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이 탈당을 선언했다. 손 전 고문은 정계복귀 선언과 동시에 민주당 당적을 정리하면서 손학규 발 제3지대 정계개편 논의를 본격화했다. 그동안 손 전 고문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당혹스런’ 모습이다. 게다가 손학규맨으로 알려진 이찬열 의원까지 탈당하면서 손학규계의 도미노 탈당도 간과할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문재인 고립화’ 시나리오가 작동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문 독식’에 대한 반작용으로 비주류를 중심으로 제3지대에서 개헌을 매개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문재인 측, 박원순-정운찬 향후 거취 ‘촉각’
- 이찬열 탈당, 친孫 10여명中 도미노 탈당 오나

손학규 전 고문의 행보를  두고 ‘민주당 잔류냐’, ‘탈당해 제3지대로 갈 것이냐’, 아니면 ‘국민의당으로 갈 것이냐’의 선택이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지난 20일 정계복귀 선언을 하는 동시에 민주당 탈당 카드를 선택함으로써 ‘제3지대론’이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손 전 고문이 향후 누구와 손잡을 것인지, 또한 민주당 내 손학규 계보 10여명의 추가 탈당여부도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철수, 孫의 손잡고 ‘제3지대 발’ 정계개편 시동

손 전 고문은 그동안 안철수, 박지원 등 국민의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손 전 고문은 ‘국민의당으로부터 전권을 주겠다’는 약속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고문 역시 안 전 대표에게 “이명박·박근혜 10년 정권이 나라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놓았는데 이걸 바로잡으려면 10년이 넘게 걸릴 거다. 그러니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합시다”고 말했다고 저서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 전 공동대표도 손 전 고문이 탈당한 다음 날 안 전 대표가 자신에게 전권을 주겠다는 취지의 글을 쓴 것과 관련해 “표현은 조금 달라도 취지는 그렇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KBS와 인터뷰를 통해 “제가 그런 취지로 말씀드렸고, 손학규 전 대표의 책은 못 봤지만, 신문을 보니까 그때 나눈 대화 내용을 그대로 쓴 것 같다”고 동조했다.

또, 손 전 고문에게 전권을 주겠다는 발언과 관련해 “양극단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이 대한민국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것을 위해서 어떤 일이든 하겠다. 저는 그렇게 얘기했고, 제안도 드렸다”고 시인했다. 사실상 안철수-손학규 두 인사가 제3지대에서 손을 잡고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세력화에 동의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손 전 고문의 갑작스런 탈당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인사는 바로 문재인 전 대표다. 문 전 대표는 손 전 고문의 탈당 소식을 듣고 “뜻밖이다…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고립화 시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게 국민의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운찬 전 총리 역시 ‘제3지대행’이 점쳐지는 잠룡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 시장의 경우 자신의 오른팔 격이었던 임종석 전 서울정무부시장이 문재인 캠프로 가면서 문 전 대표측에 앙금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시장 역시 대권 출마를 염두에 둔 상황에서 문 전 캠프가 임 전 부시장을 가로챘다는 분위기다.

박원순 ‘보따리론’ 나오는 까닭…

이미 박 시장은 지난 총선에서 ‘박원순 키즈’를 심기 위해 노력했지만 친문 독식으로 기동민 전 서울시정무부시장만 공천을 받아 배지를 달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멸했다. 특히 서울 도봉을의 경우 박 시장 비서실장 출신의 천준호 후보는 문 전 대표가 영입한 후보에게 자리는 내주며 총선 레이스에서 빠졌다.

총선에서 한 번 문 전 대표에게 ‘물’을 먹은 박 시장이 재차 임 전 부시장까지 문 캠프로 넘어가면서 ‘박원순 보따리론’이 여의도에서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여차 하면 문 전 대표가 있는 민주당을 떠나 손학규-안철수의 제3지대론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시장 입장에서도 안 전 대표에게 ‘빚’(서울시장 후보 양보)이 남아 있고 차기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세력과 함께하는 것이 서울시장 3선 도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닌 셈이다.

박 시장과 함께 ‘몸값’이 올라가는 인물이 충청도 출신의 정운찬 전 총리다. 정 전 총리는 지난 총선에서 문 전 대표 진영으로부터 비례대표를 내정받아 입당할 기회가 있었지만 김종인 전 대표와 비례대표 순번 갈등으로 접어야 했다. 이후 정 전 총리는 문 전 대표와 연을 이어가면서 민주당행이 점쳐지는 인물이다.

문 전 대표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정 전 총리지만 정 전 총리 진영 역시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문 일색’이 된 결과를 들며 ‘들러리 설 이유가 있느냐’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11월말에 있을 문재인 캠프 개소식에는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 입당이냐 제3의 선택이냐의 구체적인 입장은 11월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되는 출판기념회를 통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손 전 고문의 탈당으로 민주당 내 손학규계의 추가 탈당 역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당내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인사는 10여명 정도로, 이찬열·김병욱·양승조·전혜숙·정춘숙·오제세·강창일·김병욱·고용진·강훈식·조정식·이종걸 의원 등이다. 일단 이찬열 의원은 손 전 고문의 기자회견이 있던 다음 날 탈당을 선언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손 전 대표의 도움과 은혜를 가장 많이 받았다. '능력있는 병사를 장수로 키워야 한다'는 손 전 대표의 결단은 뇌리에 깊숙이 남아 있다”며 “당적을 떠나 손 전 대표의 새판짜기에서 제가 할 일을 찾아서 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원 출신의 이 의원은 손 전 대표가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동반 탈당한 데 이어 2009년 10월 재보궐선거 당시 손 전 대표가 수원 장안에서의 구원 등판을 사양하고 선거지원에 나서면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찬열 동반 탈당 ‘다음타자’는 누구

또 다른 손 전 고문의 측근인 김병욱 의원의 행보도 주목된다. 김 의원은 2011년 4월 재보선에서 손 전 대표에게 분당을 후보 자리를 양보하면서 손 전 대표와 인연을 맺었으며 최근까지 손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총장을 지냈다.

한편 더민주당 한 관계장는 “1~2명 동반탈당은 있어도 대규모 탈당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문 전 고문이 대선후보로서 인기가 떨어지고 구심점이 사라질 경우에는 손학규계보뿐만 아니라 중립지대에 있는 인사들의 도미노 탈당이 있을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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