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소프트파워의 정수…상상을 현실로”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의 잇따른 강연이 주목받고 있다. 각기 다른 곳에서 진행되는 강연 또는 포럼에서 일관되게 “소프트파워를 키워야 4차 산업혁명을 성공으로 이끈다”고 강조한다.

윤 원장은 지난 9월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소프트웨이브 서밋 2016’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으며 지난 8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제4차 산업혁명 포럼-퓨처스 아카데미’ 강좌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정권에 상관없이 지속해야 할 큰 흐름이라고 강조하면서 소프트파워의 강화에 대해 역설했다.

지난 5월 한양대에서 열린 ‘제4차 산업혁명과 소프트웨어 특강’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발표해 종사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창조경제 전도사’…상상력이 자원, 소프트가 힘
“창조경제, 정권 상관없이 지속해야 할 큰 흐름”
NIPA “SW(소프트웨어)로 창조경제 뒷받침하는 조직돼야”

<뉴시스>

제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력과 자원 배분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원장은 “자원을 투입해 생산품을 만들던 시대에는 값싸고 튼튼한 제품이면 끝이었지만, 제4차 산업혁명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덧입혀 전혀 새로운 서비스로 거대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와 사회가 제4차 산업혁명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상상력을 극대화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소프트파워’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사회구조를 혁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은 “한국이 구축한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 인프라는 지능정보기술 혁신과 제4차 산업혁명 실현에 핵심적인 자양분이 될 것”이라며 “콘퍼런스에 나온 정책 대안들이 현장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충실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3일에는 ‘2016 서울미래컨퍼런스’에서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상상’과 ‘혁신’을 내세웠다. 4차 산업혁명은 수평적 발전 중심인 기존 산업혁명과 달리 무에서 유를 만드는 수직적 혁명이기 때문에 상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저서 ‘이매지노베이션’(상상+혁신)에서도 알 수 있듯 상상력이 강력한 혁신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윤 원장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산업에도 ‘비타민’이 필요하다”면서 “조선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이라는 비타민을 투여하면 다시 부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앞서도 지난 8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포럼 퓨처스 아카데미’ 첫 강연자로 나와 “(기업 가치로 봤을 때) 네이버가 KT 같은 회사 두 개, 우버가 현대·기아차에 육박한다. 네이버, 우버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혁신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소프트파워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적 혁명, 2차 혁명이 전기 힘을 통한 대량생산, 3차 혁명이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 혁명이라면 4차 혁명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서비스 및 지능형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소프트파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고속도로가 정보기술(IT) 인프라라면 차량과 물건은 소프트파워에 해당한다”고 비유했다.

윤 원장은 네이버와 구글을소프트파워를 잘 실현한 기업으로 꼽는다. 윤 원장은 “18년 전 야후가 검색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였는데 구글이 등장해 서제스트(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면 검색어 후보를 실시간으로 추천해주는 기능)로 야후를 넘어섰다.

네이버는 일반인이 올린 질문에 다른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답해주는 ‘지식인’ 서비스로 국내 포털 시장을 차지했다”고 설명하고 “손과 발이 부지런해서 경제가 발전하던 시기는 지났다”며 창의적 교육 ▲대기업의 개방형 혁신 ▲특허만 갖고 선뜻 대출해줄 수 있는 위험 감수 금융 ▲규제 완화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윤 원장은 대한민국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을 역임한 공무원이다. 본관은 해남이며, 전라남도 강진군 출신이다.

1980년 한국항공대를 졸업한 윤 원장은 기술고시(15회)에 합격, 옛 체신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83년 한국통신연수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25년 이상 KT에서 근무했다.

1985년 미국 AT&T 파견 근무, 98년 KT 미국 현지법인(코리아텔레콤아메리카) 사장 등을 맡기도 했지만, 윤 원장의 KT 이력은 신사업 혹은 신기술 부문에 집중돼 있다. 2001년 e-Biz 사업본부장 상무보, 2003년 KT 마케팅기획 본부장, 2005년 KT 신사업기획본부 본부장, 2006년 KT R&D부문 부문장 겸 인프라연구소 소장을 거쳤다.

2009년 KT를 떠나기 직전 KT 성장사업부문 부사장을 역임했다. KT를 사퇴한 후에는 김종훈 벨연구소 사장의 권유로 벨연구소장 특임연구원 생활도 했다.

잔뼈 굵은 IT전문가
미래를 묻다

2013년 연세대학교 미래융합기술연구소 교수로 한국에 돌아온 그는 곧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교육과학분과 전문위원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인수위 시절 창조경제의 토대를 만든 윤 원장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첫 차관에 임명돼 창조경제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 이로 인해 윤 원장은 창조경제 전도사라 불린다.

지난해 3월 NIPA 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차관이라는 부담감을 덜고, 보다 자유로운 모습으로 창조경제를 위한 ‘이매지노베이션’을 전파하고 있다.

취임사에서도 윤 원장은 “SW(소프트웨어)가 중요하고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과가 많지 않았다”며 “원인이 어디 있는지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SW 투자 성과가 하루 아침에 나오지 않지만 산학연과 정책 협력을 강화해야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원장의 저서로는 ‘호모디지쿠스로 진화하라’, ‘후츠파로 일어서라’, ‘이매지노베이션’ 등이 있으며, ‘창업국가’를 번역했다. 이 중 ‘호모디지쿠스로 진화하라’는’불안한 미래를 내 손안에 넣는 법’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이 책은 정보기술이 바꿔놓을 미래사회와 미래경제 시스템을 그리고 있다. 호모디지쿠스란 디지털 시대 신인류를 뜻한다.

이 책은 교육, 의료, 환경, 교통 등 광범위한 영역을 넘나들며 디지털이 바꿔놓는 신경제를 그리고 있지만, 내용 자체가 충격적이거나 파격적인 것은 아니었다. IT와 미래사회 관련 지식과 트렌드를 꾸준히 따라온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봤을 법한 주제를 기술 전문가가 일목요연하고 알기 쉽게 정리한 기술 대중서다.

또 다른 책 ‘창업국가’는 그의 행로를 바꿔놓은 계기가 된 책이라고 한다.
미국 정부 외교 자문위원회에서 중동 지역 전문위원과 벤처 투자가로 활동한 댄 세노르와 저널리스트 출신인 사울 싱어가 공동 집필한 ‘Start-Up Nation’을 2010년 윤 원장이 번역 출간했다.

빈곤한 자원, 사방이 적과 대치 중인 안보상황 등 이스라엘은 한국과 어딘가 유사하면서도 오히려 더 열악하다. 인구 710만 명인 이스라엘은 미국 다음으로 나스닥에 많은 기업을 상장시켰다. 세상에서 가장 밀도 높은 벤처 창업이 일어나고 (책에 따르면, 1884명 당 창업), 글로벌 벤처 투자 자금도 이스라엘로 몰려들고 있다.

저자들은 111명의 인사를 직접 만나거나 언론을 통해 밝혀진 내용을 요약해 이스라엘의 역동성, 다시 말하면 자원이 없는 나라의 생존법을 구체적인 사례로 전하고 있다.

이 책이 번역 출간되자마자 청와대 등 정부 안팎에선 창업국가 읽기, 이스라엘 알기 붐이 일었다. 윤 원장에게 특강 제안도 쇄도했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세계 11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더 이상 모방할 국가가 없어 방황하는 시점에 국가 자체가 거대한 벤처기업으로 성장하는 이스라엘이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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