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갈 것 알고도 모르쇠 ‘부글부글’

▲ STX조선해양 홈페이지 캡쳐.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STX조선해양과 이 회사에 후판(선박 건조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납품하는 철강회사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철강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가 STX조선에 납품한 850억 원대의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이에 철강회사들은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갈 것을 알고도 어음거래를 한 데 대해 ‘사기성’이 짙다며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갈등의 불씨는 STX조선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점화됐다. 이에 따라 모든 채무 동결은 물론 이 회사에 후판을 공급하던 철강사들은 어음으로 거래한 철강 대금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STX조선이 파산절차를 밟을 경우 후판 제조사들이 밀린 돈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이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금은 847억 원 규모로 포스코가 373억 원으로 가장 많고 동국제강 332억 원, 현대제철 142억 원 순이다.

STX조선은 당장은 여력이 없어 빌려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기업의 부채를 조정하는 방식인 출자전환과 10년 분할상환 방식으로 대금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철강3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도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는 게 이유다. STX조선이 제시한 방식으로 대금을 받게 되면 재무구조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철강3사는 법원에 원자재 구매 관련 채권을 우선 변제해달라는 공동 탄원서를 제출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강사들은 STX조선해양의 경영상황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통분담을 위해 어음을 지급받았다”면서 “회생계획안이 타당하게 제시되지 않으면 현금 결제를 제외하고는 거래를 재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STX조선 납품업체들은 납품분에 대한 선지급을 요구한 데 이어 지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자재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국산·수입 결제방식 차등

특히 STX조선은 국산과 수입산 후판의 결제수단에 차등을 둬 납품업체의 비난을 샀다. 외국 회사엔 현금 결제를 하면서 국내 회사에만 어음 결제를 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철강3사는 그동안 STX조선에 연간 40만t가량의 후판을 공급해왔다. STX조선은 선박 건조에 필요한 후판 중 일부 물량을 수입산으로 구매해 대체했다.

이 과정에서 국산 후판 구매 시에는 60일 만기 B2B외상매출채권(어음)을 지급했다. 하지만 수입산에 대해서는 현금 거래에 기반한 지급보증용 신용장 방식(L/C)을 통해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형사 고발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철강사들은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후판 어음 만기에 대응하지 못할 것을 알고도 어음을 발행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STX프랑스 패키지 매각

법원은 STX조선과 STX프랑스의 패키지 매각에 들어갔다. STX조선의 회생계획안 인가가 예상보다 늦어지자 회사의 조속한 회생을 위해 인가 전 M&A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는 STX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이 보유한 STX프랑스 지분 66.7%를 함께 매각하기 위한 매각공고를 지난 19일 내고,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해 11월 4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할 방침이다.

크루즈선 제조사인 STX프랑스 지분은 STX조선 손자 회사인 STX유럽이 66.7%를 갖고 있고, 나머지는 프랑스 정부에 귀속돼 있다. STX조선이 2009년 인수한 STX프랑스는 2차례 매각 시도가 실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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