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 빠진 대표팀 이란전 패배로 조 3위로 추락…본선 진출 빨간불
슈틸리케 감독, 패배원인 선수 탓…무책임한 해명에 축구팬들 ‘부글부글’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42년의 이란 원정 징크스를 다시금 반복하며 무기력으로 일관한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 후 전략의 부재를 논하기보다 선수 탓으로 돌리며 부메랑을 맞고 있다. 더욱이 슈틸리케 감독의 최근 행보는 2년 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선수 탓으로 일관한 홍명보 전 감독을 연상시키면서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11월 A매치가 거취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여 슈틸리케 감독이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매치 축구대표팀은 지난 12일(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이란을 상대로 0-1로 패하며 조 3위로 추락했다.

더욱이 이날 축구대표팀은 어느때보다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수비에선 뒤 공간이 수시로 열렸고 측면 돌파를 계속 허용하는가 하면 카타르전에서 맹위를 떨친 공격진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란전에서 한국이 기록한 유효 슈팅은 ‘0’, 제대로 골 한번 차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결국 이란전의 패배는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과 대표팀 경기력에 의문을 낳으며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당초 이란은 이날까지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던 만큼 예견된 결과라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는 한국이 이란을 꺾는다면 객관적인 평가를 뒤집고 기적을 일으키는 셈이었다. 그만큼 어려운 관문이었기에 이란전 결과보다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이 깊은 상처를 남겼다.

경솔한 선수 탓에
감독 리더십 의문

문제는 이날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이 구설수에 오르며 갈등의 빌미가 됐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에 김신욱을 투입해 득점 루트를 만들려 했으나 그것도 잘 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어서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선수들 탓으로 돌렸다.

그는 또 “당장 본선에 가야하는 목표를 가진 우리가 오늘처럼 경기를 한다면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팀 경기력을 질책했고 더욱이 “이란에 비해 신체조건에서 약하다. 좋은 플레이 등 다른 면에서 이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 유소년 단계에서부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 한국 축구 시스템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슈틸리케 감독의 경솔한 발언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발언이후 무려 3차례나 기자회견을 여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돌아선 팬심을 돌리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이란전 직후 손흥민(토트넘)은 “다른 선수를 언급하면서까지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쉬운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은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금기시 되는 행동을 했다. 슈틸리게 감독의 상식밖 행동으로 선수단의 불안감만 커졌다”고 지적한다.

한 방송사 해설위원은 “유럽의 어떤 감독도 ‘메시나 호날두가 없어서 졌다’는 취지의 말은 하지 않는다. 상식 밖에 있는 발언이었다”며 “사실 한국의 유소년 축구를 지적하는 부분은 문제가 더 컸다. 지금까지 별다른 참여를 하지 않다가 패전하고 나서야 탓을 하는 ‘유체이탈’ 화법을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해설위원은 “여론과 관계없이 자신의 계획대로 진행하면 되는데 주변의 동향을 살피는 부분이 있다. 선수단은 ‘리더가 자신에 대한 확신이니 없다’는 느낌에 불안해 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 같은 비상식적인 언행에 대해 축구팬들은 물론 네티즌들 사이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그간 ‘갓틸리케’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신뢰는 이제는 ‘탓틸리케(남 탓하는 슈틸리케)’로 비하하는 호칭이 생길 정도로 땅에 떨어졌다.

B급 발언 데자뷰…
이중적 태도 눈살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논란을 일으킨 홍명보 전 감독의 행보를 연상시킬 정도라며 축구팬들이 2년 만에 떠올리고 싶지 않은 데자뷰(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끼는 일)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 감독은 2014년 감독직 사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리나라에 A급 선수들이라도 유럽에 나가면 거의 B급이고 K리그 선수들은 그보다 밑에 있다. 과연 잘하는 선수가 유럽에 나가서 경기를 뛰지 못하고 그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선수들은 경기를 뛰고 있을 때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특히 당시 홍 감독의 발언은 대표팀 감독이 자국 리그와 선수들을 대놓고 등급을 나눠 폄하한 것도 모자라 선수 선발과 준비 과정의 실패를 모조리 ‘선수 탓’으로 떠넘겼다는 점에서 최악의 망언으로 지적받는다.

