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한국, 무조건 의심하는 관광객…변화 필요해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2018년 외국인 관광객 방문 20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외국인을 대하는 우리 국민의 수준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외국어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친절함을 찾아보기 어렵고 현지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을 상대로 바가지 상술이 만연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이에 중국과 일본 언론이 바가지요금에 불친절한 한국인에 대해 연일 보도함에 따라 관광객은 한국 상인들을 무조건 의심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올 들어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 환대 문화를 정착해 ‘다시 오고 싶은 한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한국 다시 오고 싶지 않아요.” 중국인 관광객 쓰촨성은 한국을 방문하는 첫날 좋지 않은 기억이 생겼다. 택시를 탔는데 인천공항에서 대학로까지 23만 원이 넘는 비용이 청구된 것. 8만5000 원이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3배나 더 주고 온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예약 시 확인한 숙소와 실제 숙소가 판이하게 달랐다. 인터넷에서는 분명히 현대식으로 개조된 전통 한옥게스트하우스였는데 와서 보니 일반 모텔급 숙소였다. 가족들에게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시켜주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쓰촨성은 한국관광공사에 즉시 민원을 제기한 결과 우수한옥체험숙박시설로 이동할 수 있었으나 씁쓸한 마음은 금할 길 없었다.

# 일본인 관광객 노리꼬는 의류점에서 니트를 구입해 입으려고 봤더니 팔꿈치 부분이 손상돼 있었다.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노리꼬는 다음날 옷을 반품하러 갔으나 직원이 못 알아듣는 척하면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외국어를 몰라서 알아듣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제 판매한 옷을 모를 리 없고 옷 팔꿈치의 올이 나간 것을 보면 환불받기 위해 온 것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건만 직원은 노리꼬를 빤히 쳐다보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노리꼬가 한참을 항의해도 직원이 못 알아듣는 체하는 바람에 어이가 없던 차에, 마침 일본어를 할 줄 아는 다른 손님이 도와줘 환불은 받지 못했으나 다른 옷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 중국인 관광객 기장유에는 친구들에게 한국의 화장품이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화장품 쇼핑에 나섰다. 직원은 기장유에가 기초화장품을 찾았더니 화장품 세트를 보여주며 발라보라고 권유했다. 그리고는 ‘언제 또 한국을 방문할지 모르지 않냐’면서 이 기회에 5세트 이상 구입하면 20%를 할인해주겠다고 했다. 기장유에는 기초화장품 5세트를 구입했다. 그리고는 분홍색립스틱이 눈에 띄어 발라보았더니 색조화장을 전체적으로 해주고는 예쁘다고 계속 찬사를 보내면서 구입을 권유해 아이섀도, 립스틱에 섀도붓까지 종류대로 5개씩 충동구매했다. 그러나 당시 그 화장품 브랜드사는 정기세일기간이라 모든 구입자에게 20%씩 할인해줬다는 것을 뒤늦게 안 기장유에는 분통을 터트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8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대비 37.1% 증가한 1147만7646명이었다. 이중 중국인 관광객은 560만8046명으로 지난해 376만9957명에 비해 48.8% 증가했고 일본인 관광객도 145만1565명으로 지난해 117만5559명에 비해 23,5%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 관광객은 48.9%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2015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이 37.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다시 찾고 싶어하는 중화권(중국·대만·홍콩) 관광객의 비중이 매우 낮은 것이다. 실제로 불친절이나 가격 시비 등으로 이들이 제기한 관광불편신고 접수율은 무려 52.8%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재방문하기 싫은 결정적인 이유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월 발간한 ‘2015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불편신고 유형별 접수현황은 쇼핑이 264건(26.5%)으로 가장 많고 숙박 139건(14.0%), 택시 121건(12.2%), 여행사 85건(8.5%), 공항 및 항공 85건(8.5%), 음식점 70건(7%) 순이었다.

이같이 관광불편신고가 접수되면 국가에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어 시정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외국인 관광객들은 신고방법을 잘 모르거나 불만이 있어도 신고하지 않고 그냥 출국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관광에 불편을 야기하는 많은 문제점들이 간과되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연구원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국할 때부터 서울관광 후 출국할 때까지 경험하는 일련의 기초관광환경 요소들에 대해 현장에서 관광객 시뮬레이션 조사 및 인터뷰를 실시, 문제점을 조사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불만 속출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기초관광환경 실태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만은 인천국제공항서부터 대중교통, 쇼핑, 거리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롯됐다.

