여명이 뜻을 함께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직만 파업에 참가했지만 올해는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직원들도 동참했다. 김창규 노조위원장은 “이번 파업은 일일 경고성 파업”이라며 “회사는 하루빨리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27차례에 걸쳐 임금협상을 두고 사측과 협의했지만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양측은 8월 말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다. 중노위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조정을 종료하고, 원만한 합의나 사후조정신청을 권고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파업을 택했다. 현 상황을 타계하는 데 파업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직원에 대한 회사의 임금 체계와 영업 환경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해마다 규모가 커가는 반면 직원들의 처우는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했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올 4월 감사보고서를 보면 SSCL의 지난해 매출은 3157억 원으로 전년보다 595억 원 증가했다. 포르쉐코리아의 판매대수도 지난해 3856대로 전년(2568대)보다 50% 늘었다.

또 포르쉐 판매 지점은 점차 늘어나 올해 경기도 성남 판교센터가 확장 공사를 마쳤고 내년에는 서울 용산에 추가로 지점이 들어선다. 하지만 영업사원들의 임금 체계는 이와 반대다. 회사 초창기에는 차량 판매 대수에 대한 인센티브가 최저 1.8%, 최대 3%였으나 현재는 최저 1%, 최고 2% 수준으로 삭감됐다.

제 살 깎아먹는 출혈경쟁

이런 가운데 이들은 무한 경쟁 속 근로 환경에 놓여 있다고 호소한다.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각종 부가서비스는 모두 직원들 몫이어서 실적을 위한 출혈경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블랙박스, 하이패스, 선팅에서부터 유리막 코팅, 우산, 열쇠고리 등 각종 용품 지원을 위해 본인 수당을 깎아가며 고객 유치에 매달린다. 별다른 제어장치가 없어 제 살 깎아먹는 무한 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는 다른 수입차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BMW 7시리즈를 팔고 7만 원을 남긴 ‘전설’적인 사례도 있다. BMW 영업점에서 7년째 일하는 박 모씨가 그 주인공이다. 박 씨는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그런 경험이 있다. 수익 대부분을 수입차 한국 법인(BMW 코리아)이 가져가고 나머지를 딜러사(판매사)와 영업직원이 나눠가지는데 여기에 고객 할인 규정에다가 각종 용품 지원을 하면 실질적으로 남는 게 없다”고 푸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극단적인 사건도 발생한다. 실제 지난해 수입차 영업사원이 생활고와 채무를 견디지 못해 강남 청담동 수입차 전시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박 씨는 “지난해 전해들은 것만 해도 2~3명이 자살했다”고 말했다.

포르쉐 공식판매사 SSCL 노동조합원들이 지난 10일 대치동 본사 앞에서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2년 넘게 갈등…봉합될까

업계 최초로 결성된 포르쉐 노조는 2014년 6월 회사의 일방적인 성과급 삭감에 반발하며 결성됐다. 이들의 길거리 투쟁은 지난해 절정에 달했다. 수개월에 걸친 협상이 결렬되고 노조 간부 4명이 해고당하자 이를 규탄하며 길거리로 나왔다.

김창규 위원장도 이 중 하나다. 그는 2014년 전국 최대 판매 실적을 올렸지만 가차 없이 내팽겨쳐졌다. ‘판매왕’도 회사에 맞선 죄는 피할 수 없었다. 이들은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고, 해고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부당 해고 판정을 받고 복직했다. 그러나 복직 이후에도 ‘응징’은 계속됐다. 김 위원장은 강등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노조 간부 3명도 정직, 강등의 징계를 받았다.

험난한 노조 활동이었지만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2015년 1월부터 ‘기본급’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조활동으로 사측과 합의한 성과물이다. 최저시급에 따른 기본급이지만 그 전에는 이조차도 없었다. 때문에 이전에는 한 대도 못 팔면 한 달에 40만 원도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의 활동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포르쉐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면 다 고액연봉자 아니냐는 것이다. 김 노조위원장은 이른바 ‘귀족노조’에 대해 “우리가 상대적으로 고액연봉자일 수 있고 일부는 억대 연봉을 받기도 하지만 요즘은 쉽지 않다”며 “무엇보다 회사는 성장하는데 직원들 월급이 깎이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실상 성과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에 대한 삭감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우리는 차 파는 기계가 아니”라며 “차량 판매에 따른 합당한 임금 체계와 영업 환경을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SCL 관계자는 “최근 센터 확장이나 시설 유지 등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영업 이익이 하락하는 등 재정 상태가 어려워졌다”며 “게다가 2014년부터 SSCL만 가지고 있었던 판매권이 분산돼 이익 구조가 약화되면서 판매 생태계가 바뀐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부터 기본급이 생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이전보다 금액이 낮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며 “다만 회사도 원만하게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으며,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철도·화물연대 파업 등 사회 곳곳에서 노조 파업이 이슈가 되는 가운데 포르쉐 노사 간의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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