그간 국민적인 신뢰를 받았던 슈틸리케 감독이 패배 원인을 자신이 아닌 선수들에게 돌리는 무책임한 행보를 보이면서 국민적 실망감이 극대화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슈틸리케 감독의 부적절한 언행과 비상식적인 행보가 이뤄지는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는 지난 중국과의 1차전 직후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을 깎아내리는가 하면 카타르전 후에는 “팬들의 비난이 심해서 이럴 바엔 이란에도 가지 말아야 할 것 같다”며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또 최근 10월 A매치 소집 명단을 발표하던 자리에서 손흥민 등 일부 스타 선수들의 태도 문제를 거론하며 “불손한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하는 등 부임 초기 겸손하고 모범답안에 가까운 인터뷰와 합리적인 태도로 호평을 받았던 그 슈틸리케와 동일인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간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2년간 이정협(울산 현대), 권창훈(수원 삼성), 이재성(전북 현대) 등 새로운 얼굴을 적극 발굴하고 활용해왔지만 어느 순간 유럽파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며 홍 감독 시절로 회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2년간 10명 교체…
논란만 키웠다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자 슈틸리케 감독도 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우선 ‘소리아 발언’에 대해서는 “경기 당일 아침 지동원 선수와 면담을 했다. 홈에서 치른 카타르전에서 소리아 선수 한 명이 우리 수비진을 끌고 다녔다. 소리아 선수의 움직임에 대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이야기를 했다. 지동원 선수에게 동기부여 차원에서 네가 소리아보다 스피드, 발기술도 좋고 공중볼 경합에서도 강점을 보인다는 말을 했다. 소리아 선수가 한국전에서 보여준 적극성, 의지를 깅조했다”며 “기자회견 말미에 기술적인 부분, 전술적인 부분 모두 이야기를 하다가 소리아 선수까지 언급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에서 부족한 점을 설명하다 보니 소리아를 언급하게 됐다는 것.

다만 그는 “선수들과 감독 사이의 갈등은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늘 함께 귀국한 선수들에게 이야기했고 먼저 귀국한 선수들과도 온라인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확실한 것은 오해의 소지를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수들도 어떤 의도로 이야기했는지를 이해했다”며 논란을 일축시켰다.

장현수(광저우 R&F)의 포지션 문제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장현수가 중앙에 어울리는 선수라는 것은 저도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팀이 예전부터 양쪽 풀백에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차두리, 김진수가 나간 이후 대체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창수, 이용이 오른쪽에서 뛰었지만 확고한 주전 입지를 다진 선수가 없었다. 그래서 장현수를 오른쪽으로 쓰게 됐다”며 “장현수를 강점이 있는 중앙 쪽에 포진시킬 수 있게 우리도 생각 중”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문제의 발언 이후 불거진 거취 문제를 놓고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슈틸리게 감독은 “여러분에게 질문을 하고 싶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지난 12년간 A대표팀 감독을 한 숫자가 몇 명인지 아는가? 10명이다. 평균적으로 재임기간 15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며 “10명의 감독이 거쳐 갔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봐야 한다. 내일이든 모레든 나가라고 하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나가면 된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공고히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슈틸리케 감독의 해명이 불씨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슈틸리케 감독 스스로 뚫고 나가겠다고 밝힌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잦은 감독 교체가 대표팀의 연속성, 감독과 선수들의 새 분위기 적응 등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이 말이 슈틸리케 감독 본인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에 일부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나타냈다.

관계자들은 슈틸리케 감독이 당장 선수의 경기력 향상, K리그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코앞으로 다가온 우즈베키스타전에서 대표팀의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얘기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거취 문제에 대한 발언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슈틸리케 감독 스스로가 아닌 대한축구협회에서 나왔어야 설득력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아쉬운 소리도 들린다.

11월 A매치
슈틸리케 거취 분수령

 
결국 슈틸리케 감독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그간의 우려를 씻기 위해서는 오는 11월 펼쳐지는 우즈베키스탄 전에서 변화된 자세와 실력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호는 이란전 패배로 인해 승점 7을 기록 이란(승점 10), 우즈베키스탄(승점 9)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다.

문제는 조 2위인 우즈베키스탄을 잡아야 월드컵 진출이 가능한 2위권 내로 복귀할 수 있어 11월 A매치가 본선진출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상대 전적에서 13전 9승 3무 1패로 우즈베키스탄에 우세하다. 하지만 최근 우즈베키스탄이 상승세를 그리고 있어 자칫 방심하기에는 힘겨운 싸움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이 내부적으로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하는 노력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승점을 만회할 기회가 남아 있는 만큼 선수들의 태도와 실력을 탓하기 전에 슈틸리케 감독 스스로 전략부재와 선수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이들은 조언한다.

더욱이 그토록 무능하다고 손가락질 받던 조 본프레레나 최강희 감독 시절에도 예선은 무사히 통과했다는 점에서 30년 넘게 지도자로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남기지 못한 슈틸리케 감독 스스로가 초심으로 돌아가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에 집중할 때만이 명장으로 거듭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한편 A매치 축구대표팀은 오는 11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예선 A조 5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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