2016년 7월에 누적 이용객 5억 명을 돌파한 인천국제공항은 현장조사결과 공항 내 안내표지판의 외국어 표기가 과거에 비해 대체로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어는 물론 한국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관광객인 중국인과 일본인을 위한 해당 언어 표기가 대폭 늘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영어와 일본어는 작은 안내표지판까지 충실히 표기돼 있는 반면 일부 표지판에서 중국어 표기가 누락된 것들이 종종 발견되곤 했다.

공항 내 관광안내소는 현재 청사 1층 동편과 서편 두 군데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도움을 받으러 가면 제공되는 안내 자료가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숙박시설 관련 정보는 고급 호텔 자료만 제공하고 중저가 숙박시설 정보는 없었다. 이에 따라 관광안내 자료의 질적 다양화 및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중교통 중 택시기사의 부당행위는 여전히 횡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시내 지리를 모르는 외국인 탑승객들을 대상으로 의도적으로 행선지를 먼 거리로 우회, 미터기에 요금이 두세 배 더 나오게 하는 행태 등이 고발됐다.

이밖에 서울시내 관광객들의 이동수단인 도심버스, 지하철뿐 아니라 공항버스 및 도시철도의 외국어 표기 부족으로 불편함을 겪는 외국인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에서 서울 도심을 잇는 공항버스와 철도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첫 번째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내 표지판에 중국어 표기가 누락돼 있거나 정류장 방송에 외국어가 누락된 경우가 빈번했다.

한편 외국인 관광객은 시내버스를 많이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60%가 넘지만 이들은 대부분 버스를 외면하고 지하철을 이용한다. 경력 20년인 한 관광통역안내사는 “한국 관광을 위해 버스를 타겠다고 노선이나 정류장을 묻는 외국인은 없다”며 “대부분 지하철만 이용해 여행한다”고 설명했다.

대중교통의 한 축인 버스가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외면받는 것은 불친절한 안내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안내판 대부분이 한글로만 표기돼 있다. 일부 정류장 명칭의 영어 병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글 표시고 중국어나 일본어 표기는 없다. 또 외국인이 버스를 탄다 해도 하차가 쉽지 않다.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안내방송에 의존해 하차하지만 안내방송은 대부분 한글 또는 영어다

고궁, 박물관, 자연 공간 등에서는 안내표지판이 현저히 부족했다. 특히 고궁과 박물관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본적으로 방문하는 곳인데 전시품에 대한 외국어 설명이나 안내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남산, 청계천 등 자연 공간과 관련한 가장 큰 문제점은 접근하기 위한 안내 혹은 유도 표지판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대중교통 이용 시 정류장에서 주요 목적대상지로 찾아가기 어렵고 청계천의 경우 입구에 표지판이 없어 그냥 지나치는 외국인 관광객이 종종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마거리에 해당하는 인사동 거리의 경우 한국의 전통과 관계없는 물건을 파는 상점이 많아 전통적 이미지가 저하되고 상업적 인상을 주는 등 전통거리라는 테마의 정체성이 희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대서비스 의식 문제

관광특구 같은 주요 관광지역 상인들의 서비스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체로 만족한 편이었다. 그러나 쇼핑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인 명동과 동대문 패션타운 등에서 일부 상인의 지나친 호객행위가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물건을 사지 않는 관광객에게는 태도가 돌변해 불친절하게 대하는 등 상인들의 환대서비스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소통 문제에 답답함을 호소한 외국인 관광객도 존재했다. 단순 구매의 경우 계산기를 보며 계산하면 되지만 그 이상은 소통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격 표시가 없거나 동일한 물품에 대해 상점마다 다른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것도 불만이라는 지적이다.

거리환경의 주요 문제점으로는 공공화장실 및 쓰레기통 부족과 관리소홀, 복잡한 간판이 부각됐다. 특히 명동, 동대문, 남대문, 이태원 등 유동인구가 많이 모이는 곳일수록 거리 청결도가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

30대 중국인 관광객 랴오팬은 “길가에서 공공화장실을 찾기 어려워 매우 다급했던 적이 있었고 쓰레기통이 없어 콧물을 닦은 휴지를 어디다 버려야 할지 몰라 난감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반정화 서울연구원 글로벌 관광연구센터장은 “쇼핑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중화권 관광객이 많은 비용을 쓰고 있는 가운데 상인들의 호객행위와 강매가 문제가 되고 있다”며 “환불문화를 확고히 정착시키는 등의 서비스 마인드도 개선돼야 할 점이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관광특구 같은 특정지역은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음에도 쉴 수 있는 공간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며 “관광객 중심의 편의시설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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